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9개월 TV 전쟁'에서 진짜 승자는 소비자

"제품 정보 많이 얻어"...양사는 코로나로 대승적 화해

홈&모바일입력 :2020/06/12 15:09    수정: 2020/06/13 13:05

공정거래위원회 맞제소까지 치달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공방전이 공정위 심사절차종료 결정으로 일단락됐다. 결과적으로 9개월간 이어진 두 회사간 TV 기술 비교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는 더 유익한 제품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9개월 이어진 TV 공방 ‘종결’

이번 TV 전쟁은 LG전자가 먼저 방아쇠를 당겼다. LG전자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 현장에서 8K TV 기술 설명회를 열고 삼성 QLED 8K TV의 품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한 차례 더 8K TV 기술 설명회를 열었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HE연구소장 남호준 전무가 패널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국내 시장에 판매중인 QLED TV에 적

LG전자는 TV 디스플레이 해상도 기준으로 ICDM(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 표준을 내세우며 삼성전자 2019년형 QLED TV가 8K TV 해상도 기준에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ICDM은 선명도 충족 기준으로 50%를 제시하는데 삼성전자는 12%로 나왔다는 것이다.

이에 삼성 측도 발끈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날 오후 서울 R&D캠퍼스에서 8K 화질 설명회를 열고 8K TV의 화질은 화소수 뿐만 아니라 밝기, 컬러 볼륨 등의 광학적 요소와 영상처리 기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시스템적 요소를 고려해 평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8K 화질 논란으로 시작된 TV 전쟁은 ‘QLED 대 OLED’ 대결 구도로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LG전자 OLED TV의 번인 문제, LG전자는 삼성전자의 QLED TV LCD 패널을 각각 정조준해 TV·유튜브 광고 영상을 내보내며 상대방을 저격했다.

상황은 격화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상대 TV 제품을 놓고 '표시광고법 위반행위', '근거 없는 비방' 등을 주장하며 공정위에 맞제소하면서 TV 비방전이 절정으로 치달았지만, 최근 공정위 심사절차종료 결정으로 일단락됐다.

지난 5일 공정위는 LG전자 및 삼성전자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상호 신고한 사건과 관련해, 양사가 신고를 취하한 점 및 소비자 오인 우려를 해소한 점 등을 고려해 심사절차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 그래서 누가 이겼나… 삼성? LG? 소비자 승!

일각에서는 이 같은 양사의 TV 공방이 소비자에게 피로감을 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9개월간 이어진 TV 기술 비교 마케팅을 통해 제품 정보를 평소보다 더 많이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을 긍정적 측면으로 볼 수 있다.

공정위는 심사절차종료를 알리면서 “삼성전자에서 자사 QLED TV에 백라이트가 있다는 사실을 홈페이지, 유튜브 광고 등을 통해 강조하여 표시하는 등 소비자 오인 우려를 해소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는 올레드 TV 해부에 앞서 삼성 QLED TV를 분해했다. (사진=LG전자 유튜브 채널)

LG전자 측은 “삼성 QLED TV가 자발광 QLED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LCD TV임에도 자발광 QLED 기술이 적용된 제품으로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 신고 이후 비로소 해소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고를 취하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QLED] TV 번인이란?’이라는 유튜브 영상 등을 게시하며 OLED TV에 대해 번인(장시간 TV를 켜 놓았을 때 화면에 잔상이 남는 현상)’ 현상을 지적했다. OLED TV의 단점으로는 유기물 소재의 특성상 번인이 꼽힌다.

[QLED] TV 번인이란? 화면 캡쳐 (사진=삼성전자 유튜브 채널)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 공방을 벌이는 중에 제품의 장단점 등과 같은 정보를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측면이 있다”며 “정보성 측면에서 소비자한테는 나쁠 게 없었다”고 평했다.

■ 화해하기 좋았던 타이밍…“효율적인 자원 운영으로 수익성 하락 방어”

TV 전쟁이 마무리되는 데에는 코로나발 글로벌 TV 환경도 한몫했다. 2분기 TV 시장은 시장 상황 악화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연기로 인해 전년 대비 더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는 이번 TV 공방 종결로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DB금융투자는 삼성전자 가전사업을 책임지는 CE 부문의 올해 2분기 매출이 10조321억원, 영업이익 196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분기 매출은 11조700억원, 영업이익 7천100억원을 기록했다.

IBK 투자증권은 LG전자 TV 사업을 맡은 HE 사업본부 2분기 매출을 2조2천560억원으로 예상하고 영업이익 790억원 가량 나올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1%, 75.8% 역성장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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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공정위 신고 취하를 발표하며 “국내외 어려운 경제 환경을 감안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TV 사업의 경우 전체적인 수요 침체와 북미·유럽 등 주요 거래선의 영업중단 혹은 영업축소 등으로 인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매출액이 떨어질 것”이라며 “효율적인 자원 운영으로 수익성 하락을 방어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