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I 업체 「설 자리가 좁다」

일반입력 :2000/09/13 00:00

방창완 기자

e-Biz 수요 증가로 해외 벤더 시장 합류 ···주력 분야 모색 등 판로 개척에 안간힘SI 업체들의 올해 사업 목표는 하나같이 e-비즈니스 기업, 그리고 e-비즈니스를 위한 기업으로 재탄생하는 데 맞춰져 있다. e-비즈니스라는 미션을 선언하고 조직 대수술에 나선 SI 업체들은 급변하는 IT 산업에 적응하기 위해 기존 사업부를 재편하는 한편, 새로운 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재빠르게 대처해 왔다.SI 업체들은 올 초부터 새로운 기업 비전을 선언하며 e-비즈니스 사업에 주력해 왔다. LG-EDS시스템을 비롯해 삼성SDS 현대정보기술(HIT) 쌍용정보통신 CJ드림소프트 라이거시스템 농심데이타시스템 등 SI 업체들은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 분야로 CRM SCM ERP ASP를 겨냥하고 있다.삼성SDS는 지난 4월 오는 2010년까지 IT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 아래 'e-서비스'란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고 B2B 사업의 활성화, 이와 연계한 CRM SCM ASP 사업으로의 확대를 선언했다. 이를 위해 메가정보기술과 의료 ASP 사업 진출에 관한 협력 관계를 체결했으며, 벤처기업인 포리넷과는 초고속 인터넷 서버 사업에 공동 참여하기로 했다.LG-EDS시스템은 올 초 이노베이션 사업의 기치를 올리고 e-비즈니스에 기반한 CRM ASP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쌍용 HIT CJ드림소프트 라이거 농심 등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들 업체의 향후 e-비즈니스 사업 전개에 대한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SI 사업은 90년대 중반부터 대기업 계열사를 중심으로 활성화돼 왔지만 이후 기업 IT 인프라 구축 영역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 것. 지금까지 대그룹 IT 전문 계열사들의 영역으로 간주돼 왔던 시스템 통합 비즈니스에 최근 들어 신생 벤처기업과 외국계 IT 벤더들의 진출이 예사롭지 않다. 시스템 업체, SI 사업 진출 가속시스템 업체로서 하드웨어 판매에만 사업을 국한해 왔던 한국IBM 한국HP 한국NCR 한국유니시스 컴팩코리아 한국후지쯔 등은 지난해부터 새롭게 종합 서비스 기업을 표방하면서 IT 컨설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몇 백명, 많게는 1000여 명에 이르는 국내외 컨설턴트와 그간 축적돼온 시스템 통합 노하우를 무기로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그간 시장을 전유해 왔던 SI 업체들에게는 무시 못할 경쟁사로 부상한 것. SI 업체들이 그룹 계열사 위주로 SI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던 것에 비해 이들 시스템 업체는 협력사를 이용, 외부 세력을 규합하고 해외 선진 기술을 더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투자 규모를 확대해 협력사 지원을 대폭 강화, 연합 세력을 유효 적절히 구축하는 등 규모 면에서도 웬만한 중견 SI 업체들을 능가하기 시작했다.컴팩코리아의 SI사업부 곽진오 차장은 "협력사들과 솔루션 위주의 영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제조분야 SI 프로젝트를 진행중으로, 상호 공동 영업망 구축이 큰 실효를 거두고 있다. 컴팩코리아의 목표는 SI 컨설팅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HP의 컨설팅사업부 김한호 부장은 "이미 비즈니스 방향이 토털 서비스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HP는 시스템 통합 작업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외부 경쟁 세력의 진출로 SI 업체들이 당면하게 된 문제점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교적 규모가 큰 금융 통신 등의 시장은 고급 솔루션으로 무장한 외국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다.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CRM 프로젝트는 외국계 대형 벤더들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사업 규모는 최소 몇 억원 단위이며 시스템과 연계한 영업 활동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이 시장은 프로젝트 성격 자체가 기존 SI 사업과는 판이하게 다르고 구축 성격도 까다롭다는 점 때문에 대형 SI 업체들도 틈새 시장을 뚫기 위해 고전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올해 들어 부쩍 증가하고 있다. SI 업체들의 주무대인 공공 시장의 정부 프로젝트도 저가 출혈 경쟁이 난무해 수익면에서는 실효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소기업과 비IT 업체를 대상으로 한 SI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이 시장은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신생 닷컴 기업들이 벌써 시장에서 만만치 않은 세력으로 성장, 프로젝트를 따내기가 쉽지 않다. 주특기 살린 전문 분야 개척이 우선물론 대형 SI 업체들은 그룹 계열사의 SI 프로젝트만 수주해도 충분히 생존할 수 있다. 문제는 중견기업으로 통칭돼온 중소 SI 업체다. 나름대로 독창적인 영역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사업의 존속마저 불투명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는 독자 영역이 분명히 있다고 자신한다. SI 업체의 한 관계자는 "외국 IT 벤더들은 그동안 단위별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치중, 전사적인 통합 차원에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관리하는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사실 시스템 벤더들의 경우 유지보수 측면에서는 고객 기업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가격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도 SI 업체들의 몫이다. 시스템 통합부터 인력 지원, 유지보수 등에 이르는 일련의 작업들을 각각의 시스템 벤더들이 담당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농심데이타시스템의 DW/CRM 사업부 한재홍 팀장은 "특정 영역에 대한 솔루션 위주의 사업 전개가 필요한 시점이다. 독자적인 컨설팅 솔루션 노하우를 관련 사업 영역으로 넓혀나가는 것만이 e-비즈니스 기업이 되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