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짐 콜린스는 경영이론 관련 베스트셀러 책을 여러 권 쓴 유명 작가이다. 그는 새로 책을 발간할 때마다 머릿말에 과학적 실증연구를 통해 기업의 성공요인에 대한 인과관계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미국의 좋은 기업(Built to last), 위대한 기업(Good to great), 그리고 망한 기업(How the mighty fall)에 관한 책을 썼다.
(콜린스의 책들은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란 제목으로 국내 번역됐다.)
하지만 콜린스가 성공하고 위대하며 망하지 않는 방법의 증거로 제시한 여러 기업들은 대부분 망했다.
첫번째 책 출간 후 27년이 지난 뒤 그가 출간한 마지막 책 '위대한 기업의 선택'(Great by Choice)은 운 좋은 기업들의 성공 이야기이다. 기업의 성공이 결국 '운'이라니, 30년간 그의 메시지에 매료됐던 비즈니스맨들에게는 황당한 결론이다. 학자들도 '운'의 성공 영향도를 연구해야할 지 고민한 듯 하다. 국내 유명대학의 어떤 교수는 기업 성공요인의 45% 정도는 운이라는 어려운 계산을 해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히트작인 '혁신 기업의 딜레마'에서 고착화된 성공 관행이 기업의 생존에 얼마나 해로운가를 설파했다. 파괴적 환경에 부딪치면 기존 성공관행은 순식간에 쓸모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생명체 중에 영속하는 것은 헬라(HeLa cell) 암세포 밖에 없다.
기업은 태어나고 성장하지만, 시간차는 있을 지언정 언제나 새로운 혁신기업에 자리를 빼앗긴다. 한때 효능이 입증됐다는 기업의 성공이론도 유통기한이 지나면 약효가 사라진다. 이처럼 변하지 않는 성공의 황금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기업은 유행을 따라 떼몰림을 하지 말고 항상 전략적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전략적 의사결정은 남과 다른 생각, 즉 혁신을 유지할 때 가능하다. 현명한 경영자는 어쩌면 영원히 달성 불가능한 목표, 끊임없이 혁신을 유지하는 기업문화를 지키는 사람이다.
끊임없는 혁신은 무엇(What)을 어떻게(How) 하느냐에 달려있는 게 아니다. 항상 '왜(Why)'란 질문을 던질 때에만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다. 경쟁사를 벤치마킹해서 무엇을 어떻게 만드는지 배우는 일은 그 다음이다.
무엇과 어떻게는 배우고 따라하기 쉽다. 그러나 '왜'는 가치관과 실존을 정하는 깨우침이라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를 먼저 세우면 어떻게와 무엇은 자연히 따로 온다.
■ 다른 사람을 향한 희생과 고귀함이 중요한 요인
어떤 프로세스와 어떤 산출물을 만들 것이냐는 순전히 '왜'의 통제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다른 업체의 노하우를 훔쳐와도 그 업체와 고객 선호도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두 회사의 “왜”에 대한 철학 때문이다.
도요다생산방식을 창안했던 오노 다이이치는 이렇게 말했다.
“도요타 스타일은 열심히 일함으로써 결과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창조력에는 한계가 없다고 말하는 시스템이다. 사람들은 도요타에 '일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러' 간다.”
그렇다. 역시 생각이 핵심이다. '왜'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영어 단어는 'THINK'다. 예전에 IBM은 입사하는 모든 직원에게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손바닥 만한 'THINK' 명패를 주었다. 창업자 왓슨이 만든 문화이다.
IBM의 직원들은 이 명패를 바라보면서 사안을 대하는 사고 훈련을 받았다. 애플은 그런 IBM을 조롱하든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의 기치로 IBM 같은 기득권 세력에 도전했다.
관련기사
- 문제직원은 없고, 문제상사만 있습니다2017.02.20
- 전문가를 의심하라2017.02.20
- 의미있는 사업계획서의 조건2017.02.20
- 선형적 기업과 전환형 기업2017.02.20
이런 THINK의 기업문화가 이제는 인공지능에 도전받고 있다. 알파고와 왓슨이 사람을 대신해서 더 높게 더 깊게 생각해 주는 세상이 되었다. 병원에 도입된 왓슨에게서 의사들도 질병의 확진을 검증한다. 기계가 만드는 'THINK SUPERIORLY'(탁월하게 생각하라)의 세상이다. 이런 기계에 대하여 인류가 우월감을 갖도록 할 대안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통찰력이 있는 친구와 오랜 시간 이야기도 나누었다. 인간이 드러낼 수 있는 타인을 향한 희생과 고귀함에 대해 이야기가 모아졌다.
'THINK NOBLY(고귀하게 생각하라)'의 조직문화를 상상해본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