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통한 「글로벌 SAN」 구현

일반입력 :2002/01/09 00:00

박현선 기자

SoIP, 이더넷의 장점과 SAN의 장점만 취합 … 저비용의 재해복구와 스토리지 공유 가능

스토리지 하드웨어 시스템은 더 이상 발전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최근 들어 스토리지 관리와 TCO 절감을 위한 툴 개발에 달려들고 있는 스토리지 벤더들의 모습은 이러한 생각을 더욱 부채질하게 만든다.

시장에서 인정받는 새로운 기술이라면 항상 비용은 저렴하게, 성능은 더욱 높여줘야 한다는 두 가지 필수조건을 충족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들어 IP(Internet Protocol)를 통한 스토리지, 즉 SoIP(Sto- rage over IP) 또는 IP 스토리지로 불리는 스토리지 네트워킹의 신조류가 신기술로 거론되기에 부족하지 않을 듯하다.

SoIP의 개념은 간단하다. VoIP(Voice over IP)와 유사한 방식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명명된 바와 같이, IP 네트워크를 통해 블록 I/O의 SCSI 데이터를 전송, 저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물론 모든 데이터는 디스크에 저장될 때 SCSI를 통한 블록 I/O로 저장되므로 블록 I/O로 데이터를 저장하자는게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예를 들어 파이버 채널(FC), IEEE-1394, USB(Universal Serial Bus) 등 시리얼 인터페이스를 통해 저장되는 데이터는 모두 블록 I/O로 저장된다. 그러나 블록 I/O의 데이터를 이더넷 기반 TCP/IP로 직접 보내는 것은 새로운 시도다.

IP는 목적지에 도착해서 저장되는 비순차적 데이터 패킷의 대용량 트래픽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SCSI는 처음부터 장거리를 염두에 둔 프로토콜이 아니기 때문에 패킷이 차례대로 배열돼야 하는 데다가 대기 시간(latency)의 문제도 있다. 만일 패킷들이 순서대로 도착하지 않는다면 데이터가 훼손되거나 연결이 실패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데이터를 이더넷 기반 IP 네트워크로 보낼 때는 블록 I/O를 TCP/IP의 파일 I/O로 변환하고 네트워크에 전송하면 이를 목적지에서 받아 다시 SCSI의 블록 I/O로 변환한 후 디스크에 저장해야 했다. 이것이 NAS(Network Attached Storage)다. NAS는 여러 프로토콜을 거치면서 I/O 변환을 거듭함에 따라 병목 현상이 유발되는 단점이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블록 I/O는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즉 DBMS나 ERP, CRM, DW 등에서 중요하다. DBMS 애플리케이션은 블록 I/O SCSI 포맷에 의한 스토리지와의 직접 접속을 요구하는데, 예를 들어 NAS 환경에서 DBMS를 사용한다고 상상해 보자.

NAS에서 SQL을 사용할 경우 블록 I/O는 파일 I/O로 변환돼야 하며, 변환된 파일 I/O는 IP 네트워크를 통해 보내져 다시 블록 I/O로 변환돼 디스크에 저장된다. 이와 같은 프로세스는 막대한 대기 시간을 일으킨다.

IP 네트워크로 전송되지 않을 경우, 즉 서버와 외장 디스크가 시리얼 버스로 직접 연결되는 DAS(Direct Attached Storage), 파이버 채널을 이용하는 SAN(Storage Area Network)의 경우 블록 I/O(SCSI)로 직접 디스크에 저장된다.

파이버 채널 SAN은 일반적으로 SCSI와 파이버 채널 프로토콜로 데이터를 전송하는데 둘 다 블록 레벨로 보내진다. 데이터를 위한 별도의 네트워크인 SAN은 파일을 고속 전송한다는 이점이 있다. CPU 오버헤드와 대기 시간의 문제를 해결해 SCSI의 한계를 극복한 것.

문제는 DAS의 경우 SCSI 프로토콜이 최대 25m, SAN은 최대 10Km까지만 연결 가능하다는 네트워크 확장의 거리 한계가 있다. 따라서 SoIP를 구현해 블록 I/O를 직접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한다면 불필요한 I/O 변환 작업이 없기 때문에 네트워크의 병목 현상과 기타 시간을 잡아먹는 일들이 사라지며 동시에 거리의 제약도 없어진다. 한 마디로 전세계 구축된 이더넷 기반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SAN의 구현이 가능해진다.

한국IBM 스토리지시스템사업본부의 송준우 씨는 “기존 IP 네트워크를 통해 블록 단위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는 스토리지가 IP 네트워크를 통해 서버에 연결되지만 서버는 NFS (Network File System)나 CIFS(Common Internet File System)와 같은 네트워크 드라이브로 인식하는게 아니라 로컬 드라이브로 인식한다. 따라서 NAS처럼 기존 네트워크를 이용해 손쉽게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파이버 채널을 이용한 SAN 구축보다 설치와 관리 비용이 적게 들고 성능면에서도 입출력 프로토콜로 SCSI를 사용해 SAN이 가지는 성능상 장점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보안·저비용·관리성 모두 만족

SoIP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가장 큰 이점은 지금 당장 사용 가능할 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 효과가 높다는 것이다. 이같은 장점을 발휘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뭐니뭐니해도 이더넷의 급성장이다. 파이버 채널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고속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SoIP의 이점으로는 우선 상호 연동성이 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SAN 표준을 기다리느니, 이미 업계 표준으로 정착돼 전세계에 널리 쓰이고 있는 기존 IP 네트워크와 일반적인 노텔, 시스코 등의 네트워크 장비를 사용함으로써 표준과 그에 따른 호환성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다.

비용 절감 측면에서는 파이버 채널 HBA와 파이버 채널 스위치가 필요 없기 때문에 비용 지출이 줄어든다. IP 스위치 포트는 파이버 채널 스위치 포트보다 2~3배 저렴하며 파이버 채널 회선 대신 저렴한 네트워크 회선을 이용하면 된다. 이론상으로는 SoIP를 구현해 SCSI 블록 레벨의 프로토콜을 보다 멀리, 그리고 장비를 무제한 연결할 수 있다.

게다가 특별한 스토리지 네트워킹 전문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SAN을 관리하기 위한 전문 기술을 배우거나 인력을 고용할 필요가 없다. 파이버 채널은 소규모 로컬 네트워크에만 적용시킴으로써 기업은 스토리지 네트워킹 인프라 구축과 직원 교육에 대해 효과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관리자 역시 이미 친숙한 IP에 대해서만 집중 관리함으로써 업무 시간과 노동을 집중할 수 있다.

기존 IP 네트워크의 장점을 물려받는 SoIP의 혜택으로는 QoS(Quality of Service)와 보안을 빼놓을 수 없다. IPSec, 3DES, 파이어월, ACL(Access Contol List), VPN(Virtual Private Network) 등 표준 IP 보안 기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 또 기존의 NMS(Network Manage- ment Software)도 사용 가능하다.

SoIP를 구현하는데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이미 일반화된 용어 SoIP는 사실 정확한 명칭이 아니다. 처음 이같은 개념을 주창한 니샨시스템즈(Nishan Systems)에 소유권이 있는 고유 명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개념의 스토리지 네트워킹을 각각 다른 방식으로 구현하려는 업체들은 SANoIP, IP 스토리지, IP SAN 등으로 부르고 있다.

SoIP를 구현하는 프로토콜은 IETF (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 산하 IP스토리지워킹그룹에서 주도하고 있는데 현재 iSCSI(Internet SCSI), iFCP (Internet Fibre Channel Protocol), FCIP(Fibre Channel over IP), mFCP(Metro Fibre Channel Protocol), iSNS (Internet Storage Name Service) 등이 있다. 이는 다시 IBM과 시스코 등이 열을 올리고 있는 iSCSI, 루슨트와 개죽스 등이 밀고 있는 FCIP, 주창자인 니샨시스템즈이 주도하는 iFCP 등으로 압축된다.

FCIP는 니샨시스템즈, 개죽스, CNT 등이 라우터를 발표했다. FCIP는 특성상 원격 백업·복구 등 재해복구 시스템에 활용 여지가 많아 스토리지 벤더들이 특히 눈독을 들이고 있다. 2개 사이트의 완전 미러링을 통해 뜻하지 않은 사고 발생시 미러 사이트에 있는 오프라인 테이프를 통해 신속하게 대체 사이트를 온라인화 할 수 있기 때문.

실제로 컴팩코리아, 한국EMC,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히타치데이터시스템) 등 스토리지 벤더들은 “SoIP에서 스토리지 벤더가 할 일은 별로 없다. iSCSI나 iFCP, FCIP 등은 게이트웨이가 모든 역할을 다 떠맡기 때문에 이후 시장의 요구가 있을 때 스토리지 시스템에서 이를 지원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한국EMC의 기술지원부 허주 차장은 “iSCSI는 서버와 스토리지간, FCIP는 스토리지와 스토리지간, 인피니밴드는 서버와 서버간 데이터 전송에 효과적이다. 재해복구 시스템 구축 관점에서 EMC는 FCIP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WEEK/USA에 따르면 통신회사인 월드컴이 EMC의 실시간 원격 복제 솔루션인 ‘SRDF’를 이용한 SRDF over IP를 구현했다.

컴팩코리아 역시 재해복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션 크리티컬한 업무의 대형 레퍼런스 사이트부터 확보해 SoIP가 일반화되기까지 2~3년 걸릴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컴팩코리아는 현재 한 군데 대형 사이트에 FCIP를 이용한 SAN 구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스토리지 업계는 FCIP에 열심

컴팩코리아 스토리지사업부의 남궁광수 과장은 “컴팩 본사가 FCIP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움직임은 아니다. 단지 CNT, SAN밸리, SAN캐슬 등 FCIP 라우터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컴팩 스토리지웍스에 인증하는 정도다. 그러나 FCIP를 이용한 재해복구 사이트는 해외에서는 몇 군데 있으며, 국내에서도 한달여 전 구축을 끝내고 이상 상황이 발생하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FCIP나 iFCP는 게이트웨이가 반드시 쌍으로 연결돼야 하는데다 모든 역할을 게이트웨이가 전담함에 따라 게이트웨이의 가격이 매우 고가에 형성되고 있어 확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들은 안정된 대형 사이트의 발굴과 게이트웨이의 가격 인하가 FCIP와 iFCP 확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한다.

HDS(히타치데이터시스템)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iSCSI를 이용한 재해복구 시스템을 여러 벤더들과 협력 구축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여기에는 HDS의 1.2TB 용량의 파이버 채널 스토리지, 니샨시스템즈의 IPS3000 IP/파이버 채널 스위치, 델의 ‘파워에지’ 6450 서버와 ‘파워볼트’ 파이버 채널 스토리지, IBM의 200i iSCSI 스토리지, 아답텍의 iSCSI 카드, 인텔의 iSCSI 카드, Q로직의 파이버 채널 HBA 등이 사용됐다.

HDS 제품을 국내 공급하는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기술지원팀 박병한 과장은 “다른 SoIP에 비해 iSCSI는 투자 비용이 낮은 것이 장점이다. HDS 본사가 니샨시스템즈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파일럿 프로젝트에서는 센터와 센터를 DWDM(Dense Wavelength Division Multiplexing) 대신 기존 라우터로 연결했다.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역시 HDS에서 iSCSI나 다른 SoIP 제품을 자체 개발할 여지는 적은 것으로 보인다. 스토리지 벤더로서는 스토리지 전용 대역폭을 갖고 있는 SAN에 더 주력하기 마련이기 때문. 박병한 과장은 “스토리지 서비스를 기존 이더넷과 연결하려는 대형 고객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만의 고속 전송과 관리라면 SAN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단지 재해복구 시스템에서 IP를 이용해 SCSI를 전달하는게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SAN 스위치 벤더나 스토리지 벤더들이 SAN과 SAN을 IP로 연결한 재해복구에 관심을 두는 것과 달리, 시스코와 IBM이 iSCSI에 주력하는 것은 이 분야의 후발주자인 까닭이다.

시스코는 iSCSI 솔루션 개발 업체인 누스피드 인터넷 시스템(NuSpeed Internet Systems)을 인수함으로써 iSCSI 게이트웨이(스위치) ‘SN5420’를 선보였는데, 이 제품은 파이버 채널 포트 1개와 기가비트 이더넷 포트 1개를 가지며 SAN이나 RAID에 액세스된다.

호스트는 iSCSI 디바이스 드라이버를 설치해야 하며, 이 드라이버는 호스트의 볼륨 매니저를 로컬 접속된 SCSI 디스크처럼 구현한다. 포트가 1개씩이어서 로드밸런싱 등 안정성 문제를 지적받고 있는데 시스코시스템즈 코리아는 이를 장비 이중화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스코코리아의 김민세 과장은 “iSCSI의 장점은 여러 대의 서버가 여러 대의 스토리지를 연결하는데 SAN 스위치를 각각 연결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iSCSI의 1단계가 완료됐고, 이제 2단계에 진입할 차례다. 비록 경쟁사 제품이지만 iSCSI 지원 16포트 스위치가 개발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스코가 iSCSI 표준화에 주도적이지만 FCIP에 관해서도 EMC, 브로케이드 등과 협력해 브로케이드의 SAN 기술을 이용해 FCIP 스위치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세 과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시스코 iSCSI 드라이버만 설치하면 iSCSI 장비를 모두 장착할 수 있다는 인증 제도를 시작했다. 이제 몇몇 벤더들의 스토리지 기술 독점 현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IBM의 경우 게이트웨이와 스토리지를 한 장비 안에서 구현했는데, 블록 I/O를 직접 전송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NAS와 유사하다. 1.7TB까지 확장 가능한 IBM ‘200i’는 로드밸런싱이 가능한 멀티포트를 지원한다. 최대 8포트를 지원하나 현재 200i가 PCI 슬롯을 5개까지 탑재하고 이 중 1개를 디스크용으로 쓰기 때문에 4포트를 지원한다.

그러나 iSCSI에 주도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IBM이지만 한국IBM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시스코의 SN5420은 리눅스와 윈도우, 썬 솔라리스를 지원하며, IBM의 200i는 리눅스와 윈도우만 지원한다. 유닉스 운영체제를 폭넓게 지원해야 시장이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