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자동차시장이 역대 최대 판매량을 달성했지만 국내 자동차업계의 맏형인 현대자동차의 내수 점유율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형제 계열사인 기아차를 합쳐도 연간 가장 부진한 성적표다.
현대·기아차의 하락한 점유율은 지난해 첫 20만대 시대를 연 수입차업체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작년 내수시장 점유율은 67.7%로 전년 대비 1.6p% 감소했다. 역대 최저치다. 현대·기아차는 2009년 점유율 76.8%로 정점을 찍은 뒤 2012년 74.6%, 2013년 71.4%로 조금씩 밀리더니 2014년에는 69.3%를 기록, 내수점유율 70%대가 무너졌다.
지난해 자동차 내수시장은 다양한 신차 출시와 개별소비세 인하 등 호재로 총 183만3천293대가 팔려나가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 역시 전년 대비 7.9% 증가한 124만1천621대를 판매했지만 수입차 공세에 밀려 점유율이 하락한 셈이다.
반면 수입차업체들은 지난해 24만3천900대를 판매하며 사상 처음으로 20만대를 돌파했다. 전년 대비 신장률은 24.2%에 달한다. 점유율 역시 13.3%로 올랐다.
르노삼성자동차 QM3와 한국GM 쉐보레 임팔라처럼 무늬만 국산차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차량의 판매대수가 급격히 늘어난 점도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 하락을 부채질했다. QM3와 임팔라는 지난해 각각 2만4천560대, 6천913대가 팔려나갔다. 이들을 수입차로 집계할 경우 베스트셀링카는 폭스바겐 티구안(9천467대)이 아닌 QM3가 된다. 임팔라 역시 4위에 해당하는 판매량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줄곧 사수해 온 현대차의 연간 점유율 40%대 고지가 처음으로 붕괴된 것을 놓고 업계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2004년 49.3%로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2000년대 내내 40% 후반대 점유율을 지켜왔지만 2010년 들어 40% 초반대로 하락하더니 2014년 41.3%까지 밀렸다. 현대차의 지난해 내수 점유율은 39.0%로 전년 대비 2.3%p 감소했다.
올해 전망 역시 밝지 않다. 지난해 출시된 신형 아반떼, 신형 스포티지 등처럼 판매량을 견인할 현대·기아차의 볼륨 모델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오는 14일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모델을 필두로 하반기 신형 i30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아차도 오는 25일 신형 K7을 시작으로 내달 모하비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인다. 이어 K5 플러그인하이브리드(PEV) 모델과 소형 SUV 하이브리드(HEV) 모델 니로를, 하반기에는 K7의 HEV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G80도 하반기 공개된다.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적은 차량들인 데다 중점을 두고 있는 HEV 모델 등 친환경차 시장은 아직 성숙하지 못한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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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개소세 환원과 수입차 공세 등 쉽지 않은 여건이지만 올해도 지속적인 신차 출시 및 마케팅 활동 강화 등을 통해 내수를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한국GM은 내수 점유율 8.6%를 기록했다. 쌍용차는 5.4%, 르노삼성은 4.3%로 집계됐다. 3사를 합친 점유율은 18.3%로 수입차와 불과 5%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