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을 만나려면「골동품 가게」로 가라?

일반입력 :2001/08/28 00:00

Greg Sandoval

최근 두 명의 기업가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닷컴 기업들의 주가 변동 상황을 계속 토해내는 티커(증권시세 표시) 테이프처럼 보이도록 인쇄된 새로운 두루말이 화장지를 발명했다. 일명 티커 테잎 토일릿 페이퍼(Ticker Tape Toilet Paper).야후, 아마존닷컴, 브로드비전과 같은 상장 기업들은 주가가 곤두박질쳐 치욕의 굴레속에 빠져 있다. 대표적 닷컴기업인 3개 기업 주가가 모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두루말이 화장지 공동 발명가인 존 자파는 "우리는 쓸모 없어진 것에 희소성이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나스닥 주식 시장 2000선이 붕괴된 지금, 한때 오만불손하기 짝이 없었으나 최근엔 보잘 것 없어진 인터넷 업체들을 기념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수집하려는 수요가 조금씩 일고 있다.생존투쟁에 골몰하거나 이미 몰락한 닷컴 기업의 주식이 액면가를 훨씬 상회한 가격에 판매되는 진기한 현상이 일고 있다. 이미 사라진 웹밴 주식은 100달러 이상에 판매되는데 아무리 궁색하기 그지없더라도 현재 존립하고 있는 닥터쿱닷컴(Drkoop.com) 주식은 약 11센트에 거래되는 일도 있으니 말이다.이토이와 코즈모같이 한때 친숙했던 닷컴기업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 재킷, 컵 홀더, 마우스 패드 또한 이베이에서 비싸게 팔리고 있다. 신경제의 몰락은 신경제가 흥한 짧은 시간만큼이나 빨리 오고 있다. 사람들은 닷컴들이 완전히 몰락하기 전에 이를 추억할 기념품을 갖고 싶은 모양이다.장난삼아 그가 발명한 9.95달러 두루말이 휴지를 '벤처 크래피탈'이라고 부르는 자파는 "구매자들은 대개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한 부류는 투자금을 날리고 스스로를 책망하는 사람들이고, 또 한 부류는 투자금을 날린 사람들에게 무안을 주려고 두루말이 휴지를 사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자파는 두루말이 휴지에 대한 수요가 뜻밖의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인터넷 업체 투자로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는 투자 은행인 모건 스탠리에 근무하는 어떤 사람이 고객들에게 선물한다면서 휴지 24롤을 주문했다고 전했다.닷컴기업의 몰락은 또한 경기 침체와 이로 인한 시장 충격에 관해 떠들어대기 좋아하는 웹사이트 업체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시장을 형성했다. 이런 웹사이트는 갑자기 축소된 인터넷 경기를 생각나는 대로 마구 지껄이는 것으로 유명한 F***edCompany같이 가십거리를 많이 싣고 있는 사이트에서부터 좀더 진지한 성향을 가진 Startupfailures.com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Startupfailures.com은 이미 2번이나 사업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창업했는데, 이 사이트 또한 최초 사업에서 실패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사거리를 제공하고 있다.구 경제와 갑작스럽게 쇄신된 신경제 타입의 사람들은 각 경제 체제가 존속할 수 없다는 걸 늘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남의 불행이나 화를 통쾌하게 여기는 풍조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지만, 인터넷은 일반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희생자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인터넷은 숨이 넘어갈 정도로 낄낄거리는 사람들의 웃음거리 대상이었고 두 눈이 휘둥그레진 사람들의 이목을 끈 대상이었다.요즘에는 뭔가 진지한 것은 어울리지 않는 모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놀랍게도 컬럼 제목을 '신흥 도시'에서 뭔가 좀더 어울리는 '우울한 도시'나 '완전히 뜬 도시'같은 제목으로 바꿔야 할지 놓고 여론 조사까지 실시해 두 컬럼 분량의 기사를 발표했을 정도였다.그러나 이를 비웃는 웃음소리가 보스톤에서 시애틀로 울려 퍼지고 있을 때, 일부 닷컴 옹호론자들이 나타나 닷컴기업에 대한 이러한 조소를 근거없고 불공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 분석가는 인터넷 기업을 추억할 기념품을 수집하는 경향은 감상주의의 발로로 보여진다고 말했다.고메즈 분석가인 앨런 알퍼는 닷컴 기업들이 대중과 가까워지는데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었다면 많은 사람들은 동참했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알퍼는 "많은 인터넷 업체들이 붐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의 희망과 탐욕 때문이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구름 위에 성을 쌓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랬고, 거기서 살길 바랬다"고 말했다.자파와 웬츠는 델 컴퓨터에서 퇴사한 이후, 두루말이 화장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물론 델 컴퓨터는 이들이 발명한 두루말이 휴지속에 인쇄돼 있는 기업이 아니다. 자파는 자파와 웬츠 주위에서 미친 듯이 돌아가는 인터넷 기업에 불신을 느껴 의기투합하게 됐다고 말했다.휴지 공동 개발자인 그들은 스스로에 대해 닷컴 기업 주식에 투자해 떼돈을 벌어보려던 직장 동료들과는 달랐다고 말했다.자파는 "크리스와 내가 델에서 일할 때 직장 동료들이 원하는 것이란 그들이 사고자 했던 아마존과 프라이스라인이 얼마나 잘 나가는지 듣는 게 전부여서 델이란 마을에서 우리는 나병환자 취급을 받았다"며 "직장 동료들은 우리가 계획하는 사업이 얼토당토 않다고 말하곤 했는데 이 두루말이 휴지 개발 계획은 일종의 '얼간이들의 복수' 정도로 푸대접을 받았다"고 말했다.지적 재산권을 개발해 판매한 로쓰웰-곤트(Rothwell-Gornt) 사업을 통해, 자파와 웬츠는 300롤 이상을 판매했고, 주문량 2500개를 채우는데 매진하고 있다. 그들은 진기한 선물을 전문으로 취급할 전국 소매 체인점과 협상중이라고 말했다. 뉴욕포스트는 이 두 사람을 '염세주의자'라고 지칭했지만, 후기 음악가이자 시사 평론가인 프랭크 자파를 자기 육촌이라고 주장하는 자파는 두루말이 화장지는 정말 획기적인 상품이라고 말했다.자파는 "누구에게도 상처를 줄 의도는 없다. 하지만 난 현실주의자"라며 "아무런 이익도 없는 그런 업체가 최대 수십억 달러에 낙찰되는 걸 그냥 지켜보고 있는 건 내 지성에 대한 모독이다. 수익이 없는 업체가 사라지는 건 당연한 세상 이치"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