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언의 눈높이 IT] 멀티미디어 저널리즘 감잡기

전문가 칼럼입력 :2000/11/15 00:00

김재언 기자

어느날 대학 캠퍼스에서 같이 동고동락했던 친구로부터 다짜고짜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박사 과정에 진학하려고 하는데 도움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그 친구는 만나자 대뜸 하는 질문이 ‘멀티미디어 저널리즘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설명해 달라고 했다. 직접 경영을 하고 있으니 필요한 자료나 조언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왔단다.현재 인터넷으로만 서비스하고 있는 지디넷 코리아, 코리아 씨넷, 코리아인터넷닷컴, 아이뉴스24, 오마이뉴스, 머니오케이, 딴지일보 등은 온라인 저널리즘이란 주제에 접근 가능한 매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필자는 지디넷 코리아를 경영하면서 매스미디어의 저널리즘과 비교한 온라인 저널리즘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편이다. 그동안 지인들과 얘기를 나눠 봤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론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24시간 ‘On-Air’라는 것과 독자와의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 어떤 현상을 가져 올 것이며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아직도 논란과정에 있다.지금까지 업계사람들과 필자가 토론하고 있는 현상을 간략히 정리하면,첫째, 방송보다도 기사의 휘발성이 강하다. 즉 고객이 읽을 수 있는 가시거리 측면에서 신문, 방송은 하루 혹은 한달 이상 읽힐 수 있다. 반면 온라인 미디어는 고객이 검색을 통해 열심히 찾지 않는 한 쉽게 접할 수 있는 페이지에 존재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둘째, 그러나 기사는 데이터베이스화 되면서 다른 어떤 매스미디어보다 생명력이 강하다. 반면 적극적인 사용자를 통한 사용 빈도도 상당히 높다.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갖는 매스미디어가 하지 못하는 관련기사를 하이퍼링크로 제공해 독자들이 보다 많은 컨텐츠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셋째, 기사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이고 파급 효과가 광범위하다. 토크백(TalkBack) 기능을 통해 기사나 컬럼에 대해 즉각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올릴 수 있으며, 이러한 독자의 의견은 매스미디어와 달리 게이트키핑(Gatekeeping)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뉴스게릴라’라는 새로운 취재원을 통해 전통적인 게이트키핑 과정이 붕괴되기까지도 한다. 소위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은 온라인 미디어만의 탁월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기사 게이트키핑 과정 즉, 편집장이 어떤 방향으로 기사를 구성할 것이며 어떤 기사를 헤드라인으로 올릴 것인지에 대한 과정이 보다 다차원적으로 이뤄진다. 진실 보도보다는 사실 보도에 치중, 시비가 자주 일어날 수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기사 내용이 더욱 알차지며, 일목요연하게 관련기사를 묶어줌으로써 이런 약점을 보강할 수는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취재원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해 또 다른 저널리즘을 양산할 수 있다. 즉각적인 독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두루뭉실한 기사를 양산하기도 하고, 때론 독자들을 더욱 자극하는 기사로 흘러가기도 한다.또한 우리집 강아지가 죽었다는 기사도 다루는 사이트가 등장하기도 한다. 소수의 정보제공자라는 개념에서 정보제공자가 곧 정보수용자이고 정보수용자 역시 언제든 정보제공자로 자리바꿈을 할 수 있다는 정보생산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라자스펠트가 주장한 환경감시, 상관조정, 문화전승, 오락이라는 언론의 기능에 또 하나를 첨가해야 할 때인 것 같다. 특히 지디넷과 같이 전문 정보를 기사화하는 미디어 사이트는 비중이 달라지고 있다. 특정 IT기업의 비리나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 기능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신제품 홍보가 어떤 때는 중요한 뉴스의 가치로 자리잡게 되며, 하나의 사실에 대한 다양한 전문적인 해석이 보다 중요한 가치를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또한 전문가로서의 취재가 더욱 요구되며, 때론 기자보다 더 전문적인 사람의 의견이 직접 보도되기도 한다. 언론이 만들어낸 의사환경(pseudo-environment)이라는 논의보다는 전문지식의 상관조정으로의 논의가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는다.즉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나 표준화에 대해서 필요한 요소들을 빠짐없이 나열하여야 하고 이를 종합한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런 관점에 대한 전문독자들과의 논의가 인터넷상에서 가능해야 하며, 온라인 미디어는 그런 논의의 기회를 언제든 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온라인 저널리즘은 정보를 종합해 사회가치에 따라 편집장이 독자에게 알리는 단계를 지나서 독자와 함께 현상과 분석을 논의해야 하는 과정적인 모델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그렇다면 현재 얻은 정보가 사실성은 담보하지만 진실성을 입증하기 위해 시간이 소요된다면 그 기사는 온라인 미디어에 일단 게재해야 하는가? 아니면 진실성이 입증된 상태에서 게재해야 하는가?다수의 관점이 필요한 미디어라면 게이트키퍼(편집장)의 권한은 최소의 통제라는 개념에서 묶어 둬야 할 것인가? 아니면 기존 언론의 내부 방침을 준수해 권한을 유지해야 하는가?독자들의 온라인 저널리즘에 대한 생각을 서슴없이 토크백에 달아주기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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