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하나금융지주 신입 직원 채용 과정에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채용 비리 연루 정황이 나왔다.
금감원은 지난달 최성일 부원장보를 단장으로 '하나금융 채용비리 특별검사단'을 꾸려 최근까지 검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일 발표했다.
금감원은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채용 비리를 저질렀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사실 규명을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이날까지 채용 업무 적정성에 대한 현장 검사를 실시했다.
■최흥식 전 원장 외에 함영주 행장도 연루 정황
특별 검사 결과 2013년 하나은행 신입 행원 채용 시 최종합격자 229명(총 지원자 1만8천772명) 중 추천 등에 따른 특혜 합격자는 약 14%가량인 32명으로 드러났다.
이중 행내외 주요 인사의 추천을 받은 지원자 105명 중 16명이 특혜 합격했다. 2건은 최종 면접에서 순위 조작을 통해 남성 지원자를 특혜 채용했으며,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최종 면접 단계에서 순위 조작이 14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이 특별 채용을 지시한 정황이 나타났다.
서류 전형의 추천 내용 항목에 아예 '최종 합격'으로 표기된 지원자가 있었는데, 당시 이 지원자는 서류 전형 및 실무 면접 점수가 합격 기준에 크게 미달하고 합숙 면접에서 태도 불량 등으로 0점 처리됐으나 최종 합격했다.
이 지원자를 추천한 사람은 김○○(회)로 표시됐다. 김○○는 2013년 하나금융지주의 인사전략팀장이지만, (회)로 표시된 것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추정되고 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부행장)시절 '함영주 대표'로 표기, 지역 시장의 비서실장 자녀를 추천했다. 이 지원자는 합숙 면접 점수가 합격 기준에 못미쳤으나 임원 면접에 올라 최종 합격했다.
또 '짱'으로 추천자에 별도 표시한 지원자 6명 중 4명이 합격했다. 이들을 추천한 이는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임이 금감원 검사 결과 드러났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추천한 지원자는 '최흥식부사장 추천'으로 기재됐으며, 이 지원자는 서류 전형 점수가 합격 기점에 미달했으나 통과해 최종 합격했다.
이밖에 국회정무실과 청와대 감사관 조카도 최종 합격했다. 금융감독원으로 추정되는 '감독원' 표기 추천 지원자도 2명 있었으나 이들은 최종 합격하지 못했다.
■남녀 차등채용·학교 차별 채용 사례도 발견
동일한 직무에 대해 남녀 채용 인원을 달리 적용하는 남녀 차등 채용과 특정 학교 출신을 뽑기 위한 성적 조작 사례도 발견됐다.
최종 임원 면접 시 합격권 내의 여성 지원자 2명을 탈락시키고, 대신 합격권 밖에 있는 남성 2명의 순위를 높여 남성 2명이 특혜 합격됐다. 당시 최종 면접 합격자는 남자 201명, 여자 28명이다.
2013년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 시 남녀 비율을 4:1로 사전에 정해놓고 채용하기도 했다. 서울 지역의 경우 여성 지원자의 평균 서류 전형 점수는 600점 만점에 467점으로 남성 419점에 비해 높았으나, 이 비율에 맞춰 뽑느라 여성 지원자가 더 많이 탈락했다.
금감원 측은 만약 이 남녀 차별 커트라인이 없었다면, 여성 서류 합격자는 619명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인사부장과 팀장, 실무책임자가 참여해 명문대와 해외 유명 대학 등을 우대해 14명이 특혜 합격한 경우도 나왔다. 특정 대학 출신 합격을 위한 면접 순위를 조작했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금감원은 채용 비리 정황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소지에 대해 확보한 증거를 검찰에 수사 참고 자료로 지난 30일 제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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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금감원 부원장보는 "엄정한 수사를 위해 적극 협조할 예정이며,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의 채용 비리 연루 의혹에 낙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