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프로세서를 개발하던 스타트업 '누비아'(Nuvia) 인수로 시작된 퀄컴과 Arm의 라이선스 관련 법적 분쟁이 이 달부터 시작된다. 2022년 Arm이 퀄컴을 라이선스 위반으로 제소한 지 2년만이다.
Arm은 올해 10월 하순 경 "Arm IP 이용 권한을 60일 뒤 취소할 것"이라고 통보하기도 했다. 퀄컴은 이에 대해 "Arm의 라이선스 계약 해지 통보는 법적 절차 방해를 위한 근거 없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미국 법원이 Arm의 손을 들어 준다면 외부 지적재산권(IP)을 통합하거나 새로 개발하려는 시도는 위축된다. 반면 퀄컴이 승소하면 Arm IP를 벗어나려는 팹리스의 시도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퀄컴-Arm, 2021년 누비아 인수 이후 마찰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저전력 반도체 관련 기본 설계와 ISA(명령어세트) 등 IP를 전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에 공급하는 회사다. 퀄컴 역시 모바일용 스냅드래곤 SoC(시스템반도체) 등 주요 제품에 Arm IP를 활용했다.
양사의 관계는 2021년 퀄컴의 누비아 인수를 계기로 틀어지기 시작했다. Arm이 제공하는 고성능 CPU용 IP인 '코어텍스-X'(Cortex-X) 대신 누비아가 개발한 새로운 CPU인 '오라이온'(Oryon)을 쓰겠다는 의도였다.
퀄컴의 '탈 Arm' 계획이 가시화되자, Arm은 2022년 8월 말 미국 델라웨어지방법원에 라이선스 위반으로 퀄컴을 제소했다. 퀄컴 역시 같은 해 11월 경 Arm에 반소를 제기했다. 실제 재판은 만 2년 3개월이 지난 이 달부터 시작된다.
Arm "누비아 인수하면 기존 라이선스도 따라오나"
두 회사가 벌이는 법적 분쟁의 핵심은 바로 2019년 누비아가 Arm과 맺은 라이선스 계약 승계 여부다. 당시 Arm은 누비아가 Arm IP를 가져다 쓰는 것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CPU IP를 개발하는 것도 허용했다.
Arm은 누비아가 라이선스로 얻은 권리는 누비아에만 해당되며 이를 제3자(퀄컴)로 옮기려면 Arm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퀄컴이 누비아의 IP를 이용하려면 Arm과 다시 라이선스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퀄컴은 누비아 인수를 통해 유형·무형 자산과 Arm과 맺은 라이선스도 합법적으로 계승했으며 Arm의 소송은 라이선스 비용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퀄컴은 2022년 11월 낸 소장에서 "누비아는 퀄컴보다 Arm에 더 비싼 라이선스 비용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Arm, 10월 하순 퀄컴에 라이선스 계약 해지 통보
Arm은 지난 10월 22일(미국시간) 퀄컴의 IP 관련 라이선스 계약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당시는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를 포함한 퀄컴 주요 임원이 매년 기술 행사 '스냅드래곤 서밋' 참석을 위해 미국 하와이에 모여 있었다.
퀄컴은 Arm의 라이선스 해지 통보 이후 60일 뒤인 12월 21일부터 Arm IP를 활용한 반도체 신제품 설계가 불가능하다. 퀄컴은 당시 "라이선스 해지 통보는 법적 절차를 방해하려는 근거 없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아카시 팔키왈라 퀄컴 최고재무책임자·최고사업책임자(CFO/COO)는 지난 11월 7일 "퀄컴은 자체 설계한 CPU까지 포함하는 매우 넓고 잘 짜인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고 이런 권리가 인정받을 것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Arm-퀄컴, 공생 관계... 법정 밖 합의 가능성도 남아
양사의 법적 분쟁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퀄컴은 현재 전 세계에 가장 널리 스마트폰용 SoC를 공급하는 회사이며 이를 돌아서게 하는 것은 Arm에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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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역시 하루 아침에 Arm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 오라이온 CPU는 여전히 Arm이 개발한 명령어 체계인 Arm64 기반으로 작동하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텔·Arm 등 x86 ISA 이외에 현재는 Arm64만 지원한다.
퀄컴이 지난 해부터 Arm의 대체재로 꼽히는 오픈소스 IP인 RISC-V(리스크파이브)에 투자를 하고 있지만 아직 실제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양사 분쟁이 법정 밖 합의로 해결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