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가입자 뺏기에 '무리수'

일반입력 :2009/02/20 12:29    수정: 2009/02/20 13:53

김효정 기자

SK텔레콤이 고객 확보를 위해 '공짜폰에 가입비 면제'라는 파격 조건을 내걸었다. 이는 지난해 산업 전반에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이통시장 과열경쟁'을 부추기는 행위로 논란이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최근 'SK텔레콤 행사팀'을 통해 011번호를 가진 고객 대상으로 적극적인 텔레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KTF나 LG텔레콤으로 번호이동을 한 011번호 사용자를 다시 SK텔레콤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와 이로 인한 시장경쟁 과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SK텔레콤은 011가입자에 대한 전방위적인 텔레마케팅을 통해, 재가입 조건으로 휴대폰 단말기를 무료로 제공하고 가입비를 면제해 주고 있다.

단말기 무료 제공의 경우, 기존 시중에서 행해지던 것과 달리, 의무약정이나 할부 조건 없이 100% 무상제공을 약속하고 있다. 또한 5만5,000원의 가입비도 면제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단말기 무료, 가입비 면제' 과열경쟁 유발할 수도...

이 두 가지 조건은 사용자 입장에서 볼 때 상당히 매력 있는 조건이다. 문제는 가입비 면제에 대한 위법성 여부와 시장의 과열경쟁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산업적 측면의 우려이다. 40만원 안팎의 단말기 무료 제공은 곧 40만원 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보조금 경쟁' 문제도 야기시킬 수 있다.

이동통신 가입비 면제는 이용약관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즉 불법적인 행위의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통신이용자 담당 박민철 사무관은 "이용약관을 위반했다고 무조건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용약관을 지키지 않았지만, 사업자 이익이 아닌 소비자에게 이익을 돌려줬다면 충분히 용납이 된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의 가입비 면제는 분명 소비자에게 유리한 경우에 속해 문제가 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불법의 소지는 여전하다. 특정 소비자 집단에게 차별적인 혜택을 주고 있어 전반적인 소비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사무관은 "가입비 면제가 전반적인 소비자가 아닌 특정 분류의 소비자에게만 이익을 주는 차별적 혜택이라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동통신 시장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이 편법의 소지가 있는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은 시장의 과열경쟁에 불을 붙이게 될 수도 있다. 지난해 국내 이통시장은 SK텔레콤-KTF간 이른바 '3G 출혈 마케팅 경쟁'으로 산업 전체가 큰 곤욕을 겪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올해는 정부 차원에서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투자유치에 힘써 줄 것을 각 이통사에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의 이번 가입자 뺏어오기 마케팅은 이러한 취지를 거스르는 '과열 마케팅'의 전조로 보이기에 충분하다.

■해지자 개인정보도 유용했나?

또한 텔레마케팅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용 의혹도 제기됐다. SK텔레콤 가입자였다가 LG텔레콤으로 옮긴 30대 회사원 김모씨(011번호 사용자)는 SK텔레콤 행사팀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텔레마케터로부터 'SK텔레콤을 10년이나 사용한 것이 아깝지 않느냐, 이번 기회에 다시 바꿔라'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김씨는 SK텔레콤에 10년 가량 가입했다가 LG텔레콤으로 번호이동을 한지 1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만약 SK텔레콤이 김씨의 휴대폰 사용이력을 알고 있다면 엄연한 불법 행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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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개인정보보호과 이훈식 사무관은 "만약 이러한 것이 사실이라면 정보통신망법의 개인정보파기의무를 위반한 것이다"라며 "해지한 지 6개월이 지난 해지자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제24조 '목적 외 이용'과 29조 '파기 위반' 등을 위반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절대 개인정보를 활용한 것이 아니다. 이번 텔레마케팅은 011번호 사용자에 대한 무작위 마케팅"이라며 "김모씨가 10년이 넘게 SK텔레콤을 사용했다고 말한 것은 011번호 다음에 세자리 번호가 있기 때문에 10년이 넘은 번호체계라고 판단해 짐작해 말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