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대부 전길남 박사 "초지능 AI 오면 골치 아플 것"

SW정책연구소, 'AI와 인간 공존' 주제 포럼 개최

컴퓨팅입력 :2019/05/22 10:21    수정: 2019/05/22 11:21

"인공지능(AI)이 초지능을 갖는 시대가 올까를 놓고 논란이 많다. 37년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핵분리가 성공한 후 핵을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결국 핵을 만들었다. AI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오면 골치아프다.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전길남 KAIST 명예교수)

"인공지능은 어느날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다. 명령을 받은 대로 수행하는 알고리즘에 불과하다. 그런데 사람들이 밖에서 보고 "아, 컴퓨터가 생각을 하네" 혹은 "어, 컴퓨터가 창작을 하네" 하는 말을 한다. 인공지능은 문제를 푸는 능력이고, 문제를 잘 푼다. 인공지능은 양면성이 있다. 좋은데 쓰면 좋은 인공지능이고 나쁜데 쓰면 나쁜 인공지능이다. 아마 핵보다 통제하기 어려울 거다." (김진형 인공지능연구원장)

"사람과 인공지능 간 공존에는 수평적 공존과 수직적 공존이 있다. AI의 프라이버시를 인정하는게 수직적 공존이다. 범용 AI가 나오면 수평적 공존까지 다뤄야 한다." (김명주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인공지능이 종교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으로 신학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김흡영 한국과학생명포럼 대표)

인공지능이 사람과 맞먹는 지능을 갖는 초지능 시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 지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토론자들은 "우리나라는 AI 생태계가 취약하다"고 아쉬워하며 "초지능 AI 시대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스프리)는 2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를 주제로 '제 43회 스프리(SPRi) 포럼'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기술은 물론 철학, 윤리, 신학, 법제도에 밝은 전문가들이 패널 토론에 참여해 AI시대를 어떻게 맞을지 활발히 토론했다.

추형석 스프리 선임연구원이 발제를 했고, 최종원 한국정보과학회장(숙명여자대학교 교수) 사회로 '한국 인터넷 대부'라 불리는 전길남 KAIST 명예교수와 김진형 인공지능연구원장, 김흡영 한국과학생명포럼 대표(종교 분야), 홍성욱 서울대 교수(철학), 김기창 고대 교수(법제도),김명주 서울여대 교수(윤리)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추 연구원은 인공지능의 명과 암을 소개하며 대표적 인공지능 부정론자로 유발 하라리를, 긍정론자로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 페이페이 리를 소개했다.

SW정책연구소가 AI와 인간간 공존을 주제로 개최한 '43회 스프리 포럼'이 2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렸다.

하라리는 인공지능 발전이 인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B*C*D=H'라는 공식을 제기한 바 있다. 바이올러지, 컴퓨터, 데이터가 합쳐져 인간에게 해악을 끼친다는 의미다. 반면 리 교수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해킹할 수 있는 능력은 먼 미래 이야기"라며 하라리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리 교수는 인간 중심의 인공지능 활용을 위한 다학제적 협업을 강조한다.

추 연구원은 "범용 인공지능 혹은 사람 수준의 인공지능은 좁은(narrow) 인공지능의 반대 개념"이라면서 "범용 인공지능이나 초지능 출현에 대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홍성욱 서울대 교수는 알고리즘 시민권과 아실로마AI 원칙을 소개하며 "기술시민권과 알고리즘 시민권에서 사용하는 시민권이라는 말은 무언가를 쟁취하는 적극적 개념"이라면서 AI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홍 교수가 언급한 '아실로마 AI원칙(Asilomar AI Principles)'은 인공지능 개발 목적과 윤리 및 가치에 대해 개발자들이 지켜야할 준칙을 말한다. 23개항으로 이뤄졌고, 2017년 1월 AI연구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인 '퓨처오브라이프(Futureoflife)'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아실로마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채택,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이어 김명주 서울여대 교수는 "인공지능을 쓰지 않는데 무슨 윤리냐고 언뜻 생각할 수도 있다"고 운을 떼며 "윤리가 안돼 있으면 AI 산업이 발전할 수 없고, 또 글로벌로 나갈 수도 없다"며 AI에도 윤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길남 KAIST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시급한 건 AI에코시스템"이라며 "우리가 AI를 늦게 시작했는데 에코시스템도 잘 안갖춰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 교수는 "인터넷시대에 우리가 잘한 것과 못한 것이 있는데 이를 참고 AI 생태계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명예교수는 1982년 경북 구미 전자기술연구소와 서울대 사이를 연결하는 국내 최초의 인터넷 네트워킹을 만들어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린다.

김흡영 한국과학생명포럼 대표는 글로벌 관점에서 봤을때 종교와 신학이 없는 AI 논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서구 문명을 이끌어온 배경에 신학이 있다면서 "지금까지 종교가 선생 노릇을 했는데 이것이 AI로 커다란 도전과 위기를 맞게 됐다"고 진단했다.

김진형 인공지능연구원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가 써온 컴퓨터에도 지능이 들어가 있다"면서 "AI의 진정한 가치는 안 쓰이는 데가 없다는 것이다. 아마 핵보다 통제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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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국내 언론에 AI대학이라고 소개된 MIT의 신설 대학이 살펴보니 AI라는 말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나라의 AI 인력은 글로벌의 1% 정도다. 우리가 취해야 할 AI 전략은 반도체 등 우리가 잘 하는 곳에 적용을 해야 한다"면서 "공대의 모든 학생이 AI를 잘 다루게하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행사에는 AI에 관심이 많은 150여명이 참석했다.

임춘성 스프리 소장 대행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