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아직 자동차를 갖고 있지 못한데, 꼭 필요한 일(?)이 생겨 조만간 마련할 생각이다. 같은 가격대의 어떤 차를 선택할 지 몰라 고민하던중 자동차 관련 웹사이트를 찾아갔다. 자동차 제조업체 사이트뿐 아니라 동호회의 게시판을 보다 우연히 말로만 듣던 안티사이트까지 들어가게 됐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말도 많았지만 정말 심한 표현의 글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정보를 얻으러 들어갔다가 오히려 머리가 더 혼란스러워질 때도 있었다. 이와 관련이 없지만 일부 사이트에서는 운영자의 목적과 부합되지 않은 게시물은 사용자의 동의없이 삭제하는 경우까지 발생해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분명 자신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손님'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고 정도를 넘어선 표현을 마구 토해내는 것일 수도 있다.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졌다면 상식(?)에서 벗어나는 표현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필자는 최근 게시판도 뉴스그룹도 웹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 정보 공유의 장을 만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이번에 소개할 위키위키(WikiWiki)가 바로 그것이다. 일부 독자는 벌써 참여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하와이어로 '빨리빨리'라는 뜻인 위키위키는 누구나 '자유롭게' 정보와 지식을 편집할 수 있는 웹 페이지 모음으로, 펄 CGI 스크립트와 데이터베이스로 구성돼 있다. 지난 1994년,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Ward Cunningham(http://c2.com/cgi/wiki?WardCunningham)가 특정 목적을 수행중인 관련 분야 대가들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내놓은 기술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웹의 탄생 배경과 비슷하다. 현재 위키위키 개념을 응용한 다양한 위키 사이트가 있지만, 여기서는 오리지널 위키 사이트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모든 위키 문서는 'http://c2.com/cgi/wiki?위키문서이름(위키네임이라 함)' 형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위키네임은 SeyoungPark과 같이 두 개 이상의 대문자로 연결된 단어다.위키 사이트에 새로운 페이지를 추가하려면 EditText 편집창에 영어로 SeyoungPark과 같이 위키네임을 입력하거나(중간에 빈칸이 있으면 링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http://c2.com/cgi/wiki?edit=SeyoungPark' 형식으로 브라우저 주소 입력창에 입력해도 된다(현재로서는 알파벳 문자만 위키형식에서 지원한다. 한글에서도 위키 형식을 구현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위키는 웹 기술을 쓰고 있으면서도 관리자와 사용자 간의 구분이 엄격한 기존 웹과 달리 사용자가 곧 주인인 정보 공유의 장이다. 권한을 구분하는 일부 위키 사이트도 있지만, 원래 위키는 웹 페이지를 누가 '보호하지 않는다'는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위키위키 사이트에 '한국의 문제는 정치, 경제, 교육에 있다고 본다'고 작성해 놓으면 제 3의 사용자가 이 글에 오류가 있다고 생각하면 원 저자가 쓴 내용의 일부를 지우고 자신의 글로 채우거나, 그 아래 자신의 의견을 남겨둔다. 이때 제 3의 사용자가 들어와 두 사람의 생각을 모아 더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같은 일이 위키위키 사이트에서 끊임없이 이뤄질 수 있다. 여러 명의 의견이 모아지면 하나의 정제된 정보가 만들어지게 된다. 특히 KoreaEconomy처럼 위키네임 형식을 따른 단어의 경우 이미 같은 단어가 있으면 자동으로 링크가 되고 처음 등장하는 위키네임(두 개의 대문자가 들어간 단어)일 경우 자동으로 뒤에 물음표가 붙는다. 이 물음표에 다시 설명을 넣으면 된다. 누구나 고치거나 지울 수 있고 추가할 수 있다면 문제가 있을 거라고 보지 않은가? 물론 그렇다. 잘 하면 꽃밭이 되지만, 잘못하면 진흙탕이 될 수도 있는 위험이 따르는 것이다. 그렇지만 앞서 소개했듯이 위키위키는 전적으로 참여자의 양심과 도덕성 수준 높은 비판의식, 자율성을 전제로 운영된다.하나의 예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처럼 '나는'을 제시하면서 올린 글에 대해서는 제3자가 함부로 고치거나 삭제하는 것은 위키위키의 원칙에서 벗어난다. 대신 필자를 명시하지 않은 글은 모두가 그 글을 수정할 수 있고, 또 그것이 요청되는 글이다. 따라서 글을 쓸 때는 항상 '나' 또는 '이름'을 명시할지 생각해 보고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밝히는 것이 좋다. 위키의 장점은 기타 웹 커뮤니티에서 문제로 여기고 금기시하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데서 온다. 예컨대 익명의 글이나, 남이 쓴 글에 대한 수정 권한이 오히려 위키위키에서는 더 많은 발전을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참여자들의 수준 높은 자율적 사고(autonomous thinking)가 뒷받침돼야만 한다. 글을 쓰는 적극적인 참여자들과 비판적인 대중이 없으면 이런 '절대 자유'의 공간은 운영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조지아 공대는 학과 수업에 이 위키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http://swiki.cc.gatech.edu:8080/). 각 팀마다 위키 공간을 주고, 이를 학생과 교수가 함께 사용하도록 한다. 교수와 학생이 전혀 거리낌없이 자유로이 생각을 나누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도출하는 것이다. 학생들간의 비격식적인 대화에서부터, 수업 관련 공지는 물론이고 교수와 학생간의 토론, 다자 대 다자간의 대화가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었다. e-메일은 일대일 대화만이 가능하다. 메일링 리스트를 사용하거나 뉴스그룹 또는 웹 게시판을 사용해도 기본적인 구도는 일대일 대화의 양상이다. 내 글의 공간과 남의 글의 공간이 물리적으로 엄격히 구분되기 때문이다. 위키위키는 현재의 웹처럼 사용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일시에 큰 파급 효과는 가져오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 운영방식에 있어 기존 웹이나 P2P, 인스턴트 메신저 등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힘을 갖고 있다. 그 힘은 바로 자유와 참여에서 나온다. 모든 것이 자유롭고, 모두가 동등하며, 어떠한 물리적 제약도 존재하지 않는 데서 발생하는 힘 말이다(실질적 제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이는 좀더 무형적으로 일종의 문화나 암묵적 합의로서 존재한다). 비싼 KMS나 인트라넷을 도입하고도 그 효율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 위키위키는 해결책이 될지도 모른다.참고로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2월호에서 소개할 것이다. 이 글은 중앙대 컴퓨터공학과 김창준 씨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것임을 밝혀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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