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臺·日 '반도체 동맹'에 삼성 홀로 고군분투

[이슈진단+] 韓 'K-반도체 전략' 이대로 괜찮은가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5/04 17:38

반도체 산업은 공급망 문제가 지속되면서 이제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국가의 기술 패권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2나노미터(nm) 반도체 기술 개발 동맹을 맺었고, 대만은 지난해 말 미국에 이어 일본과도 반도체 협력을 선언했다. 대만 TSMC는 지난해 말 일본 소니와 합작법인을 세우기도 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나홀로 고군분투 중이다. 반도체가 국가 경제 안보로 부상한 만큼, 한국 정부 또한 주요 강대국과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기업이 홀로 낙오하지 않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사진=머크)

■ 미국·대만·일본 반도체 동맹…공급망 확보 목표

미국, 대만의 파운드리 동맹에 일본도 가세한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등으로 반도체 공급난을 겪게 되면서 소재·부품에서 장비에 이르기까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국가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은 2나노 이하 반도체 최신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반도체 분야 협력 추진을 위한 문서를 조만간 공표할 예정이다.

이번에 양국은 2나노 공정과 인텔의 '칩렛' 기술 양산에 협력하기로 했다. 또 중국 등으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방안도 마련하고, 대만 TSMC의 의존도를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동맹을 통해 일본의 반도체 제조 장비와 포토레지스트 등 핵심 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미세 공정면에서 기술이 부족한 일본은 미국과 협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파운드리 선두주자인 대만과 한국을 따라잡는다는 목표다.

TSMC (사진=로이터)

앞서 일본은 대만과도 반도체 협력 관계를 구축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 집권 자민당과 대만 민진당은 반도체 부문을 협력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고 칩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했다.

이에 연장선으로 TSMC와 일본의 소니는 지난해 말 합작법인을 세우고, 일본 구마모토현에 12나노, 16나노, 22나노, 28나노 제조공장 건설을 지난달 21일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TSMC와 소니의 팹 건설에 투입되는 전체 비용 8천억엔 중에서 절반인 4천억엔의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일본 정부는 TSMC의 일본 R&D 센터 건설 비용 370억엔 중에서 190억엔을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TSMC 소니의 구마모토현 팹은 2024년 12월부터 가동돼 이미지센서,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을 주력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또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14조3천400억원)를 투자해 5나노 팹을 건설 중이다. 해당 팹은 2024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TSMC는 애리조나주로부터 세금 혜택을 지원받는다. 더불어 현재 독일 공장 신설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인텔, EU 지원 아래 팹 건설 적극 추진

인텔이 2023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중인 아일랜드 레익슬립 소재 팹 34 생산시설. (사진=인텔)

파운드리 재진출은 선언한 인텔은 미국 정부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또 인텔이 유럽 내 신규 팹 건설할 계획이 알려지자 유럽 국가는 자국 내 인텔 팹 유치를 위해 보조금 지원을 제안해 왔다.

그 결과 인텔은 지난 3월 유럽 내 공장 및 R&D 센터 건설에 800억유(약 110조원)로 투자를 확정 지었다. 인텔은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170억유로(약23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건설 ▲아일랜드에는 120억유로(약 16조2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건설 ▲프랑스 파리 인근에 R&D센터 설립 ▲이탈리아에 45억유로(약 6조2천억원) 규모 반도체 패키지 및 조립시설을 각각 건설할 계획이다.

인텔의 대규모 유럽 투자 발표에 EU 집행위원회는 'EU 칩스 법'(European Chips Act)에 따른 첫 번째 성과라고 평가했다. 유럽은 반도체 칩에 대한 아시아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칩스 법'을 발표하고 공공과 민간에서 반도체에 430억유로(약 59조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 한국, 글로벌 반도체 협력서 소외...삼성전자 홀로 고군분투  

일본, 미국, 대만의 반도체 동맹과 유럽의 유치 지원이 활발한 데 비해 한국은 아직까지 정부 차원의 국가 동맹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도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K-반도체 전략'으로 국내 기업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글로벌 협력 차원에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홀로 고군분투 중이다. 삼성전자 또한 파운드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투자 규모면에서 인텔, TSMC와 차이가 크다. 또 인텔와 TSMC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도 삼성에게는 불리한 요소다.

TSMC는 올해만 반도체 시설에 47조원을 투자하고,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만 올해 30조원 이상 쏟아부을 예정이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파운드리 투자가 12~16조원 수준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사진=삼성전자)

최근 올해 파운드리 점유율에서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런 우려는 더욱 높아졌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올해 시장 점유율은 56%로 전년 보다 3%포인트 증가되나,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6%로 전년(18%) 보다 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계는 파운드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추진하는 반도체 동맹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지난 3월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한국·일본·대만에 ‘칩4 동맹’을 제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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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 산업연구원은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메모리반도체를 대체 생산할 수 있는 국가가 없어 미·중 양국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하며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는 게 가능했으나,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된 이후 모호한 중립 유지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심국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미국이 추진하는 '반도체 동맹'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0~22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역대 미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