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무리수일까. 인터넷 서비스를, 아주 유익하고 즐거운 인터넷 서비스를 유료화한다는 것이 아직은 시기 상조일까. 수익 모델 때문에 궁지에 몰린 많은 닷컴 기업들이 업계의 썰렁한 시선을 벗어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노력만큼의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최근 온라인 게임 포트리스의 유료화를 둘러싼 일련의 사항들은 이런 닷컴 업체들의 어려움을 너무나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혹시 퀴즈퀴즈퀴즈란 게임을 기억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필자도 한때 즐겼던 게임인데(실력이 변변찮아 늑대 얼굴에 썬글라스 하나밖에 사지 못했었다), 무료 온라인 게임으로 인기가 천정부지로 치솟던 중 전격 유료화와 함께 게임사의 저편으로 사라졌다.유료화로 관심 집중 상태인 포트리스 역시 무료 온라인 게임으로 출발했다. 리니지와 같은 대규모 멀티플레이어 게임은 아니지만, 단순한 듯 하면서도 인터넷을 통한 멀티플레이어의 묘미를 잘 살린 이 게임 역시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필자도 물대포를 이용해 상대편을 물먹이는 재미에 한동안 빠져 있었다.그런데 문제는 이 잘 빠진 게임이 돈이 안된다는 것이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사용자는 계속 늘어나고 서버도 증설해야 되는데, 누구나 알고 있듯이 광고 같은 걸로는 수지타산을 맞출 수가 없는 것이다. 유료화를 했으면 좋겠는데, 리니지같은 온라인 머그 게임과는 달라 개인 사용자 대상으로 돈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퀴즈퀴즈퀴즈를 생각하면 자칫 스스로 문을 닫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포트리스 서비스 업체인 CCR은 최근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PC방 업체들이 가만 있을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PC방 업체들에게 돈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몇 백만을 넘어선 브로드밴드 인터넷 서비스 사용자들은 무료로 사용하는데, PC방에서만 돈을 받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돈을 내지 않은 PC방 업체들의 접속만을 차단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인 것이다. 한동안 포트리스 서비스에 접속이 안된다는 항의가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에게 쏟아졌고, IP 풀을 공개하느니 마느니 하는 논쟁이 ‘왔다갔다’하게 됐다. 이런 와중에 사용자들은 ‘CCR이 돈독이 올랐다’는 식의 질타를 하기도 하고, 난데없이 중간에 끼이게 된 ISP 업체들도 골머리를 썩고 있는 실정이다.닷컴 업체들이 자사의 서비스로 수익을 내기 위한 방법은 앞으로도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은 사용자 정서에서 유료화는 가장 원론적이면서도 가장 위험한 방법이다. 포트리스가 취하고 있는 방법은 돈을 걷기 쉬운 곳을 공략한 편법이지만, 그 속앓이에 공감이 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하지만 실행 방법은 조악하다. PC방에서 요금을 받기 위해 일반 사용자라고 자처한 사용자의 IP를 PC방 IP가 아닌지 확인한 다음에 이를 등록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엄청난 수의 포트리스 애호가들을 생각하면 다소 터무니없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ISP의 모든 사용자가 포트리스를 하는 것은 아닌데, ISP의 IP 풀을 모조리 등록한다는 것도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유료화의 기반이 되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도 완전히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아직 혼란 상태에 있는 포트리스의 유료화는 닷컴 업체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ISP, 사용자 모두가 향후를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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