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의 소프트웨어 사업 재도전 「야망의 스타트」

일반입력 :2001/02/26 00:00

Wylie Wong and Stephen Shankland

이 같은 HP의 과감한 시도는 사업 전반에 걸쳐 완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매출 성장률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CEO 칼리 피오리나가 추진하고 있는 우선순위 전략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HP가 하드웨어 업체로 인식되고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 그것이다. 프린터, 휴대용 PC, 심지어 디지털 카메라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성공적으로 변신해온 HP지만 소프트웨어만큼은 기껏해야 명목상의 성공 정도로 치부될 수 있다는 점이다.포레스트 리서치 분석가인 프랭크 질레트는 “HP는 소프트웨어 인프라스트럭처를 제공함으로써 하드웨어와 서비스 영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지만 너무 늦게 게임에 뛰어들었다. 이번의 첫 시도는 이를 만회할 만큼 충분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OS 분야에서 HP는 지금까지 HP-UX 유닉스 제품을 경쟁업체인 썬의 솔라리스 드라이브나 심지어는 레드햇 수준만큼도 강력하게 드라이브하지 못했다. 칼데라 시스템즈 및 동종 업체들은 이미 리눅스 관련 제품의 라인업을 마친 상태다. HP는 대신 IBM, 컴팩 컴퓨터 및 다른 업체들의 전술을 적용하고 있다. 자체 OS 매출 증가를 위해 어느 정도 보수적인 정책을 구사하면서 동시에 윈도우를 지원함으로써 마이크로소프트에 편승한다는 것이다.OS 이외 분야의 경우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오픈픽스(OpenPix) 프린팅 소프트웨어, 버시큐어(VerSecure) 암호화 소프트웨어 등 미들웨어가 있지만 실적은 OS보다 더 미미한 수준이다. 또 드물게도 HP가 업계 최초로 E-스피크(E-speak) 웹서비스 소프트웨어를 출시한 적도 있지만 곧 경쟁업체에 인지도와 시장점유율을 고스란히 내주고 말았다.간단히 말하면 HP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오랫동안 굳건한 입지를 지켜온 하드웨어 거물이 과연 마이크로소프트, IBM, 썬 등 소프트웨어 거물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오라클 중역들은 HP를 미래의 경쟁상대로는 볼 수 있겠지만 현재는 경쟁상대가 아니라고 단언한다.오라클 제품 및 서비스 마케팅 수석 부사장인 제레미 버튼은 “HP는 썬을 주시하고 있다. 썬이 소프트웨어 영역으로 성공적으로 옮겨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오라클 역시 같은 경로를 따라가는 게 낫다. 이들 하드웨어 업체는 소프트웨어 업체로 탈바꿈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작업은 엄청난 규모의 문화 이동(cultural shift)이나 다름없다. 성공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보충역으로서의 소프트웨어HP는 또 한번의 실패를 경험할 만큼 충분한 여력이 없다. HP는 그동안 핵심 제품 라인(PC, 서버, 프린터)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보상받을 수 있는 잠재 시장으로 스토리지, 컨설팅 서비스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분야를 주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쟁업체인 IBM과 썬의 전략, 즉 고급형 컴퓨터 매출 증가를 위해 소프트웨어 제품 라인을 이용하는 전략을 모방하고 싶어한다. 현재 HP는 20억 달러를 소프트웨어 매출에서 거두고 있지만 이는 전체 매출의 4%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연간 13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IBM의 소프트웨어 그룹 매출은 전체 매출의 15% 정도에 달한다. 썬의 경우는 연간 매출 157억 달러 중 10억 달러 이상을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거둬들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분석가들은 HP가 지난 주 웹서비스에 적합한 백엔드 환경으로 역할할 수 있도록 설계된 넷액션(Netaction) 인터넷 소프트웨어를 번들 제공한다고 발표한 것은 일단 순조로운 출발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HP가 주요 e-비즈니스 소프트웨어 기술을 제공해 줄 업체인 블루스톤 소프트웨어(Bluestone Software)를 최근 합병했음에도 불구하고 분석가들, 심지어 HP 중역들조차도 여전히 핵심 제품군은 확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시인하고 있다.한편 썬은 최근 몇 년간 자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언어 개발, 소프트웨어 개발 툴 구매, 썬-AOL 공동 개발 제품인 아이플래닛(iPlanet) e-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시판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소프트웨어 분야에 접근했다. IBM 역시 서비스 이니셔티브와 함께 리눅스, 개방형 소스 소프트웨어 등을 발표하면서 소프트웨어 업계를 주도해왔다.그러나 HP 중역들은 아직은 낙관적이다. HP 소프트웨어 솔루션 조직 부사장인 빌 러셀은 HP가 적합한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전략을 갖고 있으며, 지금이 바로 이 전략을 현실화시킬 때라고 말한다.불과 14개월 전 스탠드얼론 소프트웨어 그룹을 출시한 HP는 최근 전체 소프트웨어 제품군을 2개의 핵심 패키지로 압축했다. 기업 컴퓨터 시스템 관리 및 모니터링 소프트웨어인 HP 오픈뷰 소프트웨어와 최근 선보인 넷액션 e-비즈니스 인프라스트럭처 소프트웨어가 그것이다.넷액션은 사용자의 웹 브라우저와 기업의 백엔드 데이터베이스간의 e-비즈니스 트랜잭션을 다루는 소프트웨어인 블루스톤의 애플리케이션 서버와 기업의 웹 서비스 구축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인 E-스피크를 포함하고 있다. 이 전략은 곧 사용자가 자신의 PC나 넷 디바이스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컴퓨팅 환경의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즉 설치, 유지보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문제로 고민할 필요 없이 웹을 통해 필요한 소프트웨어에 액세스할 수 있다는 것이다.업계 최초의 시도지만 아직은 불충분분석가들은 소프트웨어 제조업체들이 최근 앞다퉈 웹 서비스 구축 전략을 발표하고는 있지만 HP의 전략이 이들보다 한 발짝 앞선 아이디어와 소프트웨어라는 점을 인정한다.하지만 한편으로는 HP의 소프트웨어 제품군은 마이크로소프트나 오라클, IBM, 썬, BEA 시스템 등에 비해 광범위하지 못하다고 평가한다. HP가 두 가지 핵심 제품군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프로그래머들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고 테스트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툴과 기업이 웹상에서 데이터를 교환하고 비즈니스를 수행할 수 있도록 컴퓨팅 시스템을 연결해주는 기술인 통합 소프트웨어가 그것이다.이 점이 바로 최근 HP 서버 전략을 대부분 수정했던 러셀이 “HP의 최우선 과제는 소프트웨어 통합과 개발 툴 분야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던 이유다. 20년 간 HP에서 일해왔던 베테랑인 러셀은 “파트너십 체결이나 공동 기술 개발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히며, 협력 가능한 업체로 팁코(Tibco), 웹메소드(WebMethods) 등 통합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거론했다.CEO 칼리 피오리나 역시 재무 분석가들과의 전화 컨퍼런스에서 이와 유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녀는 “현재 우리의 소프트웨어 전략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지만, 더 나은 소프트웨어 제품군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이어 “HP의 제품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드라이브하기 위해 ISV(Independent Software Vendor) 및 시스템 통합 업체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이 바로 지금까지 HP의 약점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피오리나의 이 같은 전략이 실제 HP 내에서 적용되고 있다는 몇 가지 신호가 있다. 브로드비전의 플랫폼 협력 부문 부사장 겸 이사인 로저 골라트는 “4년전 HP가 브로드비전(BroadVision)의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기 시작했을 때는 브로드비전 중역들이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컨설팅 서비스 등 HP 각각의 디비전과 개별적으로 업무를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HP 디비전과 공동으로 업무를 진행중”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단초다.예를 들어 과거에는 동일한 잠재 고객을 두고 4명의 영업 담당자들이 개별적으로 접촉했지만 지금은 영업력 향상을 위해 한 사람으로 고객 접점을 통일했다. 분석가들은 HP의 성공이 비즈니스 협력 관계와 마케팅 강화를 통해 가능했다고 평가한다.도큘랩스(Doculabs)의 분석가인 지투 패텔은 “아이플래넛 소프트웨어에 모바일 기능을 추가하고 있는 썬 역시 이 같은 난관에 봉착해 있다. 썬은 하드웨어 제조와 선적 부문에서 HP와 동일한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지원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 부문만큼은 확실히 다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이런 프로세스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제품, 패키지, 출시에 이르기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방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기업이다. HP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만큼은 프린터 분야만큼의 공식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설명한다.그러나 러셀은 HP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 실례로 HP가 소프트웨어 디비전을 신설하면서 넷액션 그룹 책임자로 전 블루스톤 CEO인 케빈 킬로이를 선임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HP는 지금까지 내부 승진을 원칙으로 해왔다. “케빈을 선임한 것은 기존의 HP 관행을 무너뜨린 것”이라는 것이 러셀의 부언이다.허위쯔 그룹(Hurwitz Group) 분석가인 에반 퀸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보여주고 있는 HP의 노력은 유닉스 OS 및 기타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 툴을 선보였던 지난 6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강조한다. 그는 “HP는 공격적으로 시장에 접근해, 오픈뷰의 경우 시스템 관리 분야에서 강력한 위치를 점유하게 됐다. 하지만 HP는 실제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주요 사업 분야로 간주하지 않았었다”고 말한다.기가 인포메이션 그룹(Giga Information Group) 분석가인 마이크 길핀은 HP가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잠재력은 충분히 있다고 평가한다. 그는 “이 질문은 누구나 던질 수 있지만 해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HP는 블루스톤을 핵심 지원자로 포진시켰으며, 소프트웨어 제품 전략 책임자들 역시 고객 요구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