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부터 나돌기 시작한 미국발 닷컴 위기설이 국내 IT 업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IDC(Internet Data Center)의 매출 감소를 실감하게 만든 것은 가을이 한참 물들어갈 시점인 10월.
실제 영업 현장에서 계절적 요인이나 개별 업체의 사정 등에 따라 매출 변동폭이 일정치 않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10, 11월을 지나면서 실수요 감소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IDC 경기가 위축됐다.
KIDC의 마케팅팀 이은재 팀장은 7, 8월을 지나면서 매출이 둔화됐지만 9월 매출이 일시적으로 껑충 뛰어올라 여름이라는 계절적 요인 때문 정도로 생각했다. 정작 10월부터 눈에 띄게 매출이 둔화됐고 11월부터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며 천당에서 지옥을 오간 지난해 하반기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런 기준을 근거로 한다면 99년 IDC를 개관한 데이콤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난해 IDC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먼저 시작할수록 '문전박대'를 덜 당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본격적인 IDC 전용 건물을 만들기 전부터 자체 전산센터에서 사업을 시작한 한국PSINet의 경우 이 부분이 그나마 매출 감소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줬다고 할 수 있다.
반면 5월초 엔진을 개관한 하나로통신이나 5월말 목동IDC를 개관한 한국통신에 비해 7월초 사업을 시작한 GNG네트웍스의 어려움은 더욱 컸다. 소위 '최고'의 IDC 시설을 자랑하며 등장했던 GNGIDC는 좋은 시절을 맛볼 새도 없이 혹한을 맞은 셈이 됐다.
GNGIDC의 김영모 센터장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경기 상황은 더 열악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신생 통신업체의 설움에다 경기 영향까지 겹쳐 현장에서 고전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GNG가 시장에서 나름대로 일정 영역을 차지하고 메이저 IDC의 대열에 명함을 내밀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통신 인프라와 IDC 시설 외에도 공격적인 영업 전략 때문이란게 김영모 센터장의 평.
IDC 전성시대는 갔다?
이런 시장 상황은 코로케이션 서비스 외에 다른 서비스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던 IDC 사업자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해줬다. 우선 KIDC, 한국통신, 하나로통신 등이 먼저 시작한 'IDC 보험' 들기 붐.
KIDC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고에 자극받은 사업자들이 IDC 시설에 대한 보험을 걱정하게 됐고, 고객사에 대한 피해 보상 문제도 고려하면서 고객사까지 보험을 권장하는 현상이 생겼다. 또 이전까지 서드파티를 통한 부가서비스 개념으로 접근하던 보안, 모니터링 서비스도 기본 서비스로 자리잡게 됐다.
앉아서 오는 손님만 받아도 아쉬울 것 없었던 IDC 사업자들의 태도가 지난해 말부터 서서히 변한 것은 이런 면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다. 소규모 닷컴 기업들에게 대형 통신사업자들이 운영하는 IDC는 '껄끄럽고 뻣뻣한' 공간이었던 게 사실.
IBR이 부분적으로 적용하거나 KIDC가 인텔 등 외국 사업자에게 시행하는 정도였던 SLA(Service Level Agreement)가 도입된 것도 대표적인 사례. GNG가 서비스 전반적으로 SLA를 적용하면서 다른 사업자들도 이 문제를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IDC 사업자들이 불황을 타개할 대안을 짜내는 과정에서 '매니지드(관리형) 서비스'에 눈을 돌리고 있는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인텔 온라인 서비스 사업부의 '웹 호스팅', IBM 글로벌서비스 사업부의 'e-비즈니스 호스팅'이 지난해 말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고, 한국PSINet이 매니지드 서비스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다. 이와 함께 중소 IDC들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PSINet의 호스팅사업본부 신중현 실장은 매니지드 서비스가 갑작스럽게 생겨난 것은 아니다. 이미 미국, 유럽 등에서 일부 제공됐으나 지난해 국내에선 이 서비스가 끼여들 여지가 없었다.
시작 단계였기 때문에 IDC의 규모와 외형이 강조됐고, 코로케이션 시설과 네트워크, 가격 등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시장이 위축되면서 오히려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대안으로 매니지드 서비스를 모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IDC는 500∼600억원 정도의 시장을 형성했으나 올해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1500억원 정도로 예상되는 것은 이 분야 매출도 고려됐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대부분의 IDC 사업자들은 실제로 자사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유력한 방법으로 매니지드 서비스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IDC의 이은재 팀장은 올 시장을 적게는 1000억원, 많게는 1500억원으로 보는 것은 기본적인 수요가 지난해와 같거나 낮은 수준이어도 나머지 매출을 매니지드 서비스와 부가서비스를 통해 채울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라며 IDC 부가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래도 IDC 시장은 성장한다
각 사업자들이 자사의 매출 목표를 비교적 높게 설정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올해 예상 매출액을 합칠 경우 전체 시장 전망치를 지나치게 웃돌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
매니지드 서비스가 코로케이션에 비해 최소 몇 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올해 시장 규모에 대한 예상치 자체가 의미 없을 수 있다.
또한 업계 관계자들은 기본 수요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한다. 웹 서버 몇 대 정도를 운영하는 닷컴에 비해 e-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는 일반 기업들이 하나둘 IDC에 입주할 경우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는다.
하나로통신 엔진(N-GENE)의 안병균 센터장은 최근 엔진에 유치한 신한은행이 이런 전망에 대한 신호탄이다. 지금까지 닷컴 위주의 영업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e-비즈니스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IDC의 주고객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자체 금융 포탈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하나로통신에 서버를 유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전반적인 경기 악화로 기업들의 신규 투자가 감소됐기 때문에 'e-비즈니스 전성시대'도 옛말이라는 것. 이 과정에서 수요에 비해 과잉 공급 상태인 IDC 사업자들을 솎아내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실제 1분기 매출을 보면 사업자들이 답답해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1분기 매출 결산이 끝나지 않아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할 수 없지만 3개월 동안의 매출을 어림짐작으로 산출해보면 지난해에 비해 저조한 수준이다.
서비스 관련 매출은 다른 분야보다 일시적인 변동폭이 덜하기 때문에 매출액 면에서 크게 줄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신규 수요 저하가 현저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한편 이런 수요 위축을 IDC 시장의 성숙 과정 중 한 단계로 보는 견해도 있다. 자연발생적인 매니지드 서비스 외에 새로운 시장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조건이 될 수도 있다는 것. IDC 자체를 IT 인프라로 이해하지 않고 IT 관련 서비스 플랫폼으로 본다면 신규 수요는 무궁무진할 수 있다.
한국통신의 e-비즈니스 사업본부 IDC사업팀 여민수 과장은 한국통신은 다른 사업과의 연계성을 고려해 IDC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B2B 마켓플레이스가 될 수 있고 향후 도래할 아웃소싱 시장의 중심 무대일 수도 있다.
또 ASP의 경우 지난해 소문만 무성한 잔치였지만 아직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이 시장에 대한 기대와 관심의 끈을 놓지 않은 상황이어서 올해 좀더 질적으로 발전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IDC 시장에 대한 시각 교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IDC 시장이 부동산처럼 '건물 짓고 공간을 임대하는 사업'이 아닌 이상, 단기적인 사업성만 강조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대규모 투자와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IDC 사업에서 당해연도 또는 익년도 매출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
한국통신의 여민수 과장은 최소한 내년을 예상하고 투자해야 한다. 당장 수익이 실현되지 않는다는 점만 강조하지 말고 향후 어떤 사업 방향을 갖고 있는지, 어떤 수익 모델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생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IDC 업계가 현재 내·외부적으로 구조조정의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IDC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각각의 IDC 사업자들이 앞으로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남느냐'에 더 비중을 실을 것이란 점이다. @
통신업체들의 IDC 서비스 현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