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 디스크의 기억 용량이 1년에 약 2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이제 100GB의 3.5인치 HDD까지 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HDD의 용량 늘리기도 곧 한계에 다다를 전망이다. ATA 인터페이스가 가진 한계성 때문이다. 현재 일반적인 HDD들은 데이터 어드레싱 방법으로 LBA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LBA(HDD의 섹터를 관리하는 어드레스 관리 방식)의 비트수가 28비트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HDD가 관리할 수 있는 최대 용량은 137GB(228×512바이트)까지 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HDD의 기억 용량 증가율을 고려해 볼 때, 137GB는 수개월 후면 충분히 도달 가능한 범위다. 따라서 내년 초반께에는 현재의 ATA 인터페이스와는 다른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등장이 예상된다.
137GB의 벽
맥스터는 T13기술 위원회에 현재 사용되는 ATA/ATAPI-6 규격에 48비트 LBA를 추가하도록 제안했다. 이러한 용량 증가를 쉽게 해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현재의 LBA 변수들을 28비트에서 32비트로 확장하는 것이다. 실제 HDD의 모든 기억 용량(HDD에 할당된 총 섹터 수)이 기록되는 워드 60과 61은 모두 32비트로, 이 영역을 모두 사용한다면 관리 가능한 기억 용량을 2199GB까지 확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읽기/쓰기하는 섹터를 지정하는 영역에 있어서, 24비트 이후를 지정하는 부분은 27비트까지 밖에 할당되지 않는다.
남은 4비트는 미사용 비트(obsolete)로 할당되기 때문에 28비트에 그치게 된다. 그러나 비사용 비트를 부활시키게 되면 뒷부분에 추가로 2비트 정도 확장할 수 있다.
그러나 최대 30비트로 늘린다 해도 관리할 수 있는 최대 용량은 550GB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LBA 변수를 30비트로 확장한다고 할지라도 수년 동안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맥스터는 48비트 LBA라는 근본적인 방법으로 기억 용량의 확장을 생각하고 있다. 새로운 48비트 LBA방식은 그 이름처럼 섹터 관리를 48비트로 확장한 것이다. 48비트가 되면 이론상으로 144PB(Peta는 기가의 100만배)까지 관리할 수 있으며 기억용량의 급격한 증가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48비트 LBA의 지원 여부는 HDD의 IDENTIFY DEVICE Command의 응답으로 알 수 있는데, 48비트 LBA에 관한 정보는 기존에 예약 종료 영역이었던 IDENTIFY DEVICE Information의 워드 84(48비트 LBA 지원 유무), 워드 87 (48비트 LBA의 유효/무효), 워드 100~103(HDD의 총 섹터 수, 합계 48비트)에 기록된다.
또한, 48비트 LBA를 지원하는 HDD들은 기존의 ATA 인터페이스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28비트 LBA도 동시에 지원할 예정이다. 즉, 기존의 명령어와 48비트 LBA의 확장 명령어를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LBA 영역으로서 48비트를 확보하려면, 원칙적으로 새로운 레지스터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48비트 LBA에서는 기존 규격과의 호환성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2바이트의 FIFO(First In First Out) 방식이 채용됐다. 이 레지스터 하나에 데이터가 기록되려면, 새롭게 기록된 내용이 Most Recently Written 영역(최근 데이터가 기록된 영역)에 놓여지고, 이전에 있던 내용은 이전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읽기/쓰기 작업시 섹터의 위치를 지정하는 LBA Low/Mid/High 레지스터는 각각 8비트씩 합계 24비트가 준비돼 있지만(또한 기존의 LBA는 Device/Head 레지스터를 나머지의 4비트에 할당한다), 이것을 FIFO 방식으로 48비트까지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읽기/쓰기를 하는 섹터수를 지정하는 Sector Count 레지스터도 FIFO 방식 채용으로 기존의 8비트에서 16비트로 확장된다.
기존에는 한 개의 명령어에서 28, 256섹터(약 131KB)까지 밖에 데이터를 전송할 수 없었지만, 48비트 LBA 지원 기기들에서는 216, 최대 6만 5536섹터(약 33MB)의 데이터를 한번의 커맨드로 전송할 수 있다. 이것은 큰 데이터 전송이 많은 AV와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기능이다. 48비트 LBA의 사양은 ATA/ATAPI-6 규격(현재는 아직 드래프트판)에 추가될 예정이며, 맥스터는 이를 빅 드라이브 테크놀로지(Big Drives Technology)라는 이름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고속화 기술, 패스트 드라이브
ATA HDD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1998년에 16~19MB/s였지만 1999년에는 24~28MB/sec, 2000년에는 35~42MB/sec로 매우 순조롭게 올라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간다면 올 연말에는 무려 60MB/sec에 달할 전망이다.
ATA HDD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면 기록 밀도 향상 등에 힘입어 연 40% 정도로 향상을 계속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수치가 유지된다면 내년에는 울트라 ATA/66(최대 66MB/sec)의 벽을 넘게 될 것이다. 물론, 유지하지 못한다면 향상률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확률은 앞이 더 높을 것으로 보여 앞으로 수년간은 이런 속도 향상이 유지될 전망이다.
HDD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면 기록 밀도(정확하게는 선 기록 밀도)와 디스크의 회전 속도에 의해 결정된다. 면 기록 밀도는 선 기록 밀도(단위 길이 근방의 기록 비트 수)와 트랙 밀도(반경 방향에 있어서의 단위 길이 근방의 트랙수)를 곱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중 데이터 전송 속도에 기여하는 것은 전자의 선 기록 밀도다. 최근에는 면 기록 밀도를 높이기 위해 선 기록 밀도보다도 트랙 밀도를 높이는 추세지만, 이 경우 기록 밀도의 향상에 따른 데이터 전송속도의 향상은 더디다. 또한 유체 베어링 스핀들 모터가 등장함으로써 높은 회전속도와 정숙성이 겸비된 HDD를 제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기존의 볼베어링 모터로는 ATA에서 7200rpm 정도의 회전속도가 한계로 여겨졌지만, 유체베어링 모터를 채용함으로서 10000~12000rpm까지 높일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높은 회전속도를 가진 HDD의 등장은 선 기록 밀도 향상율의 둔화에 따른 전송속도의 향상을 충분히 보상할 수 있어, 전체적인 데이터 전송속도의 향상률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한계에 도달한 울트라 ATA/100

이처럼 순조롭게 고속화가 진행 중인 ATA HDD지만, HDD의 고속화를 유지하기 위해 HDD와 PC를 연결하는 ATA인터페이스의 성능이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현재 주류의 ATA 인터페이스 규격은 작년 6월에 발표된 울트라 ATA 100이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최대 99.9MB/sec가 되며 숫자상으로는 내년에 등장하는 HDD에서도 충분하다. 그러나 인터페이스의 최대 전송 속도는 이론상의 최대치이므로 실질적인 수치와는 차이가 있다. PC와 HDD 사이에서는 항상 데이터가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데이터를 읽거나 쓰기 위한 Command/Status 정보 등도 빈번히 교환되고 있다. 따라서 실질적인 데이터 전송속도는 이론값보다 상당히 낮으며, 맥스터의 자료에 따르면 32KB의 블럭 전송시 약 62%까지 전송 효율이 떨어진다.
즉, 울트라 ATA 100의 데이터 전송속도의 실효값은 최대 62MB/s라는 것이다. 또 블럭 크기가 작아지면 효율은 더욱 떨어지고, 다양한 데이터 블럭이 포함된 실제 데이터에서 전송 효율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실효 속도를 고려할 때, 오버 스펙이라고까지 생각되던 울트라 ATA 100의 성능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적어도 내년 이후에 등장하는 HDD는 보다 빠른 ATA 인터페이스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울트라 ATA 133
ATA 인터페이스를 고속화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시리얼 전송을 채용한 다음 세대의 시리얼 ATA로 완전히 바꾸는 방법, 그리고 다른 방법은 현재의 패러렐 ATA를 보다 고속화하는 것이다.
전자는 근본적인 개량으로 기술적으로 볼 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시리얼 ATA 규격은 작년 11월 울트라 SATA 1500으로 표준 사양서가 공개됐다.
데이터 전송속도는 약 150MB/s에 달하며, 2004년에는 300MB/s, 2007년에는 600MB/s로 3년마다 두 배로 속도가 향상될 전망이다. 또한 케이블과 커넥터 등도 작아지며 사용 방법 면에서도 크게 개량돼 있다. 반면 후자의 경우 울트라 ATA 133(Fast Drives Technology)이다. 그 이름처럼 데이터 최대 전송속도는 133.3MB/s가 되며, 전체적으로 전송 효율을 62%까지 올리면 약 82.6MB/s가 돼 내년 HDD 시장까지는 충분하다. 속도를 제외하고 많은 부분이 울트라 ATA 100과 하위 호환성을 가지며, 케이블도 현재 80핀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울트라 ATA 133의 특허는 맥스터가 보유하고 있으며, 이 규격에 따른 제품은 맥스터가 라이선스를 제공하면 어느 업체에서든지 만들 수 있다. 이미 비아, SiS, 프로미스, 실리콘 이미지 등이 향후 발표될 시스템과 칩셋에 맥스터의 울트라 ATA 133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못하면 현시점에서 상세한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전송모드는 울트라 DMA 모드 6으로 정의돼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울트라 ATA 33에서 울트라 ATA 100까지 사용된 고속화 방법이 그대로 적용된 형태가 된다.

지금까지 ATA 인터페이스의 고속화 역사와 비교해 볼 때, 울트라 ATA 133의 등장은 조금 무리인 듯 하다. 지금까지 패스트 ATA에서 울트라 ATA 33의 등장이나 이후, 울트라 66/100의 등장에서 인터페이스 속도 향상률은 50~100%에 달했다. 하지만 울트라 ATA 100에서 133으로의 향상률은 33%에 불과해 차세대 인터페이스로서의 가치는 그만큼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맥스터는 울트라 ATA 133의 속도는 현재 PCI 버스의 대역폭과 일치하기 때문에 결정된 것이며, 만약 이보다 고속의 인터페이스가 등장한다고 해도 PCI 버스의 대역폭 부족으로 충분한 성능이 발휘되지 못하기 때문에 울트라 ATA 133이 한계일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울트라 ATA 133은 현재의 패러렐 ATA와 차세대의 시리얼 ATA를 잇는 중계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차세대 HDD 인터페이스, 시리얼 ATA
시리얼 ATA는 ATA 프로토콜을 사용한다는 것 외에는 기존의 패러렐 ATA와 완전히 다른 인터페이스다. 따라서 이를 지원하는 PC와 HDD가 출시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지금까지의 ATA HDD와 호환성이 없어 비용면에서도 불리한 점이 많아 시리얼 ATA가 보급되려면 약 2005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패러렐 ATA와 시리얼 ATA가 공존하기 때문에 중개 역할을 하는 인터페이스로 울트라 ATA 133이 갖는 의미가 클 것으로 전망한다.
<표 1> ATA 인터페이스 비교표
말목 잡힌 시리얼 ATA
인텔이 ICH4에 시리얼 ATA 인터페이스를 내장한다던 당초 계획을 취소해 울트라 ATA 133의 활용가치가 더 올라가고 있다. 인텔은 USB 2.0 인터페이스가 장착된 ICH4의 출시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ICH4에 시리얼 ATA 인터페이스를 채용 계획을 취소한 것이다. 여기에 3GIO 없이 기존 PCI 버스를 쓴 데스크톱 환경이라면 높은 대역폭을 필요로 하는 시리얼 ATA가 제성능을 내지 못한다는 점도 또 하나의 이유였을 것이다.
게다가 시리얼 ATA 인터페이스를 채용한 ICH5의 출시 일정 역시 미뤄졌다. ICH5는 533MHz의 FSB를 사용하는 새로운 펜티엄4를 쓸 수 있는 Springdale 칩셋과 함께 출시된다. Springdale 칩셋은 원래 2003년 초에 나올 예정이었지만 메모리 인터페이스를 DDR Ⅱ에서 DDR Ⅱ+로 교체하기 위해 출시 일정을 2003년 중반 이후로 미뤘다.
시리얼 ATA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으로는 이 이외에도 I/O 부분이 있다. 맥스터의 기술진들이 133MB/s 이상의 대역폭을 얻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패스트드라이브(FastDrive)의 대역폭이 133MB/s에 그쳤던 이유는 데이터를 실어 나르는 I/O 인터페이스의 대역폭이 133MB/s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인텔은 3GIO라는 차세대 I/O 기술을 개발, 이를 적용해 PC의 I/O 성능을 대폭 개선할 계획이지만 이 역시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인텔은 2003년에 발표되는 ICH5에 3GIO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었다. 따라서 이런 모든 계획에 따르면 3GIO는 2004년 초쯤 실용화되고 2005년에는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하지만 2003년 중반에 등장하는 ICH5에는 ICH4 처럼 3GIO 기술이 포함돼 있지 않다.
지난해 12월에 공표된 시리얼 ATA 1.0 규격에 따르면 시리얼 ATA는 1.5Gb/s의 대역폭을 갖는 1× 모드를 기준으로 2×, 4× 모드를 갖게 된다. 이는 현재 PCI 버스의 대역폭을 넘는 것이며, 3GIO 이전에는 데스크톱 PC에 새로운 I/O가 채택될 계획이 없어, 2003년 중반에 시리얼 ATA가 채용된 ICH5가 나와도 이를 제대로 쓸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단지 더 나은 I/O 기술이 채택된 PCI-X나 64비트 PCI 버스를 가진 서버 계열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을 수도 있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는 데스크톱 시장에서는 별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시리얼 ATA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진짜 장벽은 바로 ‘불신’이다. 메모리도 그랬듯이 단순 숫자상으로는 RDRAM이 더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음에도 실제로는 SDRAM과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단지 메모리로만 본다면 말이다). 그리고 숫자 올리기에 연연한 펜티엄4 역시 이에 해당한다.
2000년 초부터 떠들썩하게 ‘PC에서 가장 느린 HDD를 위한 전혀 새로운 인터페이스’, ‘HDD도 Gbps 전송을 할 수 있게 됐다’ 등의 입소문만 있었을 뿐 현재까지 어떠한 실질적인 자료도 나와 있지 않다. 기존 장치를 다 버리고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쓰려면 그럴만한 가치와 동기를 부여해 줘야하는데 시리얼 ATA에는 이런 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점에서 기존 패러렐 방식의 ATA 인터페이스의 수명을 더 늘릴 수 있는 빅 드라이브(Big Drive)와 패스트드라이브는 환영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