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 링크 위에서 부드럽게 미끄러질 수 있는 이유는 얼음 표면이 매우 미끄럽게 때문이다. 얼음 표면은 윤활 작용을 하는 얇은 액체 층으로 덮여 있지만, 이 수막이 왜 형성되는 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논쟁이 이어져 왔다.
IT매체 기가진은 얼음 표면에 액체 층이 생기는 이유를 설명하는 기존 가설들과 올해 처음 제시된 새로운 가설을 최근 보도했다.
첫 번째 가설은 ‘압력설’이다. 1800년대 중반 영국 제임스 톰슨은 얼음을 밟아 압력을 가하면 표면이 녹아 미끄러진다고 주장했다. 얼음은 일반적으로 0도에서 녹지만 압력이 가해지면 고체에서 액체로 바뀌는 융점이 낮아져 더 낮은 온도에서도 얇은 액체층이 형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930년대 캠브리지 대학 물리화학연구소 연구진은 압력만으로는 얼음을 녹이기 어렵다고 반박하며, 물체와 얼음 간의 마찰열이 액체층을 만든다는 ‘마찰설’을 내놨다. 하지만, 이후 실험에서 마찰열이 발생하기 전부터 얼음 위에 물체가 미끄러지는 현상이 포착되며 이 가설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1842년 영국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는 두 얼음 덩어리가 서로 달라붙거나 따뜻한 손이 얼음에 붙는 현상을 관찰하며, 얼음 표면이 접촉하기 전부터 이미 젖어 있다는 ‘사전 융해설’을 주장했다. 그는 이 현상에 대해 “얼음의 노출면에 존재하는 얇은 사전 융해층이 다시 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독일 자르란트 대학 연구진은 그 동안의 이런 가설을 뒤집는 반론을 제시했다. 첫째 가설에 대해서는 얼음 표면을 녹일수록 압력이 높아지려면 물체와 얼음의 접촉 면적이 비현실적일 정도로 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 가설은 실제 스키를 탈 때 마찰에 의해 발생하는 열은 융해를 일으키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셋째 가설에 대해선 극저온에서도 얼음의 미끄러움이 유지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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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얼음 표면끼리 미끄러지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마찰이 얼음의 결정 구조를 파괴해 비정형 층을 만들고 이 층이 윤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끄러짐이 지속될수록 이 비정형층이 두꺼워지며, 이는 저온 환경에서 얼음의 미끄러움을 설명하는 데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외신들은 이번 연구가 기존 가설들과 다른 관점을 제시하며, 얼음의 물리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단서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