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라인, 프랑스에 공들이는 이유

해외진출 전진기지…올랑드 전 대통령과 인연

인터넷입력 :2017/06/18 09:36    수정: 2017/06/20 10:49

네이버가 프랑스 시장을 중심으로, 유럽 시장 진출에 속도를 더하는 모습이다.

미래 기술 확보에 투자활동을 벌여온 네이버는 최근 프랑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시설에 페이스북과 동일한 규모의 자체 육성 공간을 마련하는 등 인재 육성에도 손을 뻗쳤다.

창업주인 이해진 전 의장이 ‘제2의 창업’ 지역으로 유럽을 지목한 것을 계기로, 프랑스를 전진기지 삼아 기술력부터 전문인재까지 확보해 글로벌 기업과 겨루려는 네이버의 전략이 다시 한 번 확인된다.

■프랑스 인재 육성에 나선 네이버

스페이스 그린

네이버는 지난 16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전세계 최대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스테이션F'에 스타트업 육성 공간인 ’스페이스 그린‘을 오픈한다고 밝혔다.

스테이션 F는 3만4천㎡ 규모의 스타트업 전문 보육 캠퍼스다. 페이스북, 젠데스크, 방트 프리베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이 스타트업 대상의 육성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와 라인은 페이스북과 동일한 규모인 80석 규모로 '스페이스 그린'을 마련하고, 스타트업들의 성장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스타트업이 연계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해나갈 계획이다.

또 스페이스 그린에 유럽의 역량 있는 스타트업뿐 아니라, 한국, 일본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스타트업들도 수용할 예정이다. 전세계 스타트업들과 교류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파트너로서 협력해나간다는 구상이다.

네이버와 라인은 유럽에 모인 재능 있는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고 적극 육성함으로써 차세대 기술과 서비스, 인재를 자사 경쟁력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유럽은 높은 인터넷 이용률뿐 아니라 최근 다양한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토대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며 전 세계 인터넷 기업의 주목을 받는 중요한 시장"이라며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한국 검색 시장과 아시아권 메신저 시장에서의 노하우를 축적한 네이버와 라인은 그간의 성공 경험과 축적된 기술들을 바탕으로 유럽의 역량 있는 스타트업들과 혁신적인 가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부터 시작된 네이버-프랑스 인연

지난 2015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공화국 대통령(가운데), 네이버 김상헌 대표(오른쪽), 플레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통신부 장관(왼쪽)이 업무 협약을 체결한 장면.

네이버와 프랑스의 인연은 지난 2015년 11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전 대통령이 방한해 당시 네이버 수장이던 김상헌 대표를 만나 협력안을 논의한 것이 출발점이 됐다.

이 때 네이버는 프랑스 문화, 생활양식, 경제, 교육, 언어, 관광 등 다양한 정보를 네이버TV에 제공하고, 다양한 플랫폼에 프랑스의 창작자와 콘텐츠를 소개하기로 했다. 또 네이버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D2 스타트업 팩토리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기로 했다.

그 이후 네이버는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장관과 유럽 금융전문가인 앙투안 드레쉬가 설립한 코렐리아 캐피탈의 ‘K-펀드 1’에 출자하며 프랑스와의 인연을 이어나갔다. 플뢰르 펠르랭 전 장관은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과 함께 방한했던 인물이다.

네이버는 또 지난해 11월 프랑스 음향기술 스타트업인 드비알레에 코렐리아 캐피탈과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하나의 핵심 축이 될 음향기술 쪽에 투자한 것으로, 네이버는 가성비 높고 관련 특허만 100개가 넘는 드비알레의 음향기술을 자사 서비스에 녹여낸다는 방침이다.

■ 네이버, 왜 유럽 노릴까

라인프렌즈는 지난 5월 ‘라이센싱 엑스포 2017’에 참가해 약 1천만 달러 이상 계약을 성사시켰다.

네이버가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미 글로벌 공룡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새로운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반 구글 정서가 팽배한 유럽의 경우, 미국 서비스를 대체하는 서비스로 반감이 덜한 한국 서비스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유럽연합(EU)에선 구글 등 영향력이 막강한 미국 인터넷 업체들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유럽은 삼성, 엘지 등 국내 가전제품들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이 높아 한국 기술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유리한 환경 탓에 네이버가 프랑스를 중심으로, 5억 명이 넘는 유럽 시장을 본격 공략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에서의 성공 경험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네이버의 해외 시장 성공 경험은 이미 라인을 통해 일본과 태국, 대만 등에서 입증됐다. 라인의 글로벌 월간 활동 사용자 수는 지난해 4분기 기준 2억1천700만 명이며, 지난 1분기 매출액 389억엔을 달성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스타트업 CEO들과의 간담회.

네이버는 지난해 7월 일본 자회사 라인을 미국, 일본 증시에 동시 상장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이해진 전 의장은 지난해 10월에 열린 ‘데뷰 2016’ 부대행사인 기술창업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라인의 성공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 도전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한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러 기업들에게 든든한 동반자이자 협력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이 의장은 “라인의 성공은 정신과 육체적으로 힘든 상태에서 일어난 기적이자 행운”이라며 라인이 성공했기 때문에 유럽과 미국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또 “구글과 페이스북 등 몇 개의 기업이 시장을 다 갖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유럽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면서 “유럽을 가는 이유는 대안을 찾지 못하는 지역 기반 사업자들과 협력하고 고민함으로써 이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실질적으로 도우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해진 전 의장은 지난 3월 네이버 의장직을 내려놓고, 유럽 등 해외 시장 개척과 진출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