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천체가 우주 망원경 역할...초기 별 형성 연구에 새 가능성

미 연구진, 중력렌즈 현상과 분광계 기술 접목

과학입력 :2022/05/19 00:00

138억 년 전 빅뱅 발생 직후, 초기 우주는 중성 가스의 구름으로 가득차 있었다. '감쇄된 라이먼 알파계(DLAs)'라 불리는 이 공간에서 가스가 서로 뭉치면서 별과 은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초기 우주 은하의 형성을 이해할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관측이 쉽지 않았다. 가스 구름이 심하게 퍼져 있고, 자체적으로 빛을 내지도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DLA 관측은 강력한 빛을 발산하는 초대징량 블랙홀 천체인 퀘이사에 의존했다. 퀘이사가 DLA 구름을 배후에서 비춰주면 이를 바탕으로 DLA 위치를 특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퀘이사에서 나온 빛이 구름군의 꼬리 역할을 하면서 정확한 질량과 위치 측정을 가로막는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NCSU) 등 연구진이 우주 중력렌즈 현상과 통합장(IFU) 분광계 기술을 접목, DLA를 효과적으로 관측하는 기술을 제시했다. 이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에 18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같은 방법으로 빅뱅으로부터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110억 년 전 형성된 2개의 DLA와 숙주 은하를 관측했다. 

중력렌즈란 빛을 내는 천체와 관측자 사이에 은하와 같은 거대한 천체가 있을 때, 거대한 천체의 중력에 의해 빛이 휘어져 광원 천체의 모습이 실제와 다르게 보이거나 더 밝거나 어둡게 보이는 현상이다. 천체가 렌즈 역할을 하는 셈이다. 

중력렌즈 개념도 (자료=W.M.켁 천문대)

롱몬 보돌로이 NCSU 교수는 "중력렌즈 현상 덕분에 관측하고자 하는 대상을 확장된 보다 확장된 형태로 볼 수 있었다"라며 "이는 마치 우주의 망원경을 통해 높은 배율로 관측한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IFU 분광계는 관측한 장면을 아주 작은 부분으로 쪼개고 각각의 부분의 스펙트럼을 분광계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가스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관측하려는 DLA가 중력렌즈 현상에 의해 확장되고 밝아져 스펙트럼 데이터 분석이 편해지고, 보다 정밀한 영역의 관측도 가능해졌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해상도를 높여주는 '켁 코스믹 웹 이미저'를 활용해 스펙트럼 분석의 효율성도 높였다. 

관측 결과 각 DLA는 반경이 17.4킬로파섹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은하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크기다. 130억 년 전 은하 평균 반경은 5킬로파섹 이하였다. 1파섹은 3.26광년, 1킬로파섹은 1000파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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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각 DLA는 구조가 비슷하고 모두 숙주은하를 포함하는 등 공통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계속해서 별을 형성할 재료를 충분히 갖고 있다는 점도 비슷했다. 보돌로이 교수는 "이번에 적용한 새 기법으로 초기 우주 별의 형성 과정을 보다 깊이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