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시몬스 갤러리 성수. 입구에서 건네받은 것은 구부러진 숟가락이었다. 살바도르 달리에게서 영감을 받은 커트러리 오브제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를 손에 쥐고 어두운 공간으로 들어서자 무용수들이 관객 사이를 가로지르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침대 브랜드 시몬스가 ‘잠’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지만 정작 침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열린 이머시브 아트 퍼포먼스 ‘The Breath Before Inspiration(영감이 피어나기 전의 숨결)’을 가보니 침대 브랜드가 침대 없이 준비한 현대무용과 음악, 미디어아트, 공간, 미식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번 행사는 시몬스가 ‘프리즈 서울 2026’을 맞아 마련했으며, 이날부터 5일까지 사흘간 하루 두 차례 진행된다.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포털사이트 사전 예약은 1분 만에 마감되기도 했다. 시몬스 최상위 컬렉션 ‘뷰티레스트 블랙’을 직접 전시하기보다 ‘숙면한 다음 날 새로운 영감이 태어나는 창조의 캔버스’라는 개념으로 재해석해 보여주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어둠 속 뒤엉킨 몸짓…관객도 꿈속으로 들어가
공연은 현실→진입→꿈→깨어남의 순서로 진행됐다. 리셉션에서 구부러진 숟가락을 받아든 순간부터 현실에서 꿈으로 넘어가는 여정이 시작된다. 어두운 홀 안으로 들어서자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잠이 들었을 때 머릿속을 떠다니는 생각과 기억, 꿈속에서 여러 장면이 뒤섞이는 모습을 보는 듯했다.
처음에는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무용수들과 낯선 움직임에 몸이 움추려들기도 했지만, 조용한 공간에서 반복되는 움직임과 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점차 공연에 빠져들게 됐다.
공연에는 시몬스가 뷰티레스트 블랙을 설명하는 네 가지 개념인 ▲고요 ▲유연 ▲회복탄력 ▲구조가 각각의 움직임으로 담겼다.
서로 무관해 보이던 몸짓이 공간 곳곳에서 반복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 호흡하고 연결됐다. 끝과 시작이 뚜렷하지 않은 루프형 퍼포먼스를 통해 잠든 동안 계속되는 호흡과 신체의 순환을 표현했다는 회사 측 설명이다.
공연이 절정으로 향하자 흩어져 있던 무용수들도 한 공간으로 모였다. 각기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던 신체가 점차 하나의 호흡으로 맞춰지고, 서로 연결되면서 거대한 유기체와 같은 모습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일반적인 공연과 다른 것은 객석이 없다는 점이었다. 관객은 한자리에 앉아 정면의 무대를 바라보지 않았다. 자유롭게 공간을 이동하며 어느 위치에 서느냐에 따라 다른 장면과 움직임을 마주했다.
무용수들도 관객 사이를 거리낌 없이 가로질렀다. 눈앞에서 춤을 추다가 관객을 직접 이끌어 공간 한쪽으로 데려가기도 했다. 한 무용수는 기자 손을 잡고 모퉁이 쪽으로 데려갔다. 그제서야 볼 수 있는 또 다른 퍼포먼스를 발견했다. 관객과 공연자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이 공간 안을 직접 이동하며 작품의 일부가 되는 이머시브 아트 특징을 활용한 모습이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음악 감독은 아티스트 그레이가 맡았다. 영화 ‘발레리나’, ‘프로젝트 Y’ 등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그는 이번 프로젝트의 세계관과 공간, 움직임을 잇는 메인 테마곡 등을 작곡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은 리브미 컴퍼니 최용수 대표와 빌리티 강석경 대표가 공동으로 맡았고, 공간별 퍼포먼스는 움트의 김비안 감독이 담당했다.
무용수들의 퍼포먼스가 끝난 뒤 관객은 3층으로 이동했다. 긴 테이블에 앉자 음식이 하나씩 등장했다. 앞서 신체 움직임과 음악, 조명으로 표현했던 꿈의 세계를 이번에는 미각과 촉각으로 옮겨 놓은 셈이다.
음식과 함께 꿈의 장면을 표현한 3D 그래픽 영상도 펼쳐졌다. 공연장에서 몸을 움직이며 장면을 찾아다녔다면 이곳에서는 한자리에 앉아 음식과 영상, 향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경험을 이어가도록 했다.
미식에도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아시아 최고 바 순위에서 3년 연속 2위에 오른 ‘제스트’가 행사를 위한 칵테일 페어링을 준비했고, 덴마크 코펜하겐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노마’ 출신 변종인 셰프가 메뉴를 맡았다.
꿈의 마지막은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어웨이크닝'이다. 관객이 현실의 층으로 이동하면 한 소년과 피아노를 마주하게 된다. 소년이 건반을 누르며 꿈속에서 축적한 영감이 현실의 언어로 전환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아직 미래가 정해지지 않은 소년이 만들어내는 첫 음을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으로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침대 없는 침대’ 이번엔 공연으로 표현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침대 브랜드의 프로젝트임에도 정작 제품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매트리스의 스프링이나 소재, 기능을 설명하는 대신 시몬스는 ‘좋은 잠은 사람에게 무엇을 남기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 답을 ‘숙면 이후 찾아오는 영감’으로 설정해 다양한 방식으로 풀었다.
이는 시몬스가 이전부터 시도해 온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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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난 박상우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상무는 "그동안 시몬스가 침대 없는 침대 광고와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를 선보인 것처럼 이번에도 꼭 침대가 아니더라도 공연과 음악, 미식으로 시몬스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민수 시몬스 대표는 “뷰티레스트 블랙이 선물하는 숙면은 일상에 영감을 채우고, 그 영감으로 시작된 하루는 하나의 예술로 승화한다”며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의 한가운데서 이와 같은 여정을 이머시브 아트 퍼포먼스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