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특허워즈<1> "보이지 않는 위험"

'애플-삼성' 소송, 지난 2006년부터 예고된 상황

일반입력 :2012/03/20 13:05    수정: 2012/03/21 08:50

봉성창 남혜현

[연재 순서]

특허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

특허워즈 에피소드<2> “애플의 습격”

특허워즈 에피소드<3> “삼성의 복수”

특허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합의”

전 세계적으로 슬림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디자인이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다. 비슷한 콘셉트 적용과 도용을 구분하기 힘든 만큼 업체들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해당 발언이 지적한 스마트폰은 무엇일까? 흔히 아이폰이나 갤럭시를 떠올리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2006년 국내 중소기업 KBT모바일이 제조한 V500이 모토로라의 '레이저 디자인'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아 제품 생산이 중단됐을 당시 나온 한 특허 전문가의 발언이다.

기업들의 특허전쟁에서 '디자인'이 떠오른 건 지난 2006년이다. 애플은 2006년 1월,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아이팟'을 닮은 휴대폰을 내놓겠다고 최초로 밝혔다.

당시 전문가들은 향후 휴대폰 시장이 디자인과 MP3 기술에 집중될 것이라며 일명 '아이팟폰'의 가능성을 점쳤지만, 후발주자로 통신특허 기술이 모자라 수많은 소송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나왔다.그러나 여전히 휴대폰 관련 특허는 대부분 통신에 집중됐다. 관련 기업들은 통신 특허 확보를 위한 치열한 기술경쟁에 들어섰다. 대표적인 기업인 퀄컴과 브로드컴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3G통신 규격을 하나로 합친 통신 베이스밴드칩을 발표하는 기술 혁신을 이뤘다.

물론 이 가운데 크고 작은 분쟁도 있었다. 2007년 브로드컴은 퀄컴 칩이 전력 소모를 줄이는 자사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며 휴대폰 1대 당 6달러의 로열티를 지불하라고 주장했다. 당시 세계 휴대폰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전체 합의금은 20억달러 규모다.

이를 터무니 없다고 생각한 퀄컴은 브로드컴의 제안을 거부, 1억달러를 일괄 지급할테니 향후 모든 휴대폰 업체에 이 기술을 공개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PC 칩 강자인 인텔이 휴대폰 시장에 뛰어든 것은 조금 늦은 2010년. 인피니언의 무선사업부를 인수하며 통신 분야의 특허를 획득했다. 인텔도 통신 특허 부문과 관련, 발언권을 얻은 셈이다.

삼성전자 역시 오랜 휴대폰 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상당한 수준의 관련 특허를 확보하고 전 세계 주요 기업과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삼성전자는 당시 PC나 MP3플레이어를 만들었던 애플은 안중에도 없었다. 오로지 최고의 휴대폰 기업 노키아를 넘어 세계 1위의 휴대폰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 아래 온 힘을 쏟았다.

그러나 2007년 6월 출시된 아이폰의 인기는 세간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한 사람 당 한 대만 팔겠다는 AT&T의 발표에도 아이폰은 1분기 만에 100만대가 팔려나가며 '스마트폰'이란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터치를 위해 ‘두 손’을 써야 하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그 디자인과 UI에 열광했다.

훗날 서로 물어뜯는 특허전쟁을 치룰 경쟁자들도 당시엔 만족한다는 후한 평가를 내렸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조차 아이폰이 훗날 얼마만큼 성공을 거둘지 예측하지 못한 듯 했다. 그는 대중 앞에서 자신의 아이폰을 꺼내들며 아이폰은 강력한 신형 기기로, 특히 구글이 구축하는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쟁자들은 애플과 한 이불을 덮는 꿈을 꿨지만, 정작 애플은 그 순간 각 방을 쓸 궁리를 했다. 애플은 아이폰 출시를 전후로 디자인 특허를 크게 늘렸다. 2001년 기준 애플이 미국서 가진 디자인 특허는 10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8년에는 그 수가 64개로, 2010년에는 154개로 증가했다. 불과 10년 사이에 특허 수가 15배나 늘어난 셈이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의 성공을 확신했다. 아이튠즈를 매개체로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를 잇는 구상도를 머릿속에 그렸다. 애플의 디자인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잡스의 완벽주의가 작용한 탓이 크지만, 통신 특허 열세를 벗어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략이기도 했다.

관련기사

애플이 맨 처음 터치스크린 기술은 우리 것이라 공표한 건 지난 2009년이다. 당시 팀 쿡 애플 최고운영자(COO)는 컨퍼런스 콜을 통해 아이폰은 경쟁 업체보다 몇 년 정도 앞서 있다며 다른 곳에서 애플의 지적재산을 불법적으로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잡스를 대행한 팀 쿡의 이 발언은, 향후 몇 년 간 전 세계 IT 업계를 뒤흔든 특허 전쟁의 서막이자 일종의 선전포고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