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사례] 벤처 캐피탈「스톰벤처스」철저한 에코시스템으로 성공

일반입력 :2001/06/01 00:00

eWEEK 5월 20일자

최근 가장 많은 투자 재원을 자랑하는 실리콘밸리 인근 지역 벤처 캐피탈의 침체는 곧 하이테크 기술주의 본산지인 실리콘밸리의 몰락을 의미하며, 미국 전체 벤처 캐피탈 시장을 냉각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서부지역 벤처 캐피탈의 투자 패턴 또한 98년, 99년과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벤치마크 캐피탈은 그러한 변화에 잘 적응하며 실적 관리에 성공한 몇 안되는 벤처 캐피탈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몇몇 전문가들은 “미국 내 벤처 펀드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중 정말 괜찮은 곳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드물며, 투자 수익의 90%는 이들 소수의 포트폴리오에 의해 창출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일면 수긍이 가지만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요즘 레드헤어링이나 월스트리트 저널 등과 같은 매체에 심심치 않게 오르내리는 벤처 캐피탈을 보면 개념 없는 ‘브로드라인(Broad-Line)’식 투자와 ‘홈런’ 한 방으로 투자 회수를 기대하는 벤처 캐피탈과는 다른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다.최근 각광받고 있는 스톰벤처스(Storm Ventures)라는 벤처 캐피탈은 98년 후반부터 투자 업무를 시작한 후발주자지만, 네트워크 장비와 광통신 장비/부품/소재에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성공을 거뒀다. 이들 또한 벤치마크 캐피탈과 마찬가지로 씨에나, 시스코 등 전세계 코어 IP망 장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글로벌 업체와의 M&A 성사를 통해 투자 수익을 거두고 있다. 스톰벤처스에는 산제이 서브헤다르(Sanjay Subhedar)라는 인도인과 한국인 남태희 씨가 제너럴 파트너로 활동중이다. 남태희 씨는 하버드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하고 시카고 로스쿨을 나와 벤처 로 그룹(Venture Law Group)이라는 로펌을 설립, 200여 개에 달하는 신생 기업의 IPO와 M&A를 성사시켰다. 이와는 별개로 KAIST 김병윤 교수, 스탠포드 존 쇼(John Shaw) 교수와 함께 울트라밴드 파이버 옵틱스(Ultra band Fiber Optics)라는 광통신 장비 관련 업체의 창업을 주도했다. 최근에는 그래스루츠닷컴(Grassroots.com) 창업에도 참여, 광통신 장비 분야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인도 출신인 서브헤다르 또한 광통신 부품과 소재 공급업체로 유명한 E-TEK 다이나믹스의 COO/CFO로 활동한 바 있고, 이전에는 시스코에 매각된 네트워크 장비 업체 스트라타컴(StrataCom)의 CFO로 재직한 바 있다. 집중화·네트워크화로 투자 족족 성공스톰벤처스는 앞에서 살펴본 벤치마크 캐피탈과 달리 한 분야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또한 보기 드물게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아닌 실제 기업 운영자가 조금씩 내놓은 자금을 바탕으로 철저한 점조직, 이른바 에코시스템(생태계)을 형성해 투자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창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벤치마크 캐피탈과의 차이점은 투자의 원칙과 방법, 영역에 있지만, 네트워크를 형성해 투자 업체의 가치를 높인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실리콘밸리 벤처 캐피탈 가운데 가장 뛰어난 벤처 캐피탈로 각광받고 있는 벤치마크 캐피탈과, 후발주자지만 ‘집중화’와 ‘에코시스템’으로 차별화된 투자 패턴을 보이고 있는 스톰벤처스. 이 두 벤처 캐피탈의 사례에서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향후 벤처 캐피탈이 펀드레이징 정글에서 살아남고 투자 기업의 성공적인 백업을 통해 제대로 투자 수익을 올리려면, 어떤 형태든지 간에 포트폴리오와 벤처 캐피탈, 투자자 사이에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가 종횡으로 엮여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벤치마크 캐피탈의 기업 네트워크와 스톰벤처스의 에코시스템은 단어만 다를 뿐, 추구하는 바는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미국 전체 벤처 캐피탈 투자 재원의 30%를 차지하는 ‘서부지역 벤처 캐피탈’의 행보는 자명하다. 네트워크 파워를 충분히 경험한 클라이너 퍼킨스와 메이필드 펀드, 세코이어 캐피탈, 소프트뱅크 벤처 캐피탈, DFJ, 벤치마크캐피탈, 액셀파트너스 등 10여개로 압축될 수 있는 최상위 벤처 캐피탈만이 치열한 펀드레이징 정글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덧붙여 스톰벤처스처럼 차별화된 방식으로 소수 정예 네트워크를 구축한 소수 벤처 캐피탈 정도가 이들 최상위 그룹과 어울려 생존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