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e-angle] IT 신기술 도입 위한 기준안을 만들자

전문가 칼럼입력 :2001/01/29 00:00

이상훈

필자는 지난 주 ‘더욱 성숙해지는 2001년 IT 시장’이란 주제로 칼럼을 썼다. IT 관리자들이 도입하려는 관심 분야를 12가지로 들고, 이를 겨냥한 e-비즈니스 IT 업계의 동향을 짧게나마 게재했다. 그렇다면 IT 관리자는 어떻게 이런 기술을 도입해야 하는가? 먼저 전제할 것은 기업의 구매 담당자들이 IT 기술 도입에 예년과 달리 매우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우선 경기 침체로 기업의 IT 투자 예산이 지난해와 다르다. 또 지난해 사업 확장 목적으로 막대한 투자를 했다면 올해는 그 투자만으로 충분히 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기업에 있어 IT 분야의 업그레이드나 신규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 B2B e-비즈니스 시장이 매년 기하급수로 증가하고 있고, 새로운 사업 기회로 여전히 인터넷이 그 위세를 떨치고 있어 투자는 뒤따를 수밖에 없다.또한 기업 자산·인력·정보 등의 관리를 효율화하기 위해서는 IT 기술 도입이 선행돼야 한다. 이는 정보산업뿐 아니라 모든 업종에서 그러하다. 미국의 한 IT 조사업체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IT 예산이 전체 기업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년 증가해 불경기 속에서도 10% 내외를 차지한다고 한다.그렇다면 어떻게 IT 기술을 도입할까? e-비즈니스 IT 기술의 발전은 빌 게이츠가 말한 것처럼 ‘생각의 속도’만큼 빠르다. 과거의 관행처럼 IT 기술을 도입했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때문에 IT 관리자들은 신기술 도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그렇다고 선정할 기술을 가늠할 명료한 비교치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제는 계량화되는 기준보다 좀더 복잡하고 유연한 분석 방법으로 IT 기술 도입을 모색해야 한다.하지만, 기술적인 다양성에 관계없이 관리자는 아무리 새롭고 대단한 기술이라도 동일한 평가 과정을 적용해야 한다. 결국 IT 관리자는 신기술을 ‘포장’하고 있는 마케팅 요소를 벗겨내야 하며, 현재 보유한 인프라에 대한 잠재력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먼저 기능성 문제다. 신기술 평가의 제1 단계는 마케팅 용어를 한 쪽으로 제쳐놓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상세히 조사해 보자. 기술을 이해하고, 기본 아키텍처는 무엇인지, 어떻게 운용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런 정보는 국내에서 발행되는 여러 IT 전문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두번째는 특정 업체의 종속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뻔하게 들릴 수도 있으나 업그레이드를 계획하고 있다면, 해당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다음 업그레이드시에 다른 업체 솔루션과의 통합이 좀더 어려워질지 아닐지 예상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단일 업체의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구매할 수도 있으나 가격 경쟁과 강제적인 업그레이드 방지 차원에서 다른 회사의 기술을 도입할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된다. 물론 신기술 역시 ‘개방화’ 추세로 접어들고 있다.세번째는 현재의 인프라 환경과 어울리는지 검토하는 일이다. 신기술을 이해했다면, 그 기술의 설계 목표를 현재의 기업 환경과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은 확실하게 해두는 것이 좋다.예를 들어 현재의 CRM(고객관계관리)처럼 ERP(전사적 자원 계획)가 업계의 화두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성공적인 ERP 도입 사례로 거론할 수 있는 곳은 드물다. 선진 경영 기법에 기반한 IT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웬만한 기업들이 앞다퉈 도입했지만, 많은 시행 착오를 거쳐야 했고, 경비를 지출해야 했다. 심지어 이미 구축된 시스템을 뒤엎고 경쟁사의 솔루션으로 다시 구축하는 일도 있었다.네번째로, 도입 후의 효과를 예측해야 한다. 현재의 인프라에서 신기술이 제공하는 장점을 적용할 경우 예상되는 이득과 구현에 필요한 노력을 저울질해야 한다. 기존에 보유한 장비가 새로운 설계 방법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 또한 어떤 조정 작업이 필요한지도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한다.다섯번째는 공급업체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업체들은 경쟁 업체의 기술에 대해 관리자보다 훨씬 더 많은 조사를 했을 것이다.한 회사가 자사의 제품을 소개할 때, 현재 고려중인 다른 회사의 제품과의 접근 방식 비교 자료를 요청한다. 요청을 받은 업체는 기꺼이 경쟁사 제품의 단점을 설명해 줄 것이다. 이렇게 하면 부각되지 않을 수도 있는 문제점들을 밝혀낼 수 있다.마지막으로 향후의 표준 준수 여부도 유의하자. 대부분의 신기술은 표준안을 수반한다. 소프트웨어 또는 하드웨어 업그레이드가 필요한지 밝혀내고 이런 업그레이드가 무상으로 제공될 것임을 보장받는다.올해는 IT 산업만 성숙되는 것이 아니라 수요 업체 역시 당당한 고객으로 성숙해야 할 것이다. IT 기술을 과신한 나머지 지나친 투자가 이뤄진 때가 있었다. 기업의 IT 관리자들이라면 IT 신기술 도입을 위한 기준을 만드는 것도 연초에 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