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시 자바스크립트를 대체할 수 있는 '다트' 프로그래밍 언어를 표준화해 다른 브라우저 업체들의 지원을 이끌어내려는 구글의 행보에 가속도가 붙었다.
다트는 구글이 기존 웹앱 개발 환경에서 기술적 한계를 드러낸 자바스크립트 대용으로 만든 클래스 기반 오픈소스 프로그래밍 언어다. 지난 2011년 10월 프리뷰 버전이 나왔고 약 2년만인 지난달 1.0 버전이 선보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자바스크립트 표준을 만든 단체인 유럽컴퓨터제조공업회(ECMA)는 구글 다트 표준화를 위한 기술위원회(TC)를 만들었다.
ECMA는 주요 브라우저 업체들이 공통 지원하는 '자바스크립트'나 어도비 플래시에 포함된 '액션스크립트'의 뿌리가 되는 프로그래밍 언어 표준 'ECMA스크립트'를 제정하는 전문가 단체다.
ECMA에서 ECMA스크립트 표준을 만드는 곳은 'TC39'고, 다트 표준화를 담당하는 건 최근 만들어진 'TC52'다. 다트 전담 기술위원회의 등장으로 자바스크립트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규격과 그걸 대체하려는 언어 규격이 대등한 자격으로 표준화될 전망이다.
구글은 지난 12일 오픈소스 크로미엄 공식 블로그를 통해 다트와 웹의 진화에 중요한 이정표를 기쁘게 여긴다며 다트는 표준화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구글은 업계에 다트를 내놓은지 2년을 넘겼지만 그 확산에 애를 먹고 있다. 다트가 아직은 기업들이 현업에 익숙한 자바스크립트 관련 라이브러리, 최적화 노하우, 개발 인력 등 보유자산을 버리고 도입할만큼 매력적이지 못해서다.
일례로 기존 브라우저는 다트로 짠 웹앱을 돌릴 수 없다. 다트를 기본 지원하는 브라우저는 다트가상머신(VM)을 탑재한 크롬과 오픈소스 크로미엄 뿐이다.
그외 브라우저는 ECMA스크립트 표준을 따른 자바스크립트를 우선 지원한다. 구글이 제공하는 변환툴 '다트2JS'를 쓰면 다트 웹앱을 다른 브라우저에서 자바스크립트 형태로 돌아가게 만들 수 있지만, 이마저 큰 인기를 못 얻었다. 이에 구글은 당장 다른 브라우저 업체들도 자사 언어를 잘 지원할 수 있도록 분위기나 여건을 조성해야 할 상황이다. 이번에 구글이 ECMA스크립트 표준을 만들어 온 ECMA에서 다트 표준화를 위한 TC52를 만들게 한 배경이다.
TC52의 활동목적은 다트 언어의 문법과 의미론을 표준화하고, 이를 지원할 핵심 라이브러리와 보완 기술도 함께 표준화하는 것이다. TC52는 목표 달성을 위해 TC39에서 도입한 것과 유사한 로열티프리(RF) 특허정책을 실험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여기서 RF특허가 '공짜(free)'를 뜻하진 않는다.
국내 복수의 웹기술 전문가들은 구글이 TC52를 통해 다트 언어를 표준화하는 움직임에 대해 다른 브라우저 업체들이 다트를 순전히 구글의 전유물로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는 데 얼마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구글 혼자 움직이는 것보다는 ECMA 이름을 걸고 있기에 좀 더 공식적인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단 얘기다.
TC52의 의장은 구글의 제품 매니저 겸 표준 담당자 앤더스 샌드홀름인데, 부의장 자리는 아직 공석이다. 여기에 경쟁 브라우저 업체도 참여할 수 있다.
샌드홀름은 TC52를 통해 다트를 표준화하게 됐음을 알리면서 우리는 자바스크립트, C#같은 (프로그래밍언어) 표준의 본가(home) ECMA가 다트 언어의 진화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리라 기대한다며 표준화 활동에 참여를 원한다면 위원회에 가입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로 다트 표준화를 위해 크롬 브라우저와 경쟁 제품을 만드는 타 업체나 회원사들이 참여할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구글은 과거 웹표준 기술에 적극 투자해 '개방 정신'을 실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지만 최근 행보는 상반된다. 크롬과 크롬 운영체제(OS)같은 자체 웹 플랫폼에서만 돌아가는 기술을 내놓고 개발자 커뮤니티에 확산시켜 그 영향력을 독점하려는 모습이 짙다. 크롬 브라우저에서 네이티브 앱 성능을 내기 위한 '네이티브클라이언트(NaCl)'도 그런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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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브라우저 업체들이 다트를 좀처럼 지원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타개할 카드로 자바스크립트의 본가(?)에서 표준화를 추진하기로 한 결정은 뜻밖이지만, 아직 세간의 인식을 바꿔놓기엔 충분치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웹표준화 관련 전문가 겸 구글 주요 협력사 관계자는 구글이 웹표준과 개방의 가치에 목소리를 높여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웹기술 커뮤니티에선 구글이 자체 기술의 표준화를 웹기술의 진화보다 우선시한다는 비판도 들린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