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리더 12인의 비전 2001⑥ 딴지그룹 김어준 총수

일반입력 :2001/01/06 00:00

이용태 기자

상식적인 생각과 행동이 그 자체로 인정되지 않는 곳이 바로 우리 사회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언론이고, 그 가운데 조선일보가 있다. 그들의 냉전적인 시각, 극우적인 색깔이 우리 사회에 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아니 나쁜 놈, 미친놈들이라고 생각했다. 몰상식하고, 비정상적인 그들이 권력을 소유하고, 독점을 행사하고 있었기에 언어적 유희를 통한 똥침을 무기로 그들을 공격했다. 딴지일보가 날린 정의의 똥침에 많은 사람들이 통쾌해했던 것은 우리의 논리가 지극히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누구나 생각은 하지만 실행하지 못했던 일들을 먼저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에게 '졸라' '씨바'를 입에 달고, 늘 똥침이나 먹이는(?) 것이 어떤 대안을 제시하느냐고 이야기하지 말라.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논리를 통해 사회 부조리를 고발할 뿐이다. 조선시대 양반전을 놓고, 너희는 왜 목민심서와 같이 이러이러한 것을 잘해야 한다, 잘하려면 어떻게 해라, 뭐 이런 이야기가 없냐고 비판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양반전은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었다. 딴지의 존재 이유는 부조리 고발과 주의 환기이다. 우리에게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딴지에게 딴지가 아닌 다른 뭔가가 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졸라 멋진 딴지만의 아젠다요즘 딴지일보의 상업성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처음에는 광고 안싣는다고 했다가 요즘 싣는 이유가 뭐냐, 정치·경제 비중이 줄어들고 영화·문화·엔터테인먼트가 늘어나는 이유는 뭐냐는 질문들이 바로 그것이다. 딴지일보 이후 지금의 오마이뉴스까지, 수많은 온라인 미디어가 생겨났다가 곧 없어지곤 했다. 나름대로 자리를 잡은 미디어는 딴지와 오마이뉴스 정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상업성을 담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 닷컴기업의 수익 부재 이야기와 똑같은 이야기다. 최소한의 물적 토대가 확보돼야 생산, 재생산이 가능하다. 실패한 온라인 미디어들은 이것을 간과했다. 사이트를 구성하는 메뉴와 필진은 맨 나중에 정해도 된다. 사업 계획과 기조를 먼저 정해야 한다. 그 토대 위에서 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한다.처음 시작했을 때는 이 일을 계속할 것인지 1년 동안 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하려면 제대로 하고, 아니면 말구, 뭐 이런 생각이었다. 그 때는 광고 받을 필요가 없었다. 왜냐? 나 혼자 좀 고생해서 만드는 일에 굳이 광고를 받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1년 지나서 제대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딴지일보를 만들었을 때의 생각을 구체화시키면서 본격적인 사업 모양새를 갖추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광고도 받기 시작했다. 문화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도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행해진 것이다. 궁극적으로 소비자 문제에 집중할 생각이다. 처음 1년은 정치·경제, 그 다음 1년은 문화·엔터테인먼트, 최종적으로 소비자, 졸라 멋지게 말하면 바로 딴지의 아젠다이다. 웹토이로 미디어 권력 구조를 뒤집는다최근 웹토이라는 장난감(?)을 개발했다. 어떤 사람들은 딴지가 완전히 돈에 눈이 멀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골드뱅크가 농구팀을 운영하고 삼성이 밥장사를 하는 것처럼, 국내 유일 민족정론 싸이버 싸이비 황색 저널 딴지도 문어발식 확장을 한다고 개탄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라. 그 비밀을 알려주마.텍스트 미디어에서 오디오 컨텐트를 추가할 계획이다. 그런데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인터넷 방송은 장사가 되지 않는다. 속도가 안나온다, 컨텐트 질이 떨어진다 등의 이유를 제시하는데, 그건 아니다. 컨텐트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의 구조적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중파 방송은 '방송국-TV-시청자'와 같이 도식화할 수 있다. 이 구조에서는 방송국이 TV를 장악한다. 시청자에게는 채널 선택권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메이저만 따지면 3∼4개 정도의 선택권이 있을 뿐이다. 한편 인터넷 방송은 '방송-PC-유저'로 단순화할 수 있다. 그런데 PC는 인터넷 방송 수신 전용 기기가 아니다. 단지 다양한 기능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또한 인터넷 방송국 수도 1,000개를 육박하고 있다. 채널 선택권을 따지면 기존 방송은 1,000만 명이 3∼4개의 채널을 선택할 수 있다면 인터넷 방송은 10만 개의 채널을 고를 수 있다. 인터넷 방송은 유저가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인터넷 방송은 동시접속자 수가 나올 수 없다. 이 구조를 바꾸려면 방송국이 PC를 장악해야 한다. 그러나 이건 불가능하다. 어떤 네티즌이 방송국이 자기 PC를 장악하는 것은 용인한단 말인가? 그래서 우리는 PC에 뭔가를 장착하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웹토이다. 웹토이를 구입한 유저는 우리 방송을 듣고 싶을 때, 이것을 작동시키기만 하면 된다. 이것을 통해 딴지의 오디오 컨텐트를 제공할 계획이다. 웹토이가 어느 정도 배포가 되면 인터넷 방송도 가능성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웹토이는 미디어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적 장치이자 새로운 실험인 셈이다. 고객 충성도와 오프라인 접점 모델매체 파워가 없는 것은 비단 인터넷 방송만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 문제도 문제지만, 컨텐트로 돈 벌기는 힘들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우리나라는 컨텐트를 돈주고 산다는 마인드가 없다. 여기에 저작권 문제도 한 몫한다. 이 문제의 대안을 나름대로 생각해 봤다. 첫째, 자신들의 사업 계획과 기조에 맞는 오프라인 접점 확보에서 찾아야 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훌륭한 컨텐트와 이를 구입할만한 사람이 존재해야 한다. 여기에 오프라인 아이템이 결합되어야 사업적 비전이 있다고 본다. 오프라인에만 혹은 온라인에만 존재하는 미디어는 가능성 없다. 한마디로 온·오프를 결합해서 둘 다 잘하자는 얘기다. 이렇게 되려면 적어도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본다. 둘째, 고객 충성도를 수치화해서 수익 모델의 근거로 개발해야 한다. 지금까지 회원수와 조회수로 사이트 가치를 측정하고 이를 수익과 바로 연결시켰다. 그러나 실제 사이트의 가치, 그리고 이와 연결된 수익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따라서 고객의 충성도가 어떻게 수익성과 연결될 수 있는지를 증명할 고리가 필요하다. 또한 고객의 충성도는 온라인 미디어의 매체 파워를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을 잴 척도도 없고, 방법도 개발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각자의 모델에 맞게 이를 연구해야 한다. 이러한 기업의 고객에 대한 신뢰도, 고객의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그 접점에 오프라인 아이템이 결합되는 비즈니스가 필요하다. 이것이 이루어지면 오프라인에만 존재하는 미디어보다 월등한 파워를 지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번 뒤집어 봐! 싫음 말구인터넷으로 뭘 해보려는 사람들한테 판을 확 뒤집을 만한 일을 찾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아이템과 아이디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기존 오프라인의 부조리나 관행 때문에 구조 개편이 불가능했던 일들 중에 인터넷이 가져온 구조의 변화, 힘의 역학 관계의 변화가 있는 분야가 존재한다. 아직도 발견되지 않는 분야가 분명 있을 것이다. 딴지도 그런 분야 가운데 언론 쪽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이 없었던들 누가 신문을 만들 생각을 할 수 있었겠는가? 인터넷은 적은 비용으로 연대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를 제공함으로써 소수가 독점하고 있는 권력을 분산시킨다. 우리가 마땅히 갖고 있어야 될 우리의 권리를 우리 스스로 요구할 수 있게 됐고,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됐다. 이것이 젊은 사람들이 노려야 하는 분야다. 판을 뒤집고 새 판을 짤 수 있는 일 같은 것, 바로 그거다. 단순히 우리 삶을 편안하게 하고, 기존 판에 뭔가를 추가하는 것은 기업들, 특히 대기업들이 다 한다. 좀 애매 모호한 이야기였나? 한번 치열하게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싫음 말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