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中 추격 대비한 국가 차원 정책 필요”

中 기업들 OLED 투자 가속…정부, 과거 LCD 주도권 뺏긴 日 사례 떠올려야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06/18 17:56    수정: 2019/06/18 18:15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대형과 중소형 모두 한국이 현재 시장을 앞서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비즈니스를 이끌고 갈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라고 우려했다.“ - 강인병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 부사장.

“중국은 OLED에 대한 엄청난 지원을 하고 있다. 사람도 엄청나게 채용하고 투자도 계속하고 있다. 2020년에는 전체 캐파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본다.” - 김성철 삼성디스플레이 사업부장 부사장.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회장 유재수, KIDS) 창립 20주년을 맞아 18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창립 20주년 특별포럼’에서는 최근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가속화되는 중국의 추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강인병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부사장). (사진=지디넷코리아)

강인병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부사장)는 이날 포럼에서 “2010년에는 중국의 시장점유율이 4%였다. 그런데 불과 10년 사이에 LCD(액정표시장치디스플레이) 출하 대수는 한국을 앞서고 있다”며 “중국은 정부 주도하에 2025년을 타깃으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투자하고 있다. LCD는 이미 한국을 추월했고, OLED는 2020년을 기점으로 40% 육박하는 투자계획을 갖고 있다”고 위기상황을 알렸다.

강인병 부사장은 “과거 우리가 (LCD 산업에서) 일본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일본이 미국과의 무역갈등으로 잃어버린 20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기술력, 자본력에서 우리나라를 앞서고 있었는데도 한국에게 추월을 당했다”며 “돌아보면 일본은 한국보다 뒤늦게 (LCD 시장에) 들어온 것이 위기가 됐다. 파나소닉은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에 주력하다 LCD 진입이 늦었고, 샤프는 10.5세대 투자에도 나섰지만 위기를 맞았다. 국가가 당시 이에 대한 정확한 처방을 내렸는지를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LCD에 이어 OLED에 대한 투자 지원을 최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대외적인 불확실성에 놓인 우리나라의 상황을 면밀히 고려해야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인병 부사장은 “중국은 국가 주도의 산업 위상을 굉장히 강화하고 있다. 과거 우리가 주도했던 것보다 더 강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며 “우리는 예전보다 (국가 주도의) 전략이 약해졌다. 그 전략을 갖고 지금까지 끌어왔다. 이제는 민간에서 잘 해나가라는 상황인데 이는 과거 일본과 같은 상황이다. 그래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또 “기술은 사람을 통해 이뤄진다. 과거 우리가 하이디스(BOE 전신)를 중국에 넘긴 것이 과연 맞는 것이었는지 고민해 볼 문제”라며 “국내 벤처 업체 등에 현재 중국의 자본 많이 들어와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상황은 생각보다 굉장히 심각하다. 대기업에서 인력 유출을 막을 방법도 없다. 이런 것들에 대한 아이디어를 (산학연이) 내지 않으면 지금 OLED를 앞서고 있어도 앞으로 (중국에게) 이를 따라잡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SCM(공급망관리) 관점에서도 새로운 공급망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고민해야한다”며 “예컨대 IoT(사물인터넷) 시대가 되면 현대차가 우리의 전방사업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지속적인 1등을 위해 제로베이스에서 국가 차원에서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1위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김성철 삼성디스플레이 사업부장(부사장)은 중국의 추격에 대해 “산·학·연이 힘을 합쳐야한다고 본다. 중국은 무섭다. 정부에서 엄청난 지원을 한다. 가동률이 60% 넘어가면 보조금을 준다. LCD도 하고 있고, OLED에 대한 지원은 더 많이 하고 있다”며 “사람도 엄청나게 채용하고 투자도 계속하고 있다. 2020년에는 전체 캐파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경고했다.

김성철 삼성디스플레이 사업부장(부사장).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어 “삼성이 OLED 가장 먼저 개발한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에 같이 출발했고 여러 어려움을 넘어섰다. 현재 (경쟁사들과) 상당히 기술격차를 이뤄냈고, 삼성의 목표는 초격차 기술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개개인의 리더들이 열정을 가져야한다. 우수한 전문인력을 많이 양성해야하고, 미래지향적인 안목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양사는 중국의 추격 속에서도 미래 디스플레이 산업의 중심으로 OLED를 적극적으로 육성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였다.

강인병 부사장은 “과거 FPD(평판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디스플레이의 혁신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예상보다 큰 산업적인 효과가 있었다”며 “개인적으로 OLED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 초연결 시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시대를 넘어 모든 사물이 디스플레이로 연결되면, 새로운 시장은 분명히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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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초연결 시대에는 폼팩터의 혁신이 이뤄질 것이다. 이는 충분한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본다”며 “예컨대 롤러블(화면을 돌돌 말 수 있는 디자인) 같은 것들에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철 부사장도 “현재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가 40%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대용량의 정보가 고속으로 전달되는 5G 시대가 왔다. (사람들은) 대용량이다 보니 더 큰 화면에서 보고 싶어 한다. 그런데 큰 화면은 휴대성이 떨어져 폴더블(접었다 펼 수 있는 디자인)을 원한다. 폴더블이 새로운 스마트폰, 모바일 시장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