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근거리 위치인식기술 '비콘'이 위치기반 개인화 마케팅 수단으로 큰 관심을 모은 가운데, 사업자간 제각각인 플랫폼을 모두 아우르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벤처업체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지난 1월 비콘 기술을 활용한 위치인식 앱 '징(ZING)'을 선보인 '닷징(Datzing)'이 주인공이다.
지난 20일 프랭크 누오보 닷징(Datzing)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어떤 비콘이나 와이파이 기기든 감지할 수 있고, 따라서 이미 다른 서비스와의 통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마케팅스퀘어컨퍼런스에서 '마이크로로케이션의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한 폐막 강연 중 나온 발언이다.
비콘(Beacon)은 블루투스와 와이파이 표준 기반으로 근거리에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프로토콜, 또는 블루투스 기술로 이를 활용해 자기 위치와 결합된 정보를 다른 기기에 전하는 송신장치를 가리킨다. 인식 거리가 근거리무선통신(NFC)보다 길고, 실내에서도 모바일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 유용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비콘은 모바일 사용자들의 위치기반 개인화 서비스에 광고 및 마케팅 수단이자 결제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 국내외 많은 사업자들이 로컬커머스를 모바일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비콘을 활용할 계획을 갖고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닷징이 앞서 공개한 징 앱은 사용자가 모바일 기기에 설치하고 비콘 신호가 나오는 장소 범위에 들어갔을 때, 그 사용자에게 쿠폰, 사진, 웹사이트 링크를 보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블루투스, 무선랜만 되면 구형 안드로이드 기기 사용자도 지원 가능하다.
아직 구글은 안드로이드에서 비콘 활용 수단을 제공하지 않고 있는 반면, 애플은 지난해 iOS 기기 전용 정보 송수신 프로토콜인 '아이비콘(iBeacon)'을 통해 자체 비콘 플랫폼을 구축할 뜻을 내비쳤다. 사업자들이 서로 호환되지 않는 비콘 기술을 도입함에 따라 사용자 입장에서 서비스가 파편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닷징이 처음 등장했을 땐 아이비콘과 동일한 서비스를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먼저 지원한다는 메시지 때문에 '안드로이드 기반의 애플 아이비콘 대항마'라는 이미지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닷징은 안드로이드를 넘어 애플의 아이비콘까지 아우르는 서비스 플랫폼을 갖추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누오보 CEO는 다른 서비스와의 통합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아직 우리는 사업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애플 아이비콘이든, 다른 비콘이든, 무선랜 기기든, 우리 플랫폼에서 모두 인식할 수 있다며 이미 독점적인 비콘 서비스를 만들려는 다른 사업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보편적인 시스템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의 라디우스네트웍스가 안드로이드용 아이비콘 라이브러리를 내놨고, 지난해 칩제조사 퀄컴도 안드로이드와 iOS 기기에 쓰일 수 있는 '김발(Gimbal)'을 공개한 바 있다.
한국에선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업체 퀸텟시스템즈가 소셜CRM '인페이버'에 비콘을 결합한 맞춤형 서비스모델을 공개했고 SK텔레콤은 최근 실내 위치확인용 비콘 4종과 서비스 개발플랫폼 '위즈턴'을 선보였다.
벤처업체 이케이웍스도 아이비콘처럼 블루투스저전력(BLE)을 활용한 위치기반 광고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앱 '스테이하이'를 공개했다. BLE기반 특허 기술 '실시간감지시스템(ADS)'을 적용하고 양방향 정보전달을 지원하는 기기 '디텍터'도 최근 양산에 들어갔다.
닷징도 이날 자사 비콘 플랫폼에 기반한 새로운 서비스와 신제품을 내놨다. 독특한 목적을 가진 손목밴드형 기기 '호프비콘(HopeBeacon)'이다. 이는 마케팅 여력이 없는 중소 자선단체를 위한 비콘 송신기다. 착용자는 어디서나 주변 모바일 기기 사용자들에게 후원 대상을 위한 모금 메시지를 날릴 수 있다.
호프비콘은 이날 마케팅스퀘어컨퍼런스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기존 닷징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 블루투스와 무선랜 신호를 지원하고 아이비콘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누오보 CEO는 마이크로로케이션 트리거를 쓸 수 있는 기존 기술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새로운 비콘 서비스를 위해 꼭 새로운 인프라가 필요하진 않다며 더 다양한 신호를 쓸 수 있도록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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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비콘의 수익모델은 기업 후원이다. 자선단체를 후원하는 기업들이 호프비콘을 통해 자체 캠페인을 집행하는 식이다. 이 모델에서 자선단체 모금 과정을 무시하면 호프비콘 자체가 광고를 보여주는 이동식 비콘 송신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제품이 확산되면 닷징 플랫폼을 상업적으로 응용하기는 훨씬 수월할 수 있다.
누오보 CEO는 각각의 비콘 서비스가 (서로 호환되지 않는) 폐쇄된 환경에서 쓰인다면 IT부서를 둔 대기업의 경우 큰 문제가 안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파편화된 기술에 대응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에게는 우리의 비콘 솔루션이 보편화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