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위에 오른 인터넷 저작권

일반입력 :2000/03/12 00:00

지디넷코리아

홈페이지에 정성 들여 작성해 올려놓은 자료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이트에 그대로 올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사례가 속속 밝혀지면서 최근 인터넷 컨텐츠와 관련된 지적재산권 시비로 사이버 공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인터넷 컨텐츠 지적재산권 시비는 인터넷 도메인 등록과 인터넷 컨설팅을 하는 후이즈(Whois)가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컨텐츠를 4개 회사가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지방법원에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후이즈는 이들 업체가 도메인 개념과 체계, 브랜드 전략, 좋은 도메인 판별법 등 일부 컨텐츠는 물론 검색엔진에 이르기까지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주장한다. 후이즈는 지난해 12월 11일, 홈페이지에 올려진 인터넷 컨텐츠와 도메인 검색엔진을 허락없이 무단으로 도용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프라자 등 4개 업체에 대해 54억 8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4개 업체는 인터넷프라자를 포함해 싸다콤, 디플러스아이, 헬스인포 등 4개 업체. 후이즈의 이청종 사장은 "컨텐츠를 참고 자료로 문의를 하는 기업은 상업적인 목적만 아니라면 언제든지 개방한다. 리포트를 작성하거나 논문을 준비하면서 후이즈의 컨텐츠를 사용하고 싶다는 문의를 받고 허락을 해준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업체의 경우는 정보 공유가 아닌 무단 사용이라는데 문제가 있다"고 심각성을 나타냈다.4개 업체 중 인터넷프라자를 제외한 3개 업체는 문제가 제기된 후 후이즈와 협의한 후 사과 광고를 냈고 일정선에서 합의를 봤으나 최근 인터넷프라자는 맞고소를 했다. 맞고소를 한 인터넷프라자 관계자는 "후이즈가 비교 사이트에 올려놓은 컨텐츠는 이미 보편화된 내용이며 후이즈 역시 우리가 운영하는 사이트의 일부 내용을 무단 절취했다"며 반박하고 있다. 서울지법은 재판 일정을 오는 4월로 잡았고 인터넷프라자에 가압류 처리를 들어갔다.4개 업체는 후이즈의 도메인 컨텐츠를 각기 2장에서 많게는 14장까지 무단으로 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소송 당사자는 물론 네티즌들까지 가세해 연일 치열한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급기야 소송을 당한 업체가 맞소송하는 등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이번 분쟁은 손해배상 금액이 약 55억원이라는 점에서도 시선을 끌지만 인터넷 컨텐츠를 둘러싼 지적재산권 분쟁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도 각양각색이다. 지적재산권 침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입장부터 도메인을 이용한 사기 행각이라는 입장까지 극과 극을 오가고 있다. 앞으로도 사이버 공간에서 인터넷 컨텐츠 저작권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법적인 제재나 저작권에 대한 이해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인터넷의 편리성은 강조하면서 정작 중요한 저작권에 대해 불감증 증세를 보이는 업체와 네티즌의 인식도 고쳐져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쉽게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보를 어렵게 만든 사람의 고충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지적재산권 침해 사례는 최근 들어 방법적인 면에서 더욱 치밀해지고 의도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단순 링크나 저작물 일부 편집 수준에서 HTML 코드까지 도용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저작권에 대한 이해 없이 도용하는 사례도 많다. 다른 사이트에서 가져온 자료를 그대로 올리고 메인 화면 디자인만 바꾼 경우가 해당된다.인터넷 홈페이지의 내용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행위가 된다. '인터넷을 통해 공개 됐으니 자유로운 복제가 가능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책을 통해 공개가 되더라도 책의 내용인 저작물이 보호를 받듯이 인터넷이란 매체를 통해 공개된 저작물도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게 된다. 인터넷 홈페이지 한 장을 빌려 사이트에 게재할 경우 비용은 10만원선. 그러나 일방적으로 무단 도용하게 되면 법적으로 장 당 부과 금액은 10배로 늘어나 100만원으로 책정된다. 후이즈의 컨텐츠를 지난해 6월 27일부터 도용한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프라자의 경우는 4개월이라는 기간까지 계산해 손해배상 금액이 총 25억원으로 산출됐다.그렇다면 개인이나 기업의 홈페이지 저작권이 침해된 것을 알게 됐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확실한 증거수집을 해 둬야 한다. 첫째,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되는 홈페이지의 내용을 사진으로 촬영(이것은 후에 법적인 분쟁에서 서면증거로 제출될 수 있다)하고 둘째, 갈무리 등을 통해 HTML 소스의 유사성 등 보다 면밀한 복제의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 다음, 형사고소나 민사상 손해배상의 청구 등과 같은 법적 구제에 호소할 수 있다. 그러나 소송의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 등 단점이 있으므로 내용 증명 우편을 통한 경고장의 송부나 2개월내 판정 결과를 알 수 있는 저작권 조정제도 등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보통 경고장은 일정기간 내에 저작자측의 요구사항(즉시 삭제나 인용 사이트 게재 등)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인터넷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고 좋은 자료들을 인터넷에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우선 저작권자로부터 사전에 이용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계약을 체결해서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 관례. 정부백서와 같이 저작권법상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은 허락없이도 홈페이지에 사용할 수가 있다. 물론 출처는 밝혀야 한다. 지적 재산권 제도는 IT 기술 발전에 민감하다. 기존의 지적재산권은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기술이고 복제의 질과 양이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모든 저작물을 하나의 매체에 모두 통합하는 것이 가능해져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디지털 매체의 특성상 복사가 쉽고 복사의 질이 원본 못지 않다는 것이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인터넷과 관련된 저작권에 대한 분쟁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조율안이나 법안이 없는 것이 실정이다. 최근 정부는 이런 사례 발생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기존 복제권 외에 전송권을 새로 인정해 저작자의 권리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저작권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부터는 저작물을 컴퓨터나 통신으로 전송할 경우 저작자는 '전송권'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 점차 인터넷을 통한 하이퍼링크, 하이퍼텍스트, 하이퍼미디어 등으로 표현되는 멀티미디어 저작물이 주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유통되는 각종 저작물 뿐 아니라 웹 페이지에 대한 법적인 보호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PCWeek 안진숙 기자)작성일 : 2000.2.8. 0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