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와 정보기술(IT)이 찬밥이다. 국내 SW, IT기관 80여곳이 참여해 만든 SW, ICT 총연합회가 요구한 ICT 단독(독임) 부처 신설은 이미 물건너 갔다. 단독부처 신설은 이 단체가 요구한 11개 항목 중 1순위였다.
SW와 IT 홀대는 청와대 직제 개편에서도 나타났다. SW와 ICT를 담당하는 전담 수석이 없어졌다. 대신 과학기술보좌관이 신설됐다. 과학과 ICT는 속성이 다르다. 물과 기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특성을 감안하면 분류해 다뤄야 한다.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자문위원에도 SW와 ICT 전문가는 하나도 없다. 국정자문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5년의 청사진을 그리는 곳이다. 이 청사진에 SW와 ICT가 얼마나 담길 지 우려스럽다. 모 언론사는 최근 ‘문재인시대 파워엘리트’와 ‘문재인 사람들’이라는 새 정부를 이끌 브레인들을 모은 책을 펴냈다. 여기에도 SW와 ICT 전문가는 전멸이다. 방송인과 문인은 있어도 IT인은 없다. 100~200여 인물 중 한 책에만 유일하게 유웅환 전 인텔매니저가 등장한다.
청와대와 인수위, 정권 파워엘리트 명단에서 물먹은 IT에 남은 건 미래부 장관 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SW와 ICT의 중요성을 말하는 건 이제 지겨울 정도다. SW와 ICT를 모르는 비 전문가들, 심지어 대통령 조차도 4차 산업혁명시대의 주역이 SW와 ICT라는데 동의한다. 실제로 4차산업혁명의 키워드는 초연결과 초융합인데, 이를 구현하는 것이 SW와 IT다.
얼마전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 5대 정보기술(IT)업체들 기업 가치가 세계 1~5위를 휩쓸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불과 10년전만해도 상상 못할 일이다. 10년전 기업가치 세계 1~5위 기업은 석유 등 굴뚝 기업이 차지했다.
구들 등 이번에 세계 1~5위 기업가치를 휩쓴 기업의 공통점은 소프트웨어(SW)와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이다. 브라우저 시조인 모자이크를 개발한 유명 개발자이자 투자가인 마크 앤더슨은 이미 2011년에 “SW가 세상을 삼킨다”는 칼럼을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로도 SW는 계속 세상을 삼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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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달리는 SW’가 됐고, 주력 전투기에서 SW가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는다. 굴뚝기업 대명사 GE는 오래전에 “SW기업”이라고 표방했다. 스타벅스와 모건스탠리 역시 “우리는 IT기업”이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SW와 IT는 문재인 정부 최대 화두인 일자리 창출에서도 주인공이다. 일자리 계수는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높고, 서비스업중 가장 높은 일자리 계수를 차지하는 것이 SW 와 IT다.
대통령도 중요하다고 하는 인정하는 SW와 IT. 하지만 정작 문재인 정부 청사진을 그리는 사람들에는 SW와 IT 전문가가 없다. 사람을 못 쓰는 정권 탓인가, 아니면 SW와 IT인이 능력이 없는 것인가. 이도저도 아니면 SW와 ICT가 4차산업혁명의 주역이 아니라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