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폰, 브랜드와 디자인이 승부 가른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회장 시장 전망

홈&모바일입력 :2018/03/07 08:16    수정: 2018/03/07 08:17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제조사들의 혁신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신 기술뿐 아니라 브랜드 경쟁력도 핵심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고유한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는 스마트폰 제조사로는 애플을 꼽을 수 있다. 애플은 지난해 1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아이폰X을 출시하며 4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절반 이상을 점유했다. 고가 정책으로 인해 판매량은 줄었지만 비싼 가격으로도 일정한 교체 수요를 이끌어내며 실적 선방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의 로버트 N. 시니어 회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IFC 빌딩에서 진행된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스마트폰의 선택 기준은 좋은 성능에도 있겠지만,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소유했을 때 어떤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지 등 브랜드 이미지도 선택 기준이 된다"며 "아이폰의 인기에는 이 같은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아이폰X에는 안면을 인식하는 페이스ID가 적용됐다.(사진=애플)

■애플 '고가 정책'에도 실적 선방한 이유?…"브랜드 충성도高"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매출액(1천202억달러) 중 절반 이상인 614억달러(약 66조2천506억원)를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매출을 기준으로 애플 아이폰 점유율은 전년 동기보다 2.5%p 올랐다. 이 기간 애플 아이폰의 스마트폰 평균 판매 가격(ASP)은 800달러에 이르며, 이는 전체 스마트폰 업체의 ASP인 300달러보다 약 3배 높다.

이처럼 아이폰의 ASP가 높았던 데는 아이폰X의 영향이 크다. 아이폰X은 미국 현지 기준으로 64기가바이트(GB) 999달러(약 112만원), 256GB 1천149달러(약 129만원)이다. 국내 출고가는 이보다 더 높은 64GB 모델 142만원, 256GB 모델 163만원이다.

애플의 고가 정책에도 아이폰은 같은 기간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역대 최고 점유율을 기록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2위인 애플은 지난해 4분기 150만대를 출하해 전년 동기(25%) 대비 3.3%p 늘어난 28.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1위를 수성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55%)보다 점유율이 9%p 하락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카운터포인트 닐 샤 연구원은 "스마트폰이 점차 디지털 생활의 핵심으로 잡으면서 아이폰에 대한 지불 비용 의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7억 명에 달하는 아이폰 사용자가 여전히 애플의 브랜드와 디자인, 사용자 경험에 높은 충성도를 보이고 있어 높은 ASP에도 불구하고 애플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폰을 닮은 스마트폰이 속속 출시되는 이유기도 하다. 예컨대 화웨이의 중가 브랜드 제품들 중 일부는 아이폰 디자인을 빼닮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젊은 소비자층이 애플 아이폰의 이미지를 선호하다보니 아이폰 디자인을 적용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하는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 아너 스마트폰. (사진=화웨이)

■브랜드 이미지가 디자인 경쟁력·가격도 좌우

스마트폰의 성능 혁신이 한계에 부딪힌 것도 원인으로 제기된다. 이에 올해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디자인 측면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로버트 N. 시니어 회장은 "각 제조사의 스마트폰 기술은 이미 어느정도 비슷하기 때문에 올해에는 디자인 싸움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며 "또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가 주요 소비자가 되면서 사용했을 때 보여주는 이미지에 대한 영향이 커지는 것이고 이는 제품의 프리미엄화와도 연관이 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이미지가 스마트폰의 출고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경우 해외에서도 이 같은 브랜드 이미지가 굳어져 출고가 조정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화웨이도 이러한 이유로 중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국내에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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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출시하는 중국 업체의 이미지가 있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것을 꺼린다"며 "스마트폰의 경우 한국 소비자들이 화웨이의 프리미엄 제품보다는 삼성이나 애플의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 크고, 이에 따라 마케팅 차원에서 제품의 브랜드 로고 노출도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체인식,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증강현실(AR) 등 진보된 기술들이 주요 프리미엄 스마트폰들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면서 디자인이나 성능에 큰 변화가 없다면 교체 수요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며 "장기적으로 소비자가 선호하고 안착할 수 있는 브랜드 힘을 쌓아가는 것도 관건"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