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음으로 인한 간 손상과 염증 반응이 어떤 경로로 일어나는지가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연구진은 향후 알코올성 간질환 진단과 치료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KAIST(총장 이광형)는 의과학대학원 정원일 교수 연구팀이 서울대 보라매 병원 김원 교수 연구팀과 음주로 인한 간 손상 및 염증(알코올 지방간염, ASH) 발생 기전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고, 이를 치료할 단서를 확보했다고 17일 밝혔다.
과도한 음주는 간에 타격을 입힌다. 이 가운데 약 20%는 알코올 지방간염으로 진행된다. 지방간염은 또 간경변증과 간부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원일 교수는 "음주 시 활성산소(ROS)가 발생해 간세포 사멸과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새로운 분자 메커니즘을 규명했다"며 "간세포가 신경계 시냅스처럼 신호를 주고 받는 유사시냅스를 형성하고 염증을 유도하는 ‘새로운 신경학적 경로’를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잦은 음주가 ‘소포성 글루탐산 수송체(VGLUT3)’ 발현을 증가시키고, 이로 인해 간세포에 글루탐산이 축적된다"며 "이후 폭음으로 간세포 내 칼슘 농도가 급격하게 변하게 되면 글루탐산 분비가 촉발된다"고 부연 설명했다.
글루탐산은 아미노산 일종이다. 뇌와 간 등에서 세포 간 신호전달, 단백질 합성, 에너지 대사 등에 관여하지만, 지나치게 많으면 신경세포가 과흥분되면서 세포를 손상시키거나 사멸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분비된 글루탐산이 간 내 상주 대식세포인 쿠퍼세포의 글루탐산 수용체(mGluR5)를 자극, 활성산소(ROS) 생성을 유도하고 이는 곧 간세포 사멸과 염증 반응으로 이어지는 병리적 경로를 확인했다.
양경모 박사는 "음주시 간세포와 쿠퍼세포가 일시적으로 신경전달 물질처럼 '유사시냅스’를 형성해 신호를 주고받는 현상을 처음 규명했다"고 말했다.
양 박사는 "유사시냅스가 형성된다는 의미는 손상된 간세포의 단순 사멸이 아니라, 인접한 쿠퍼세포에 신호를 보내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부연 설명했다.

정원일 교수는 연구 의미에 대해 "이는 말초 장기에서도 ‘세포 간 밀접한 구조적 접촉을 통해 신호전달이 가능하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알코올로 손상된 간세포가 능동적으로 대식세포를 자극해 간세포의 사멸을 통한 재생을 유도하는 ‘자율 회복기능’도 존재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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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연구팀은 글루탐산 수송체(VGLUT3), 글루탐산 수용체(mGluR5) 및 활성산소 생성 효소(NOX2)를 유전적 또는 약리적으로 억제하면 알코올로 인한 간 손상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동물 모델을 통해 입증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7월 1일 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