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노니컬이 제공하는 우분투리눅스가 ARM기반 서버용 운영체제(OS)로 인기다. x86 서버 시장에서 대표적인 리눅스 운영체제로 자리매김한 레드햇보다 발빠른 개발 및 커뮤니티 활성화로 서버 제조사와 개발자들의 호응을 얻는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레드햇이 엔터프라이즈용 x86 서버 OS 시장을 주름잡고 있지만 최근 주목되는 ARM 서버 플랫폼 영역에선 캐노니컬이 만드는 우분투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캐노니컬이 일찌감치 우분투 리눅스를 정식 ARM기반 플랫폼으로 지원한다고 선언하고 주기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플랫폼 개발자나 서버 제조사 등 외부 참여자들의 활동을 독려해 온 덕분이다. 레드햇도 ARM서버 시대에 대비한 기술을 개발 중이나, 사업자간 협력과 커뮤니티 활동 측면에선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작다.
익명을 요구한 우분투 오픈소스 커뮤니티 엔지니어는 우분투 리눅스는 최신버전 업그레이드가 빠르고 커뮤니티를 통한 경험 공유와 기술 지원이 활성화돼 있어 ARM서버 플랫폼과 같은 신기술 개발에 알맞다며 레드햇의 경우 2000년 중반에 커뮤니티 수준에서 ARM프로세서 지원을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가시화되지 않았다고 평했다.
아직 ARM서버는 사용자가 다양한 OS 지원을 기대하거나 클라우드같이 대규모 인프라 구성을 위한 가상화를 간단히 구현할 수는 없는 단계다. 수년 전부터 최근까지 삼성전자, HP, 델, FA리눅스, 스마일서브 등 국내외 사업자들이 ARM 플랫폼에 우분투를 채택한 서버를 만들었거나 개발 중인 사례가 나오고 있다.
HP는 지난 2011년부터 칼세다와 손잡고 만들기 시작한 ARM 기반 서버, 코드명 '레드스톤' 출시 계획을 내놨다. 저전력서버 개발프로젯트 '문샷'의 일환이었다. 이후 HP는 지난 2012년 ARM서버 상용화를 예고하며 우분투 리눅스를 적용한다고 선언했다. 아직까지 정식 상용화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지난달 타이완 매체가 익명의 소식통을 근거로 HP의 ARM서버가 하반기 출시될 것이란 루머를 전하며 업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델은 지난 2012년 ARM서버, 코드명 '코퍼' 개발계획을 공개했다. 텍사스어드밴스드컴퓨팅센터(TACC)와 손잡고 개발하며, OS로 캐노니컬 우분투리눅스를 쓴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부터 ARM기반 서버 플랫폼을 시험해왔다면서도 상용화 일정에는 말을 아꼈다. 다만 지난해 10월 ARM테크컨퍼런스에 참석, 64비트 ARM 프로세서를 적용한 서버를 선보였고 지난 2월부터 그 개념검증(PoC)용 장비를 일부 고객에 제공 중이다.
국내 ARM기반 임베디드 리눅스 커널과 보드를 만들던 FA리눅스는 지난해 하반기 '나디아'라는 브랜드로 ARM프로세서를 탑재한 저전력 서버를 출시했다. 네트워크스토리지(NAS)처럼 생긴 '프로메로S'를 상용화해 국내외 시장에 공급 중인데, 이는 카트리지형 ARM서버 '나디아F1' 4대와 스위칭허브, 전원공급장치를 미니랙 케이스에 집어넣은 제품으로 역시 우분투 리눅스 기반이다.
우분투는 올해부터 정부에서 추진하는 ARM서버 공동연구 과제에도 쓰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지난 2월 공고해 지난달 사업자를 선정한 미래창조과학부 출연사업 '클라우드 인프라를 위한 초절전형 고집적 마이크로 서버 시스템 개발' 사업에 포함된 ARM서버 개발 담당 사업자가 FA리눅스다. FA리눅스는 이미 우분투 기반 ARM서버 제품 출시 경험이 있는만큼 정부 과제에도 우분투를 활용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스마일서브처럼 ARM서버를 클라우드 호스팅 서비스로 상용화한 국내 사업자도 우분투를 쓴다. 스마일서브는 지난 2월 자사 호스팅서비스에 자체 개발한 ARM서버를 투입했다. x86 기반 클라우드 서버는 센트OS 등을 선택할 수 있지만 ARM서버 환경에선 우분투만 지원한다.
삼성전자도 ARM프로세서를 이용한 저전력 서버를 개발하며 우분투에 최적화를 시도하고 있다. 마크 셔틀워스 캐노니컬 창립자는 지난해 11월 홍콩에서 열린 오픈스택서밋 현장에서 삼성전자와 '타이젠'으로는 경쟁하지만 오픈스택, 서버, ARM 플랫폼 등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삼성전자 단말기 사용자를 위한 S클라우드 서비스도 캐노니컬이 제공하는 우분투 오픈스택을 활용했다.
아직 우분투리눅스가 ARM서버 표준OS로 등극했다거나, 캐노니컬이 레드햇을 제치고 ARM서버 플랫폼의 맹주가 됐다는 식으로 속단하긴 어렵다. 현재 ARM서버 수요는 주로 아마존, 페이스북이나 네이버같이 자체 서버 인프라를 갖추고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해야 하는 인터넷사업자를 통해 발생한다. 일반 기업 조직에서 ARM서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크지 않기에 시장성을 판단하긴 이르다.
정작 레드햇은 느긋하게 ARM서버 트렌드를 관망해 온 모습이다. 앞서 커뮤니티 배포판 '페도라'를 ARM 프로세서 버전으로 내놓고 지난해 11월 64비트 프로세서 기반의 ARM서버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하면서다. 이는 데이터센터에서 널리 쓰일 가능성이 낮았던 32비트 프로세서 대신 64비트 ARM칩이 상용화 될 시기를 기다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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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페도라 오픈소스 커뮤니티 엔지니어는 ARM서버를 만들기 시작하는 입장에선 업데이트가 빈번하고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우분투를 선택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라며 실제 시장에선 사용자가 선호하는 OS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하기때문에 서버 제조사가 계속 우분투만 갖고 테스트하진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레드햇이 ARM 기반으로 기업용 OS인 레드햇엔터프라이즈리눅스(RHEL)를 언제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리나로엔터프라이즈그룹(LEG)에 자사 엔지니어를 투입하고 여러 제조사가 만든 ARM프로세서를 공통 지원하는 리눅스 버전을 개발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시장이 무르익으면 레드햇이 ARM서버용 RHEL 배포판과 서브스크립션 모델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