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S와 싸워보자"…시스코, 국내 통신사에 구애

일반입력 :2015/02/26 08:01

시스코시스템즈와 함께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를 확보하십시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대등한 경쟁을 벌이십시오.

시스코코리아가 클라우드 사업을 고려하는 국내 통신 업체들을 상대로 업계 1위 'AWS와 맞붙으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새해 통신부문 사업전략을 제시한 25일 서울 삼성동 사무실 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지난해 소개한 연합형 클라우드 서비스모델 '인터클라우드(Intercloud)'에 동참하란 게 핵심이다.

시스코 인터클라우드는 사업자마다 개별 구축해 운영하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상호 연동해, 여기 참여한 업체의 자원을 세계 각지에서 필요한 때와 필요한 장소에 제공하는 서비스 모델이다. 이기종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시스코의 분산형 네트워크 연동 기술 '인터클라우드패브릭'이 핵심 구성 요소다.

이날 시스코는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 1위 업체로 알려진 AWS와 대등하게 경쟁하려면 그에 걸맞는 글로벌 인프라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스코 인터클라우드 생태계에 합류하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AWS같은 회사를 상대로 경쟁해도 승산이 있을 거란 논리다.

왕수현 시스코코리아 통신사업부 상무는 통신사업자가 구축한 클라우드서비스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는 전무하다시피한 상황이라며, 그 이유중 하나는 삼성전자, 애플, 현대자동차, GE같은 다국적 회사가 원하는 글로벌 인프라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스코의 진단과 해법은 대충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내수용 인프라만 제공 가능한 기존 통신사 클라우드는 충분한 수요 확보가 어려웠다. 수익도 미미했다. 따라서 각국 통신사들은 내수 시장 관점을 벗어나 세계 각지의 데이터센터와 연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향해야 한다. 이 때 타지역에 직접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느니, 현지 사업자가 구축한 클라우드 인프라를 필요할 때 빌려 쓰는 게 효율적이다.

시스코가 통신사들이 단순히 인터클라우드에 합류한다고 기존 클라우드에서 AWS의 지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하는 건 아니다. 지역 장벽을 극복함으로써 AWS만큼의 경쟁력을 갖추면 향후 거대해질 신규 클라우드 시장에서 최소한 대등한, 어쩌면 더 유리한 싸움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시스코가 이 같은 가능성을 강조하는 근거는 뭘까? 여기서 신규 클라우드 시장은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위한 인프라 영역을 가리킨다. IoT 시나리오를 실현하기 위한 단말기 및 뒷단 서비스는 결국 클라우드 위에서 돌아간다. 그런만큼 인프라 사업자에게 돌아갈 기회가 커진다는 설명이다.

간담회에서 IoT 플랫폼을 위한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 규모가 구체적인 숫자로 언급되진 않았다. 다만 왕 상무는 클라우드가 IoT 플랫폼의 기반이 될 것이라며 존 챔버스 시스코 최고경영자(CEO)의 1년전 관측을 인용해 10년내 IoT 시장이 19조 달러 규모로 형성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관련기사)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시스코의 진단대로 통신사들이 이미 자체 클라우드로 쓴맛을 봤다면, 추가적인 투자 의지가 위축됐을 수 있다. 시스코코리아에겐 이런 통신사의 투자를 유도하는 것 자체가 숙제다. 일단 가치 제공방식을 다양화해 통신사 변화 의지를 끌어내겠다는 게 시스코의 해법이다.

이를 감안해 시스코는 영업 전략을 솔루션 공급 위주에서 비즈니스 모델까지 함께 제안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과거엔 제품을 사서 써보라는 얘기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필요한 사업 분야를 미리 파악해 그걸 위한 인프라 아키텍처를 고민하고 알맞은 솔루션을 제안하는 식이다.

박재범 시스코코리아 통신사업본부 부사장은 시스코 역할은 IoT시장에서 신사업을 창출할 통신사의 동반자라며 EPN과 ESP같은 기술 및 서비스를 제공할뿐 아니라,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을 위한 자문과 실행을 위한 프레임워크, 변화에 대한 컨설팅과 금융지원 등을 포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시스코의 접근법으로 IoT서비스를 구축한 유럽 통신사 도이치텔레콤 사례가 소개됐다. 소비자가 지역 유통점에서 광랜 모뎀을 사서 가정내 랜선을 연결한 즉시 통신사 웹사이트를 통해 인터넷 서비스 신청과 개통이 이뤄지고, 방화벽이나 IPTV같은 부가서비스도 직접 구성할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이다. 단순 인터넷 개통에만 신청 후 3주씩 걸렸던 현지 시장에선 획기적인 모델로 주목됐다는 설명이다.

박 부사장은 IoT서비스 파트너로 계약을 체결한 통신사는 호주 텔스트라 등 세계 20여곳이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에서는 우선 4곳 정도라며 향후 대부분의 통신사와 동맹을 맺고 글로벌 SI업체나 클라우드 사업자와도 계약하겠지만, 국내 통신사와의 관계는 아직 밝히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통신사를 상대로 AWS와의 경쟁을 부추기는 시스코의 메시지는 앞서 제시된 인터클라우드의 최종 밑그림과 충돌하는 듯한 인상도 없지 않다. 시스코는 지난해 하반기 인터클라우드 개념을 구체화할 때 AWS나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와 같은 퍼블릭클라우드 사업자와의 '파트너십'까지 염두에 뒀다고 밝혔는데, 이제는 통신사들에게 그들과 경쟁하라는 얘기가 약간 혼란을 유발한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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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부사장은 이에 대해 퍼블릭클라우드 사업자들과의 협력 모델은 글로벌 인프라 연동이 완료된 이후 '시스코클라우드서비스(CCS)'라는 서비스형 제품 공급을 위해 구상된 것이라며 인터클라우드에 퍼블릭클라우드 업체의 인프라를 연동한다는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박 부사장의 설명에 기반해 비유하면 여러 건설사(통신사)들이 제각각 마련한 도로 구간(클라우드 인프라)을 시스코가 연결해주는 게 인터클라우드 모델이다. 이 모델에서 시스코는 자동차(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도 제공하는데, 이 자동차는 파트너십에 따라 AWS나 MS애저의 '도로'로도 다닐 수 있다. 다만 인터클라우드 연동 인프라에 AWS나 MS애저의 클라우드가 포함되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