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를 새로 하나 장만했다. 요즘 젊은 대학생들이 갖고 싶어하는 컴팩의 iPAQ을 구입했다. 그동안은 팜 V를 거쳐 팜 Vx에 해당하는 워크패드 C3를 써왔다. 물론 이전에는 소위 전자수첩이라는 것으로 계산기 겸용 개인 정보 관리 기능이 지원되는 것을 써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작은 화면에 조잡한 기능을 가진 기기였다고 생각된다.그 이전 과거에는 가죽으로 고급스럽게 만든 종이 수첩이나 회사에서 마련해준 일명 '다이어리'를 갖고 다녔다. 메모와 전화번호를 정리하는 등 요긴하게 사용했다. 불과 5, 6년 전에 비하면 지금은 개인정보의 관리와 활용이 PDA를 통해 간편하고 방대해졌음을 데이터의 양으로도 알 수 있다.5, 6년 전 새로 나온 수첩을 구입하거나 선물 받으면 휴일을 이용해 빼곡하게 적힌 주소록을 새로운 수첩에 적어야 했다. 물론 그러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할 수 있는 낭만은 있었으나 많은 시간과 수고를 감수해야만 했다. 물론 이후에는 로터스123나 엑셀을 이용해 컴퓨터에 저장된 내용을 프린트한 후 붙이고 다녀 이런 수고는 상당히 줄어들었다.이후에 등장한 깔끔한 계산기 겸용 전자수첩은 분실로 인해 새로운 전자수첩을 받으면 처음부터 다시 입력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결국 분실 혹은 고장으로 인해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결과를 몰고 왔다.그러나 PDA는 개인 PC에 저장돼 있는 개인 정보나 주소록 등을 동기화를 통해 상호 교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정적으로나마 PC의 기능을 대신했다. 종이수첩이나 전자수첩을 사용함으로써 겪은 불편함을 단 한 방에 날려버리는 듯했다.그러나 새로운 강박관념이 사용자들도 모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쓰다 보면 턱없이 모자라는 메모리 용량, 자꾸만 멈추어버리는 소프트웨어 동작, 각종 PDA 동호회를 통해서 알게 되는 보다 편리한 소프트웨어 등으로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는 PDA를 소프트웨어적으로나 하드웨어적으로 업그레이드(일명 : 업글)해야 하는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물론 참을성을 갖고 기다려보면 메모리가 확장되고 소프트웨어도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기종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구입한지 불과 몇 달 되지 않는 제품을 버리고 다시 산다는 것은 가계 형편상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때론 아내의 구박도 들어야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적당한 핑계로 둘러대야 한다.이런 이유는 PDA를 생산, 판매하는 업체가 하드웨어적인 업그레이드는 AS차원에서 지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불만과 욕구에 부응하는 신제품만을 만들어 낼 뿐이다. 보상 판매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그러나 새로운 기종을 살 수 밖에 없는 상술에 스스로 못내 서운해 하면서도 인터넷으로 온갖 정보를 뒤져 업그레이드를 하고야 만다. 용산에 있는 N사를 통해서 유상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는가 하면, 동호회의 고수들을 통해 노하우를 전수 받아 직접 개조하는 모험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로 인한 AS는 생산업체나 판매업체에서 책임지지 않는다는 위험이 존재한다.결국 계속해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을 돈을 내고 사든지, 아니면 업그레이드의 욕망을 포기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결국 포기하고 적당한 선에서의 PDA 사용에 만족해야 하는 것이 상술에 넘어가지 않고 정신건강에 좋은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마치 과거에 PC를 매년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OS가 나오자마자 다시 설치했던 것에서 탈피한 것처럼.필자가 이런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은 다음과 같다.첫째, 절대 주위에 있는 사람의 PDA와 비교하지 않는다. 특히 새로 PDA를 구입했다는 말을 들으면 당분간 그 사람 주위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나 역시 새로 샀다고 자랑하지 않는다.둘째, 각종 PDA 동호회에서 팁은 보지만 다운로드는 하지 않는다. 정말 다운로드를 하려면 우선 프로그램의 설명서를 열심히 읽는다. 때론 읽다 지쳐서 안 받고 만다.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돈 내라는 메시지를 매일 보게 되던가, 돈을 내고 등록을 해야 제대로 쓴다는 것을 명심한다.셋째, PDA 생산 업체의 웹사이트를 절대 방문하지 않는다. 방문 해봐야 속만 쓰리고 업글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고작 결정적인 버그만을 패치하는 정도의 업그레이드만이 있을 뿐이다. 전자제품에서 하는 구제품 보상판매는 절대 기대할 수 없다.넷째, PDA에서의 게임, 그것은 돈, 시간 먹는 귀신이다라고 몇 번을 되새긴다. 물론 과거에 필자도 게임으로 인해 PC를 몇 번 업그레이드 한 적이 있다. 그러나 PDA에서는 PC에서 처럼 비디오카드, 램, CPU 등을 단순히 구입해 업그레이드하거나 오버클럭킹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다섯째, 웬만한 일은 PC에서 한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무엇이 좋아서 그 작은 화면에서 하는지…. 커다랗고 선명한 모니터 앞에서 e-Book도 읽고 웹서핑도 하고, 메모도 하면서 전화번호도 기록한다. 물론 급하게 수첩에 적어 놓은 전화번호도 입력해 넣는다. 혹 업글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는 더 좋은 비법이 있다면 토크백에 공유해 주기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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