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에이전시 업계, 헐값낙찰·출혈경쟁 `몸살`

일반입력 :2001/06/11 00:00

이선기 기자

웹 에이전시 업계가 ‘제살 깎아먹기 식’ 출혈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들어 웹구축 프로젝트의 평균 단가는 지난해에 비해 20~30% 낮아지는가 하면 적정수준의 절반 이하로 낙찰되는 사례까지 늘어나면서 웹 에이전시 시장의 가격질서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건설업계의 저가입찰이 부실공사를 불러오듯 온라인 건설업에 해당하는 웹에이전시도 인건비 비즈니스로 치닫게 될 경우 기업의 디지털경쟁력에 치명적인 결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같은 풍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3억 6000만원 규모의 이화여대 조형대학 사이버미술관 프로젝트를 T사가 2억원에 낙찰받은 것을 비롯해 1억 5000만원이 적정가격인 정통부 홈페이지 리뉴얼 프로젝트를 D사가 8500만원에, 1억 6000만원까지 가능했던 서울은행 인터넷뱅킹 제작 프로젝트를 F사가 9000만원 가량에 수주하는 등 저가 입찰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라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해 이후 사업다각화를 위해 웹에이전시 시장에 뛰어든 후발업체들이 안정적인 시장진입을 위해 무리한 저가입찰을 강행하면서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업계 일각에서는 정직원 대신 대학생 웹디자이너 및 엔지니어를 임시직으로 고용해 프로젝트 수행 단가를 파격적으로 낮춤으로써 단기간 내에 업계의 선두그룹에 합류한 F사의 사례가 덤핑을 가속화시켰다고 주장한다.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F사가 모 대기업에 백지견적서를 들고 들어갔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면서 “일단 수주전에서 F사와 맞붙게 될 경우엔 시안비용도 못 받으면서 확률없는 게임에 끼여들지 않기 위해 프로젝트를 포기한다”고 털어 놨다.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같은 풍토가 업계 전체로 확산되면서 덤핑의 피해자를 자처하는 업체들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H사의 한 관계자는 “모 업체의 덤핑으로 번번이 프로젝트를 놓친 것에 대한 분풀이로 밑지는 장사인 줄 알면서 최저가 입찰을 감행한 경험이 있었다”면서 “그 후 H사도 덤핑에 합류했다는 소문에 퍼져 아직까지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이같은 상황을 악용해 부당한 요구조건을 내거는 고객사들이 많다는 것은 업계의 또다른 고민이다. 이와 관련 이모션 정주형사장은 “A 항공사 프로젝트가 거의 계약성사 단계였으나 고객사측에서 향후 항공업계의 경쟁사 프로젝트에는 일체 입찰제안서를 내지 않겠다는 각서를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계약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같은 덤핑수주가 계속될 경우 웹에이전시 사업이 단순한 인건비 비즈니스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클릭, 이모션, 홍익인터넷 등 업계를 주도해온 선발업체 CEO들이 최근 모임을 갖고 향후 저가입찰을 자제해 나가기로 합의하는 등 자체정화를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몇몇 업체의 자정노력만으로 시장질서를 바로잡기는 역부족이며, 웹 에이전시업계를대변할 만한 협의체가 설립돼 덤핑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보다 강도높은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