[김재언의 눈높이 IT] 휴대폰과 PDA, 누가 모바일 대륙을 평정할까?

전문가 칼럼입력 :2002/01/11 00:00

김재언 기자

현재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마이크로소프트 빌게이츠 회장이 국내 회사의 제품을 직접 소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하나는 휴대용 동영상 플레이어인 '싱크아이(Sync I)'이고, 또 다른 하나는 PDA인 '넥시오(NEXiO)'이다. 또한 비록 빌게이츠 회장이 직접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연설장에 전시된 'PC-이폰III'도 있었다. 물론 윈도우 CE 닷넷을 적용한 사례로 소개됐지만 대규모 행사의 기조연설에서 선보였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제품인 동시에 성공할 제품임을 암시하는 셈이다. 사실 2001년 한 해,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국산 제품은 휴대폰과 LCD 모니터, PDP 등이었다. 삼성 씽크마스터와 LG 플래트론은 CNet.com과 ZDNet.com의 제품리뷰에 자주 올라오고, 사용자 의견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만큼 미국 시장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휴대폰 부문에서는 올해 국내 대기업의 단말기 생산 사업 부문의 이익이 수 천 억원에 달했다는 소문도 있다. 특히 모바일 시장의 거대 소비국이라고 많은 국가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중국의 경우, 삼성 애니콜 핸드폰이 이미 세계적인 제품인 노키아, 모토롤라와 당당히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LG도 이번 달에 GPRS(General Packet Radio Service)용 이동전화단말기를 수출한다고 한다. 더군다나 최근 동남아시아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많은 휴대폰 사용자들이 삼성이나 LG 제품을 갖고 있음에 놀랐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나라가 휴대용 첨단 데이터 통신장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요즘, 필자는 무선 이동 통신 시장에서의 향후 표준 단말기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 이미 전문가들이 소유하고 있는 팜 계열의 Palm. 혹은 윈도우 CE 계열의 포켓 PC 등 PDA에서 출발한 기술이 표준화 될 것인지, 아니면 많은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휴대폰의 형태로 표준화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마치 수 년 전에 논란이 됐던 컴퓨터와 TV의 논쟁과도 비슷하다. 즉 가정 디지털 장비의 단말기는 과연 TV에서 비롯될 것인가, 아니면 컴퓨터에서 비롯될 것인가 했던 논란말이다. 이는 흔히 가전제품의 한 종류가 될 것인지, 아니면 컴퓨터 제품의 한 종류가 될 것인지 하는 논란이었다. 다시 말해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적으로 고정화돼 생산자가 만들어낸 고정 기능만을 사용하는 가전제품이 될 것인지, 아니면 기본 하드웨어에 사용자의 욕구와 재량에 따라 그 기능을 달리할 수 있는 컴퓨터 계열이 될 것인지 하는 문제이다.어떤 누구도 TV튜너를 업그레이드한다든지 냉장고 콤퓨레셔의 버전을 바꾼다는 등의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을 것이지만, 컴퓨터는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한다. 물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등 기술적인 발전이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과연 소비자의 선택은 무엇이냐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물론 이런 논쟁은 아직도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재미있다.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전화 통화 기능에 전화번호 기억, 일정 관리 기능이 추가되는 것이 향후 무선 디지털 단말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복잡한 디지털 단말기인 컴퓨터에서 출발한 PDA에 무선 통화 기능과 데이터 통신 기능이 첨가돼 표준 장비가 될 것인가? 혹은 현대 휴대폰 크기가 적당할까, 아니면 팜 크기가 적당할까?제품 발전 초기에는 전문가나 매니아급 입장에서 보면 사용자의 재량이 중요하다. 하지만 대중화되는 시기에는 기본 기능에 충실하고 단순화되는 것이 일반적인 제품의 발전 과정이다. 즉 복잡한 기능을 갖고 있는 비디오가 있는 반면, 실질적으로 많이 팔려나가는 제품은 기능이 대폭 줄어들고 기본 기능에 충실한 제품이다.대부분의 직장에서는 컴퓨터를 사용하지만 역시 사용하는 기능은 각종 문서 작업과 웹 서핑, 그리고 전자메일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사용자는 제한된 기능 90%에 자유로운 활용 10%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기술이 표준으로 자리잡기까지는 하드웨어적인 고정보다는 소프트웨어적인 유동성과 업그레이드가 더 선호된다. 그러나 결국 사용자는 사용의 편리를 더욱 중요한 구입 가치로 생각할 것이다.따라서 마치 가전과도 같은 PDA, 즉 휴대폰에 디지털 기능이 첨가된 단말기가 표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능의 다양성보다는 최소 기능에 휴대성을 더욱 고려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대로 컴퓨터와의 호환, 그리고 계속되는 발전과 업그레이드, 기본적인 사용을 위해서 필요한 최소 크기 등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PDA 기능에서 휴대폰 기능이 첨가될 것이라는 주장도 역시 만만치 않다.이미 이런 두 가지 컨셉의 장비들이 시장에 나와있고 소비자들의 선택만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이런 논쟁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기술과 표준을 흑백의 논리와 양분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래를 좀더 쉽게 예견하는 하나의 방법론이 될 수 있지 않을까?그러나 운영체제의 대명사인 윈도우를 등에 업고 있는 빌게이츠가 한국 가전제품의 대명사인 삼성에서 만든 PDA를 소개한 것은 이런 논쟁을 무색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이미 가전과 컴퓨터의 융합이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IT산업의 세계화라는 즐거운 소식 뒤에 적어도 무선시장 경우, 세계 표준의 시험 무대가 될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떻게 될지, 독자들의 예리한 예측을 듣고자 한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