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언의 눈높이 IT] 웹 CI, 처음부터 다시 하자

전문가 칼럼입력 :2000/11/29 00:00

김재언 기자

연말이 되면 인터넷 제작업계가 바쁘게 움직인다. 대기업의 홈페이지 제작을 위한 경쟁 프리젠테이션이 줄지어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웹 디자인부터 eCRM에 필요한 개발까지, 내년 온라인 마케팅의 근간이 되는 인터넷 홈페이지들의 신규 제작 건이 늘고 있는 것이다.과거 광고 대행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필자는 웹 제작업체들을 많이 알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올 중반까지는 물량이 쏟아져 웹 제작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대부분 이런 회사에 근무하던 사람들이 회사를 나와 새로 회사를 만들어 나갔기 때문이다.최근 경기 침체로 제작 물량이 줄고 수주 비용 역시 축소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한번의 경쟁 프리젠테이션으로 끝나지 않고 2차, 3차로 경쟁 입찰이 이어진다. 헐값을 선호하는 기업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대부분의 대기업이 웹 제작업체를 채택하는 방식은 여전히 구태의연하다. 제작업체의 실적을 보고 새로운 기획안과 디자인 안을 요구한다. 업체들은 밤을 세워가며 토론하고 제안서를 쓰고 제작물을 제작하면서 열심히 준비하지만 막상 프리젠테이션 결과는 싱겁기 그지 없다.왜냐하면 보기에 예쁜 디자인이나 저렴한 가격에 풍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질문도 단편적이거나 알아서 다 해줄 수 있냐는 슈퍼맨의 역량을 확인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올 초 인터넷 제작업체의 화두는 웹 에이전시였다. 디자인 제작, 기술 개발, 온라인 마케팅 수립 및 실행, 광고 대행 등 ‘온라인 슈퍼맨’을 자칭하는 업체들이 줄을 이었다.사실 필자도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웹 에이전시가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 명확히 정의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웹 디자인, 웹 기술개발, 미디어랩, 네트워크 애드, 마케팅 컨설팅, 마케팅 리서치 회사와 어떻게 구별하는지 아니면 이들을 전부 포괄한다는 허무맹랑한 정의밖에 안되는 건지.물론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빠르게 발전하는 인터넷 마케팅의 개념을 실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제작업체들의 화려한 디자인 시안과 알 수 없는 신기술 용어에 현혹되기 싶다. 이들 회사의 담당자들이 온라인 마케팅 업무를 단편적으로 볼 수밖에 없고 실력자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은 공감하는 바다.그러나 대기업의 마케팅 부서는 고객의 접점에서 이미 많은 경험과 통찰력을 갖고 있다. 신기술을 적용하면 고객의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는 있지만 지속할 수 없다는 것과 예쁜 디자인만으로 기업 전체 이미지를 형성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마케팅 전문가들이다.단 하나의 로고 타입을 만들기 위해 수억원의 비용을 들이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닌가. 소위 CI(Corporate Identity) 작업을 통해 광고와 다른 통일적인 마케팅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미 많은 비용을 들여 시행착오를 거듭한 결과 알고 있지 않은지.이제 기업의 인터넷 홈페이지도 단순한 광고 아이디어로 접근하는 것에서 벗어나 통일성과 사용자 행태를 근간으로 하는 고객관리 기반의 마케팅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물론 예쁜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또한 담당자의 온라인 마케팅에 대한 지식도 요구된다.특히 외국의 GE, 인텔, 시티 뱅크, IBM 등의 웹 CI 매뉴얼을 모방해 흉내내는 제작업체의 역량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다. 제작업체 스스로 갖추고 있지 않은 역량을 무리해서 과대포장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감언이설로 성사된 웹 CI 계약은 3개월이 지나면 회사의 존폐에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웹 CI는 단순히 이미지 통일이라는 디자인만의 이슈는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을 알아야 하고 온라인 마케팅을 이해하며, 사례 연구를 충분히 해야 하고 경험을 갖고 있어야 한다. 진입 장벽이 높은 사업 영역이다.비교할 수 있는 오프라인 사업인 중소 광고 디자인 회사에서 기업의 로고를 현재도 부분적으로 그려주고는 있다. 그러나 진정한 CI를 다루는 회사는 몇 개 안 된다는 것을 우린 이미 보고 있다. 결국 기업의 담당자와 의사 결정자들의 웹 CI에 대한 이해와 개념이 전제가 돼야 하며 웹 CI를 수행할 수 있는 실력있는 제작업체만이 성공적인 웹 CI를 할 수 있다. 또한 만드는 것보다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함을 수많은 체트 리스트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국내 몇몇 대기업에서 웹 VI(Visual Idnetity), 온라인 아이덴티티, 웹 CI 란 화두로 지난해부터 작업해 성공한 경우도 전해 듣고 있다. 결과적으로 비용 절감과 관리의 용이성 그리고 온라인 마케팅으로의 진보라는 성과를 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런 성공 요소와 지식 그리고 체크 리스트를 토크백에 담아 공유할 수는 없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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