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라는 큰 담론이 이제는 일상에 녹아들고 있는 하나의 도구가 됐다. 이미지 및 음성인식, 각종 추천서비스, 인공신경망 기계번역 등 머신러닝 기술이 발전하면서 나온 성과들을 생활 곳곳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같이 AI가 보급되는 시점에서 현업 혹은 학계에서는 어떤 고민과 어려움을 안고 있을까?
27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2017 굿인터넷클럽 5차 행사에서는 '인공지능, 일상을 파고들다'라는 주제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장병탁 교수, 야놀자 전략기술연구소 김진중 소장, 헬프미 박효연 대표, 스켈터랩스 조원규 대표가 자리했다.
이날 장 교수는 "AI 연구는 오랫동안 이뤄졌지만 최근에야 일상생활에 접목되면서 산업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딥러닝은 머신러닝의 한 분야로서 의미가 있지만 지금은 '롱러닝(long learning)'이 더 중요한 시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미 수 년 전부터 머신러닝을 위한 여러가지 알고리즘이 연구되고 보급된 만큼 이제는 얼마나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람과 대화하면서 학습과정을 거쳐 더 정확한 AI 기반 서비스가 나올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됐다는 뜻이다.
이를 위한 기반이 되는 것이 데이터다. AI 스타트업 중 하나인 스켈터랩스는 아마존 에코, KT 기가지니, SK텔레콤 누구 등과 같은 음성인식스피커를 넘어 보다 개인화된 진짜 AI 비서를 꿈꾼다. 이 회사 조원규 대표는 개인화를 위한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사가 내세운 개인화된 서비스에 대해 조 대표는 "나와 항상 같이 있고, 나를 너무 잘 알고, 내가 필요한 것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존 음성인식스피커 수준을 넘어 더 나를 잘 알고 대응해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 개인에 대한 더 많은 세세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조 대표는 "사용자 취향을 알려면 상당히 많은 개인 데이터가 필요한데 우리는 굉장히 안전한 방법으로 사용자만 볼 수 있는 데이터를 취합하고, 이를 활용해 서비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만만치 않다. 그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곳에서 개인 데이터를 수집한다면 그 규모가 커서 문제이고, 작은 회사는 못 믿어서 문제"라며 "우리는 개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리스크와 비교해 내가 관심있는 것들에 대해 더 자세히 잘 알려줄 수 있도록 보상을 높이는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률 분야에서 AI 기반 스타트업 헬프미를 창업한 박효연 대표는 "법률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아직까지 소비자들이 AI 기반 서비스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어렵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정적이지만 정형 데이터로 만들 수 있는 특정 서비스 구현하기 위한 데이터만을 수집하고 있다"면서도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현실이 수월치 않다"고 밝혔다.
법률 정보를 수집, 분석해 자문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개인정보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을 해결하는 일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숙박앱을 서비스 중인 야놀자 전략연구소 김진중 소장은 "과거 AI가 몸(서비스)과 머리(원천기술)가 다소 분리된 채 연구됐다면 요즘은 이 부분이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AI 수준이 인간이 룰을 만들 수 없는 영역까지 펼쳐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야놀자는 숙박앱을 통해 숙소에 한 시간 안에 들어갈테니 시원하게 만들어달라는 등 뭔가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는 관점에서 AI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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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장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중 하나가 몸과 마음을 연결시키는 일"이라며 "현실에서 센서는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임무가) 끝났었는데 이것이 앞으로는 AI 기술이 발달되면서 행동이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는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가 구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하면 그동안 프로그래밍을 통해 소프트웨어로 해결하던 것에서 나아가 각종 센서들로부터 받아들이는 정보를 여기에 결합시키면 이전에 프로그램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여러가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