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IT, 레거시 한계 넘는다…AI·클라우드로 재편

초개인화 서비스 확대에 AI 에이전트 도입 확산…클라우드 전환도 핵심축

컴퓨팅입력 :2025/10/05 08:17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금융권 디지털 전환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 상담형 챗봇을 넘어 고객의 금융 데이터를 분석하고 자율적으로 전략을 제안하는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초개인화 금융 서비스'를 현실화하는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금융사는 생성형 AI 기반 챗봇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스스로 업무를 계획·실행하는 AI 에이전트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 고객 응대 차원을 넘어 여신 심사, 자산 관리, 보험 설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효율성과 맞춤형 경험을 동시에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AI 에이전트와 클라우드가 금융권에서 확산되고 있다. (사진=챗GPT 제작)

AI 에이전트 확산의 배경에는 금융 소비자의 기대 변화가 자리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 성향과 행동 패턴을 분석해 개별화된 상품을 제시하는 능력이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금융권은 조직 차원에서 AI 역량을 결집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레거시 시스템을 벗어나는 과제도 본격화되고 있다. 수십 년간 금융사의 핵심 인프라였던 메인프레임은 안정성과 보안성에서 장점이 있지만, 확장성과 혁신성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코볼' 등 구형 언어 기반의 시스템은 유지 인력이 줄고 신기술과의 연계가 어려워 전환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일부 기관은 여전히 레거시 자산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지만, 경쟁 심화와 고객 서비스 혁신 요구로 인해 점진적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금융 IT 현대화의 변곡점으로 꼽힌다.

레거시 탈피 과정에서는 클라우드가 가장 유력한 해법으로 부상했다. 클라우드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규제 대응, 리스크 관리, 고객 맞춤형 서비스 고도화까지 지원할 수 있는 기반 인프라로 평가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스쿱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 클라우드 시장은 연평균 15% 이상 성장세를 보이며 2033년 204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규제 완화와 보안 가이드라인 개정이 맞물리며 클라우드 도입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퍼블릭·프라이빗·온프레미스를 혼합하는 하이브리드 전략 역시 확산 중이다. 민감 데이터와 규제 대응이 필요한 영역은 온프레미스를 유지하고 고객 서비스와 확장성이 필요한 부분은 퍼블릭 클라우드로 옮기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금융사는 보안과 혁신 사이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클라우드 전환은 글로벌 IT 기업뿐 아니라 토종 사업자에도 새로운 기회를 열고 있다.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 금융 특화 솔루션, 클라우드 네이티브 뱅킹 시스템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금융권 현장에서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IT 자동화 역시 디지털 전환의 또 다른 축으로 꼽힌다. 테스트, 운영관리, 데이터 분석 같은 반복 업무에 자동화 솔루션이 도입되면서 금융 서비스 품질과 안정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양상이다.

금융권 IT 혁신은 AI 에이전트·클라우드·자동화가 맞물리며 진화하고 있다. 초개인화 서비스 구현, 레거시 탈피, 디지털 인프라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3축 전략'이 금융권 경쟁 구도를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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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와 토종 IT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하다. 아마존웹서비스·마이크로소프트·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은 생성형 AI와 결합된 금융 서비스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NHN클라우드·삼성SDS·LG CNS 등 국내 기업들도 금융 특화 솔루션과 차세대 뱅킹 시스템 전환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에이전트와 클라우드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금융 IT 생존 전략"이라며 "레거시 탈피 과정에서 누가 더 빠르게 민첩성과 혁신성을 확보하느냐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