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버블은 블록체인 혁신성 반증하는 것"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 인터뷰

금융입력 :2018/05/23 09:28    수정: 2018/05/23 10:32

박병진, 손예술 기자

"'닷컴버블'로 많은 사람들이 실패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대세는 방향을 거스르지 않는다. 블록체인을 혁신으로 보는 방향은 확실하다. 오히려 버블은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이 혁명적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정부가 가상통화 투기를 지적하며 거론하는 '닷컴버블'의 한복판에 있었던 사람이 있다. 한글과컴퓨터의 대표를 역임하고 닷컴버블 당시 '네띠앙'이라는 회사를 창업하기도 했던 그가 이제는 블록체인과 ICO 자율규제 확립을 위한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전하진 위원장은 블록체인과 ICO의 미래에 대해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블록체인으로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고, 시대가 바뀔 시점을 향후 5~10년으로 내다봤다.

블록체인으로 형성되는 산업으로 양질의 일자리 외에도 우수 해외인력이 유입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기득권 세력들이 낡은 사고방식을 바꾸고, 자율적으로 생태계를 조성해주는 길로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ICO를 리딩할 수 있는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고도 조언했다.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 (사진=지디넷코리아)

■ 정부, 아직도 산업화 패러다임에서 못 벗어나

전하진 위원장은 ICO를 시작으로 블록체인이 가져올 미래를 '블대륙(블록체인대륙)'으로 정의하고 있다. 지상과 공장 기반의 경제적 토양은 블록체인과 클라우드, ICO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산업이 조성된다는 논리다.

전 위원장은 이런 블대륙 조성을 위해 정부 개입이나 규제를 새로 만들어 관리하기 보다는, 자율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ICO를 규제하고, 블록체인을 육성하자고 한 것법도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블대륙은 새로운 시작이다.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정리할 차원이 아니다. 블록체인의 결과물이 가상화폐(코인 등)인데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뭐게 있겠느냐"며 "지금 정치권이 가지고 있는 방향은 산업화의 패러다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 대한 국가 시스템을 짜야 하는데 국내는 부재하다. 아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이여야 하는데 현재 그렇지도 못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옛날 방식의 공무원들이 개입하면 잘 돌아가겠냐. 공무원들이 이 기술을 배우고 난 뒤라면 아마 생태계 조성은 다른 나라에서 이미 끝나있을 것이다. 아직 문재인 정부는 산업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마차 끄는 사람이 자동차 핸들을 어떻게 잡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위원장은 "정부에 블록체인이 뭐냐, 암호화폐가 뭐냐, ICO가 뭐냐고 질문을 던지면 누가 명확히 대답할 수 있을까"라고 물은 뒤 "개념의 정의가 돼야 갑론을박도 있고 판단이 생길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게 이 정부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 닷컴 버블=코인 버블? 혁신에 대한 기대치가 표출된 것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ICO를 전면 금지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작년 3분기부터 올해 초까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치가 급등락을 반복하자 정부는 이를 '투기'로 간주하고, 강경책을 내놓기도 했다.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IT닷컴버블'시기와 비슷하다며 "(버블이 터질 것인지를 두고)나와 내기해도 좋다"고 까지했다.

전하진 위원장은 "닷컴버블 뿐만 아니고 증기기관차가 생겼을 때도 그랬다. 혁명적 기술이 나타나면 항상 버블이 온다.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앞서나가는 것"이라며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꿀거라는 기대치에 의해서 확 올라갔다. 하지만 기술은 그 기대만큼 빨리 해결이 되지 않는다. 거기서 거품이 꺼지지만, 기술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지금은 기대치다. 기대치 시기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의 문제가 있다"며 "블록체인이 혁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대세는 시대를 거스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이더리움 지갑을 만들어서 투자할 수 있는 정도의 사람이라면 ICO 사기는 안 당한다. 지갑도 직접 못 만드는 사람이 돈 번다니까 무조건 투자하는 사람들이 사기를 당하는 것이지 암호화폐가 잘못된 게 아니다"고 했다.

전 위원장은 "그런 부작용은, ICO 과정을 투명한 프로세스로 잘 만들면 사라질 일이다"고 조언했다.

기업공개상장과(IPO)도 다르기 때문에 ICO는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고 재차 지적했다. 전하진 위원장은 "IPO는 우리 자산을 주식화시켜서 유동화하는 것이다. ICO는 전 세계에서 자원을 얻고, 그것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하고 자원을 제공한 사람에게 일정 부분 혜택이 돌아가게 만든 구조다"고 설명했다.

또 IPO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모델이라면, 토큰 경제는 일종의 물물 교환, 즉 토큰을 받음으로써 상당히 새분화해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 (사진=지디넷코리아)

■ 전 세계 이끌 수 있는 ICO모델 만들어야

전하진 위원장은 스위스의 주크(Zug)시나 에스토니아처럼 '블대륙'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을 국내로 끌어와 전 세계를 이끌 수 있는 ICO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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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ICO로 인해 고급 인력를 유입하고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고 봤다. 전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면 실리콘밸리처럼 많은 젊은이들이 유입될 것이다. 미국은 지금도 똑똑한 이민자들을 불러들이고 있는데 이러면 경제가 살아난다"며 "국내는 그런거 다 무시하고 싼 노동자만 데려다 쓴다. 대한민국에 활력이 생기겠냐. 고급 인력이 들어올 수 있게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전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선 전향적인 생각과 전향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블대륙이 실현됐을 때 전 세계 직원한테 월급도 토큰으로 주고 그럴 것이다. 이때 우리만 월급을 토큰으로 안주면 복잡해지지 않겠나. 하나의 경제권으로 인해서 얻어지는 이득을 우리가 많이 취해와야 미래가 있는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