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km 전기로도 충분한 주행거리’
현대차 잠실 시승센터를 통해 직접 받은 아이오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이하 아이오닉 플러그인) 차량 측면에 새겨진 문구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일반 하이브리드와 달리 전기 완속 충전구가 달렸다. 이 충전구로 배터리를 100% 완전 충전하면, 일정 구간에서는 순수 전기차처럼 주행할 수 있다.
아이오닉 플러그인은 최고출력 105마력(ps), 최대 토크 15.0kg.m의 신형 카파 1.6GDi 엔진과 최고 출력 60.5마력(ps,44.5kW 환산 시), 최대 토크 17.3kgf.m의 고효율 영구자석형 모터 시스템이 적용됐다. 엔진과 모터 합산 최고 출력은 141마력, 최대 합산토크는 27kgf.m다.
아이오닉 플러그인은 EV(전기)모드 실행시 최대 46km까지 갈 수 있으며, 엔진 합산 최대 주행 가능거리는 900km다. 상황에 따라 전기와 엔진을 배분해가면서 쓸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주행거리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오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EV모드는 수도권 주행에 적합할까? 직접 스타필드 하남에서 100% 완속충전을 진행한후,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 주차장까지 총 62.1km를 EV모드만으로 주행해봤다.
■에어컨 틀면 주행거리 2km 줄어들어
시승 당일인 14일 수도권 날씨는 최고 28도까지 오를 정도로 무더웠다. 마음 같아서는 에어컨 공조장치를 틀지 않고 주행하고 싶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에어컨 온도를 가장 낮추고, 바람세기를 가장 낮은 1단계로 설정했다. 운전석에 있는 쿨링시트는 최고 단계인 3단계까지 설정했다. 평소 운전할 때 나는 땀을 식히기 위해서다.
그러자 초기 시동시 나타났던 전기 주행가능거리 '46km'표기가 ‘44km' 줄어들었다. 공조장치를 키자마자 2km 줄어든 셈이다. 계속해서 에어컨을 틀면 EV모드 만으로 일산까지 주행이 힘들 것으로 생각해, 에어컨 바람과 운전석에서 오는 자연 바람을 번갈아가면서 느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일정 시간은 에어컨 공조 장치를 껐다. 공조 장치를 끄자 전기 모드 주행거리 표기는 다시 2km 증가했다.
■운전 스트레스 덜어주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선유지보조시스템
스타필드 하남부터 미사 IC까지 수동 운전을 진행한 후, 올림픽대로 미사 IC부터 가양대교 부근까지는 부분 자율주행과 수동운전을 번갈아 진행했다. 교통상황이 여유로울 때는 차량에 탑재된 SCC(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LKAS(차선유지보조시스템)을 활용했고, 정체 상황일 때는 안전을 위해 수동 운전을 했다. 참고로 SCC와 LKAS는 시속 60km 이상일 때 정상 활용이 가능하다.
SCC와 LKAS 설정을 할 때 차간거리 설정은 1단계~4단계 중 1단계를 설정했다. 단계가 낮을수록 앞차와의 거리가 줄어든다. 주행 속도는 올림픽대로 주행 제한 속도인 시속 80km에 맞췄다.
아이오닉 플러그인의 LKAS는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올림픽대로는 도로 특성상 차선 표시가 희미할 때도 있고 진할 때도 있는데, 아이오닉 플러그인 LKAS는 이에 굴하지 않고 안정적인 직선 및 커브 주행을 도와준다. 차선 폭이 좁아질수록 아이오닉 LKAS의 진가가 발휘된다.
하지만 SCC는 차간 거리 유지를 위해 약간의 급가속을 유도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아무리 EV모드로 주행해도, 급가속 시에는 동력 전달을 위해 엔진을 개입시킨다. SCC가 작동중인 아이오닉 플러그인이 차간 거리 유지를 위해 스스로 가속하자, 가솔린 주행거리가 약간 줄어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엔진이 일부분 개입됐다는 뜻이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달리 완전한 정차까지는 지원하지 않지만, 고속 주행 시 운전자의 발목 피로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한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실행되는 동안에는 충분히 발목을 풀 수 있는 여유가 생길 수 있다.
■61km 주행해도 배터리 남는 아이오닉 플러그인
스타필드 하남부터 경기도 일산 킨텍스까지 61km를 EV모드로 주행해본 결과, 출발 전 910km(전기 46km, 가솔린 864km)였던 주행거리는 867km(전기 7km, 가솔린 860km)로 줄어들었다. 약 18km의 주행거리 상 이득을 본 것이나 다름없다.
놀라웠던 것은 에어컨 공조장치와 급가속이 반복됐음에도, 아이오닉 플러그인의 배터리가 남았단 것이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서울의 동쪽 끝부터 서쪽 끝까지 충분히 EV 모드 주행이 가능하다. 급가속이 이뤄져도 가솔린 주행거리가 약 4km 정도만 줄어든 것도 눈에 띈다.
이같은 결과는 연비운전을 중시하는 운전자라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다만 에어컨 공조장치를 많이 틀거나 스포츠 드라이빙을 중시하는 운전자라면, 전기 모드 만으로 하남과 일산 거리를 EV모드로 갈 수 없다.
■완속충전 인프라 확산이 아이오닉 플러그인 지름길
아이오닉 플러그인의 가격은 아이오닉 플러그인의 가격은 N트림 3천230만원, Q트림 3천410만원이며, 정부 보조금 500만원 반영 시 N트림 2천730만원, Q트림 2천910만원으로 2천만원대로 구입할 수 있지만, SCC와 LKAS가 들어간 ‘현대 스마트 센스’를 선택하면 판매가가 다시 3천만원대 이상으로 뛰어오른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보조금은 기존 전기차 보조금보다 매우 낮다. 이 때문에 친환경차 구입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2천만원대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받는 전기차를 구매하거나, 일반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아이오닉 플러그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누구나 마음 편하게 완속충전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전국 각지에는 포스코 ICT가 구축한 '차지비‘ 충전기가 마련됐다. 이 충전기는 쇼핑몰, 영화관 등에 고르게 설치됐다.
안타까운 현실은 이같은 완속충전기가 100%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오닉 플러그인 주행 테스트 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한 현대자동차 서비스 가맹점을 찾았다. 아이오닉 플러그인이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가 해당 장소에 완속 충전기가 있다고 추천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서비스센터에 설치된 충전기는 먼지만 쌓인 채 방치만 되고 있었다. 아무리 화면을 눌러봐도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고, 충전기도 별도로 분리된 상태였다. 해당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충전기 전력이 들어오지 않아 서비스가 어렵다”고 밝혔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완속 충전에 대한 대중의 인식 확산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현대차 서비스센터 가맹점에 이어 논현동에 위치한 노보텔 엠베서더 서울 강남 호텔을 찾았다. 이곳 로비 앞에 차지비 충전기가 설치됐기 때문이다. 충전을 위해 충전기 앞에 마련된 주차공간으로 접근하자, 호텔 직원은 지하 5층에 가서 주차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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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차량이 전기 충전이 가능한 차라고 말하자, 호텔 직원이 믿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이 차가 전기 완속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라 말하자, 호텔 직원은 충전기 장소에 설치된 라바콘을 치워주고 차량 주변을 떠났다.
아이오닉 플러그인의 배터리 완속충전 소요 시간은 3시간이다.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면서 충분히 충전할 수 있는 시간대다. 약 30분 정도 소요되는 급속충전보다 시간은 느리지만, 가장 안정적인 충전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가 만일 가정용 또는 공공 완속충전기 보급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아이오닉 플러그인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