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 주총 전자투표 도입할 때 됐다

선진적 경영 시스템 한차원 끌어올리는 계기될 것

기자수첩입력 :2019/03/22 10:50    수정: 2019/03/22 11:02

삼성전자의 50번째 정기주주총회가 끝났다. 1천여명의 주주가 몰린 이벤트였다. 엄청난 관심에 비해 삼성전자의 준비는 많이 부족했다. 세계 일류를 자처하는 삼성전자는 이제야말로 선진적인 주주총회 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를 맞았다.

총회 시작 후 뒤늦게 입장한 여러 주주가 1시간을 넘게 기다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의 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대표이사는 연신 사과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주식을 50대1로 액면분할했다. 삼성전자 주식은 대장주에서 국민주로 변신했다. 발행주식 규모 만큼 주주 수도 당연히 늘었다. 2017년 말 15만 8천여명이었던 삼성전자 주주 수는 지난해 말 78만 8천여명으로 5배 늘었다. 예견된 혼란이었다.

삼성전자 제 50기 주주총회.(사진=삼성전자)

오전 9시부터 3시간 동안 이어진 주주총회에서 상정된 안건은 별로 문제되지 않았다. 일부가 사외이사 후보자의 적정성 문제를 꼬집고, 올해 불황에 따른 대비책을 물었지만 안건 통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많은 불만이 주주총회 행사 진행 방식에 쏠렸다.

어떤 주주는 "박수부대 삼성 직원은 주총에 들이지 마라"고 발언했다. 또 어떤 주주는 "박수 치는 것으로 안건을 결의하는 게 공정한가"라고 질문했다.

삼성전자 주총 참석 주주는 입장할 때 영업보고서, 주총안건설명서, 너덧장의 종이투표 용지를 받았다. 투표용지는 쓸모가 없었다. 이날 상정된 7개의 안건은 모두 박수로 승인됐다. 박수치는 사람 수도 세지 않는데 공정성을 가졌느냔 의견이 제기될 만 했다.

박수로 안건을 결의하는 건 작년, 재작년 삼성전자의 주총장, 그리고 오늘날 한국 대기업 주총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긴 하다.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지 않는데 굳이 많은 인원이 모든 안건에 투표를 하는 게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법적으로 주주총회는 의장의 재량으로 진행방식을 택할 수 있다. 절차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법률은 한국에 없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수, 기립, 자리이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안건을 결의할 수 있다고 수차례 설명했다. 변호사까지 나서 해명했다.

그러나 '진행의 묘'를 이유로 주주 의결권의 가치가 없어지는 것은 문제다. 주주를 그저 돈주고 주식사서 배당금이나 챙기는 존재로 보냐며 항의하던 어느 참석자의 발언이 공허하지 않은 이유다.

실제로 삼성전자 사외이사 후보자로 추천된 박재완 성균관대학교 교수의 경우 4곳의 해외연기금투자자에서 반대의견을 낸 상황이었다. 주총 참석자 1천명 대부분 찬성하니 반대표 4개가 대세에 영향을 주진 않았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아직 전자투표를 주주총회에 채택하지 않았다. 장소에 상관없이 휴대폰이나 PC로 투표할 수 있는 전자투표는 한국에 도입된 지 10년도 넘었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주주총회에 참석못한 주주의 의결권을 보장하기에 전자투표만한 방안도 없다. 또 요즘은 증권을 종이로 발행하지도 않는다.

삼성전자는 세계 첨단기업의 정점에 선 회사다. 그런 삼성전자가 주주총회 행사 진행방식에서 후진성을 지적받고, 권리행사를 위해 참석한 주주들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건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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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폐회 후 삼성전자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장소와 운영방식 등 모든 면에서 보다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수년째 고민하는 전자투표 도입은 삼성전자가 선진적 경영 시스템을 다시 한차원 더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늘어난 주주, 권리와 역할에 각성한 주주의 눈높이에 맞춘 삼성전자의 행보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