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무서워요"...위치추적 회피 묘수 백출

일반입력 :2001/12/31 00:00

김진환 기자

국내 대형 유통업체에 다니는 신모 대리㉛는 최근 휴대폰 노이로제에 걸렸다. 모처럼의 휴일에도 회사에서 업무관련으로 찾아대는 통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기 때문이다.평소 외근시에도 시도때도 없이 걸려오는 직장 상사들의 전화로 잠깐도 한눈을 팔 수 없다. 최근에는 이동통신사마다 운영하는 위치추적 서비스까지 가세해 휴대폰 공포증마저 생겼다.아내의 강요로 위치추적 서비스에 가입한 그는 아내가 틈틈이 인터넷을 통해 위치를 확인하는 바람에 일 핑계대고 늦게까지 즐기던 술자리마저 뺏기게 됐다.반경 5km내로 위치를 알려주니 특히 늦은 시간 유흥가 근처는 얼씬거리지도 못한다.그렇다고 휴대폰을 꺼놓을 수도 없다. 나중에 왜 꺼뒀냐는 닥달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최근에는 이처럼 `족쇄 아닌 족쇄`가 돼버린 휴대폰 전화를 피하기 위한 갖가지 묘안들이 샐러리맨들 사이 유행하고 있다.첫번째 유형은 `건전지 소모형`. 휴대폰을 꺼두고 나중에 추궁이 들어오면 무조건 건전지가 다 닳았다고 둘러대는 것이다.하지만 다소 고전적인데다 한두 번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이에 따라 최근 꾀많은 직장인들 사이에는 `건전지 분리` 방법이 입소문을 타고 번지고 있다.휴대폰을 켜둔 상태에서 건전지를 분리시키면 기지국이 꺼진 상태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기술적인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전화를 걸면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멘트 대신 신호는 계속 울리고, 결국 상대방은 무슨 사정이 있는 것으로 깜빡 속아넘어간다.이에 따라 잠깐이라도 `편안한` 시간을 즐기려는 샐러리맨들 사이 즐겨 애용되고 있다.그러나 단말기 제조사들은 하나같이 "이같은 방법은 단말기에 충격을 줘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혀 그다지 권장할만한 방법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이밖에 `회의중`이라는 안내멘트를 녹음해 두는 것도 샐러리맨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법. 그러나 이같은 방법 모두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아 직장인들의 휴대폰 공포증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