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문화정책, 진정한 문화 대통령으로의 리더십을

[새 정부에 바란다⑬] 콘텐츠산업과 문화유산으로 문화예술체육강국 실현

전문가 칼럼입력 :2022/03/22 10:11    수정: 2022/03/22 19:04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 소장·예술경영학박사(Ph.D.)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 소장·예술경영학박사(Ph.D.)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 블루(불안‧우울‧무기력감)는 몸과 마음을 더 움츠리게 한다. 어느 때보다도 문화와 체육, 관광의 위로가 절실한 시기다.

새 정부가 출발하는 만큼, 새로움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당면한 문제들을 순조롭게 풀어 안정된 일상을 회복하고 내일의 희망을 기원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서 지난 20대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윤석열 당선인에게 거는 기대가 모두 클 것이다.

새 대통령은 진정한 ‘문화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

정치 논리로만 바라봐서는 민생을 챙기는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 문화정책을 이제는 국민의 행복을 넘어 국가경제 창출의 주요한 역할로 인식해야 한다. 문화가 더는 경제의 부수적인 부분이 아니다. 이제는 연관산업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동력이다. 또, 문화예술은 사회통합의 길을 이끈다. 윤석열 정부의 청사진을 설계할 인수위가 그 역할을 완성하리라 본다.

새정부 문화정책 기조

핵심은 문화재정 2.5% 달성이다. 1999년 처음으로 1%를 넘긴 문화재정 비율은 역대 대통령마다 문화를 강조해 왔으나 국가 전체 예산에서의 비율 확대는 획기적으로 이루지 못했다. 문화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우선순위가 확고하지 않은 한, 실제로 예산을 늘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당시 ‘공정과 상식으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문화예술 부문에서 전 국민 문화향유시대 구축을 비롯하여 문화예술인 맞춤형 지원 확대, K-컬처를 세계 문화의 미래로, K-컬처 콘텐츠기업 지원, 전통문화유산을 미래 문화자산으로 보존, e스포츠를 대한민국 미래산업으로, 자유롭게 스포츠를 향유할 국민 스포츠권 보장, 건강한 전문체육 시스템 구축, 체육재정 확대까지 9개의 문화공약을 제시했다.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 소장·예술경영학박사(Ph.D.)

선거 직전 단일화를 한 안철수 당시 후보(현 인수위원장)는 ‘팔길이 원칙’에 따라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문화예술 정책을 통해 자유롭고 창의적 예술 활동을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다. ‘HOW’에 방점이 찍힌 실용적 목표여야 한다. 지난해 BTS가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인 아메리칸뮤직어워즈 대상을 받고,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등 넷플릭스 드라마가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자 신한류의 소프트파워에 대선 후보들 모두 K-콘텐츠 육성에 깊이 공감했다.

문제는 문화정책 비전과 실현 가능성이다. 문화예술 예산은 늘 뒷전인 게 엄연한 현실이다. 대통령 당선인의 문화정책은 문화공약이라는 출발 선상에서 이제 실질적이며 구체성이 있는 실천계획으로 그것을 어떻게 펼칠 것인지에 대한 실용적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의 가치,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일자리 산업을 세워야 한다.

■ 문화중흥을 통한 국민행복, 국부창출

문화정책은 기본적으로 문화를 어떻게 중흥시키는지를 논의하는 것인데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문화창조력 제고’다. 이는 예술가나 창작자들을 위한 것이다. 둘째는 ‘문화향유권 증진’이다. 국민의 문화복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넓히는 것이다. 마지막 셋째는 ‘문화경제 창출’이다. 즉 문화의 산업화, 문화경제의 활성화다. 이렇게 3가지는 어느 나라나 문화중흥의 기본 요소가 된다.

이 목표를 과연 어떻게 정책으로 구현하는가가 관건이다. 지금은 문화산업이 가장 중요한 정책이다. 그다음이 문화복지이고 문화창조력 순이다. 앞으로도 문화정책은 ‘문화경제’가 중요하다.

한류 확산의 핵심요소로 콘텐츠, 예술, 관광을 떠올린다. 모두 문화의 영역이다. 이 문화의 토대가 문화유산이다. 코로나로 인한 외래 관광객과 국내 여행객의 급감은 지역경제 선순환에 큰 타격을 입혔다. 관광이라는 개념은 주역에 있는 ‘관국지광 이용빈우왕(觀國之光 利用賓于王)’에서 나온 것인데, ‘나라의 빛을 보러 가는 것은 왕에게 귀한 손님으로 접대받기에 좋다’는 뜻으로 빛이라는 것 자체가 문명을 말한다. 그러니까 결국 관광이라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를 보는 것으로 문화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유산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소라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산업계와 국민 대다수가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광 관련 소비지출액이 대폭 감소했고, 방한관광객도 감소하는 등 관광업계의 어려움은 전례 없이 극심한 실정이다.

문화의 핵심요소인 전통문화자원은 관광산업, 콘텐츠산업 등 산업간 연계로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장르 간 결합, 대중문화와의 결합을 통해 국가브랜드를 형성하고 한류 지속 확산의 토대가 된다.

■ 콘텐츠산업과 문화재활용의 효과

방탄소년단(BTS)를 비롯한 케이팝 스타가 주도하는 문화현상은 산업 전반에 활용되고, 다른 영역의 선순환을 이끌고 있다. 지구촌 사람들에게 가보고 싶은 나라로 한국이 선망 국가가 되며, 나아가 다른 분야의 한국적인 것, 한국산 제품, 한국생활문화까지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전통문화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류의 뿌리인 전통문화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화적 자산이다. 전통무용, 전통음악, 전통미술 등의 전통예술이 있고, 한복, 한지, 한식, 전통놀이 등 전통생활양식도 포함된다.

한류스타를 통해 조명된 전통문화의 현대적 재창조, 그것의 기초가 되는 전통문화산업의 육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문화적, 산업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는 전통문화산업은 많은 발전을 이룩하여 왔지만, 가치 재창출을 위한 체계적 법‧제도와 정책, 종합계획은 부재한 실정이다.

그래서 대통령직 인수위에 콘텐츠산업과 문화유산을 통해 대한민국을 이끌 새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한 몇 가지 의견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전국 지자체 유휴건물 활용 문화예술창작 공간 조성이다. 인간은 일상생활에서 심리상태, 마음의 안식이 중요하다.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과 미술 작품의 감상, 독서, 공연 관람, 문화재 탐방까지 모두 우리를 위로해주는 문화다. 다행히 지금의 삭막한 삶에 예술은 마음을 위로하고 긴장감을 풀어주고 있다. 예술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강렬한 체험이 감정의 정화를 가져오고, 궁극적으로는 행복한 사회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전국에 소재한 폐산업시설,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그 지역의 문화유산과 융복합한 미디어아트를 창‧제작하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나아가 한국문화를 세계로 확산하는 신한류와 융합하여 전 세계 한류 팬에게 선보여 방한 관광의 해외홍보마케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것은 문화유산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여 예술가들의 문화재형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선도적 역할을 한다. 특히 한국문화의 새로운 물결로 국가브랜드를 높일 수 있다.

둘째, 국립국악원의 지역 분원 설치로 국가균형 발전과 문화격차 해소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립국악원은 현재 서울 본원을 비롯하여 전북 남원, 전남 진도, 부산에 설치됐다. 이를 지역 거점별로 확대해야 한다. 권역으로 보면 수도권 1개, 호남권 2개, 영남권 1개로 총 4개로 국립박물관에 비하면 매우 부족하다. 현재 제주와 강원, 충청권에는 국립지방국악원이 부재한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

방탄소년단(BTS)의 ‘대취타’, 블랙핑크의 한복 패션은 전 세계에 국위 선양은 물론 문화경제까지 이끌고 있다. BTS가 빌보드 세계 정상에 오른 것은 케이팝이 보편적 문화수용을 이끄는 주류 문화의 코드로 한국의 전통문화도 신한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기록될만한 문화사다. 블랙핑크의 한복 의상과 BTS의 노래 ‘대취타’에 전 세계인들은 열광했고, 자연스럽게 한복과 국악, 한국전통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진 것이다.

전통한류는 한류의 원형으로 문화의 기본이고 토대이며 한국문화의 뿌리와도 같다. BTS의 부채춤 퍼포먼스부터 최근 피리정악(대취타), 봉산탈춤 등 전통과 현대가 창조적으로 융화한 작품에 열광하는 세계의 한류 팬을 보며 우리 전통과 국악의 힘을 다시 확인하게 했다.

한류 원형을 국제적 감각으로 재창조하고, 한국문화의 다양한 장르로 확대되고 있는 신한류는 세계 문화사적으로 우리 문화가 세계 정상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국가경제의 성장 동력을 높이는 새로운 한국의 물결을 위해서도 K팝의 원조인 국악 확산을 위해 국립국악원의 지방 확대는 시급하다.

셋째, 전통유산한류를 통한 연관산업 성장 견인이다. 문화유산을 첨단 과학기술이라는 새로운 그릇에 담아 인문지식과 디지털이 융합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과거, 경제성이 없는 추상적 개념의 문화에 대한 시각에서 바야흐로 신한류를 이끄는 주역으로 문화의 비중이 높아진 시대가 됐다.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 매출액은 세계 7위 규모가 됐다.

한류는 연관 산업까지 성장하게 하는 우리 수출의 촉매제다. 콘텐츠 수출은 화장품, 식료품, 가전제품 등 제조업, 그리고 관광 등 연관 산업에 대한 호감도도 높여 동반 성장과 진출까지 견인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 한류는 국산제품 수출에 전체 20% 이상 기여하는데 그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문화유산의 디지털 사회혁신이 중요하다. 국민의 안전한 삶과 치유, 지속가능한 환경·일자리 등 각종 사회 현안 해결에 문화는 전통유산한류는 위로의 선물이면서 희망의 빛이 된다.

넷째, 자연유산 활용 특화 관광명소 개발이다. 언택트 시대의 여행 트렌드가 사람이 적은 장소 위주의 여행, 경관을 보는 방식의 관광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행지로 한적하면서도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국내 세계유산을 선택하려는 문화유산관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재 활용이 곧 보존이다. 적극적인 활용이 최선의 보존이라는 뜻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비대면 시대의 여행 트렌드가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는 장소 위주의 여행, 넓은 야외환경에서 경관을 관람하는 방식의 관광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 여행지로 한적하면서도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인문학적 경험을 만들 수 있는 국내 세계유산을 선택하려는 문화유산관광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문화유산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관광콘텐츠다. 이를 위해 문화재청 한국관광공사, 각 지자체가 적극 협업하여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정부조직개편 여건이 고려된다면, 정부 외청 중 유일하게 지방청이 없는 문화재청의 지방청 설립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지방 권역별 소재한 국립문화재연구소를 지방청으로 전환하는 것이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문화를 통한 미래산업 발굴

과거에는 일상적이었던 문화활동과 여가생활, 지금은 누리지 못하고 있지만, 그것들에 대한 기대를 잘 충족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치유의 메시지로 오늘의 시대정신, 미래의 희망을 담은 새정부 문화정책의 마스터플랜이 절실한 시점이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위드 코로나,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넘어 미래는 새로운 가치를 요구한다. 지금이 그 대전환의 기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 모두 문화와 정신을 다루는 부처로 우리 문화를 지키고 계승하기 위해 존재한다. 기초예술과 문화유산을 중흥시키는 부처다. 문화는 한 나라의 품격이고 예술과 문화재는 그 원천이다. 문화예술은 인간적인 삶의 기초이자 즐거움과 보람, 소통과 통합, 발전과 번영의 원동력이다. 그러므로 문화는 모두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새정부의 당면한 과제는 미래산업 발굴이다. 한국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울 새로운 신성장동력은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 한류는 세계 속에 대한민국을 알리고, 연관 산업을 견인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소프트파워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새로운 문화전략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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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에게 국민은 ‘문화적 리더십’을 기대한다. 부드러우면서 강력한 리더십, 바로 문화 대통령에게 꼭 들어맞는 이미지다. 문화는 따뜻한 연결사회를 만든다. 또 그 무엇보다 강력하다. 일제 강점기 속에서도 우리의 문화는 살아 움직였다. 문화의 본질적 힘이다.

산업화, 현대화 과정에서 국가의 어젠다는 경제 논리가 앞섰고, 우선순위에서 밀린 문화예술 영역은 그야말로 ‘밥 문제’를 해결하고 난 다음의 과제였다. 정부 스스로가 소프트파워가 국가경쟁력의 바탕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문화예술은 한 나라의 미래 비전과 발전의 토대가 되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창근 헤리티지랩 디렉터‧박사(Ph.D.)

예술경영학박사(Ph.D.). ICT 칼럼니스트이자 Media-Art 디렉터로 헤리티지랩 소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정보원 이사, 충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 이사를 겸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좋은빛위원, 세종특별자치시 경관위원, 제5차 유네스코 학습도시 국제회의 프로그램디렉터 등을 지냈다. 현재 인천광역시 공공디자인위원, 천안시 도시계획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1년 5월부터 ZDNET Korea의 칼럼니스트로 오피니언 ‘이창근의 헤디트’를 연재한다.
* 헤디트(HEDIT): 헤리티지(Heritage)+디지털(Digital)+아트(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