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D 수출 제대로 하려면 국제표준·오픈소스화 필수"

[인터뷰] 순천향대 염흥열 명예교수 "미·유럽 등도 PKI에서 DID로 갈아탈 것"

컴퓨팅입력 :2024/10/25 16:12

"모바일 신분증 등에 활용되는 분산 신원인증(DID)이 부상할 것입니다. 한국은 DID 기술력을 충분히 갖췄습니다. 이를 수출해 글로벌 신원인증 생태계를 주도해야 합니다. 한국형 분산 신원인증체계인 'K-DID'를 원활히 수출하려면 이에 맞는 국제표준도 국내에서 나와야 합니다. K-DID 오픈소스화도 필요합니다."

순천향대 염흥열 명예교수는 한국이 K-DID로 글로벌 신원인증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방안을 최근 진행한 지디넷코리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염흥열 교수는 8년 동안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부문 정보보호연구반(ITU-T SG17) 국제 의장으로 8년 근무했다. ITU-T SG17은 ITU-T에서 디지털 신원관리를 포함한 정보보호 국제표준화를 담당하는 연구반이다. 염 교수는 아시아 최초로 연구반 국제 의장으로 2016년 뽑혀 임기를 두 번 맡았다. 이달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표준총회(WTSA-24)에서 국제의장직을 마무리했다. 

순천향대 염흥열 명예교수. (사진=김미정 기자)

그는 8년 동안 국내외 보안과 디지털 인증 분야 국제표준화에 공적을 남겼다. 지난해 9월 SG17 회의에서 '인공지능(AI)시스템에 대한 보안요구사항'에 대한 신규 표준화 과제(X.sr-ai)가 뽑혔다. 이어 올해 3월 제네바에서 열린 SG17 회의에서는 염 의장의 순천향대팀이 제안한 '제로트러스트 상위 수준 모델과 보안 능력'에 대한 신규 표준화 과제(X.ztmc)가 미국, 영국, 중국 등에서 지지받아 채택됐다.

"DID는 선진적 기술…결국 미국·유럽도 따를 것"

염 교수는 DID는 선진적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기존 신원인증 체계보다 편리하고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염흥열 교수는 DID는 선진적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사진=김미정 기자)

DID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이뤄진 신원인증 체계다. 개인 정보를 여러 조각으로 나눠 분산 저장한다. 개인이 디지털 지갑(DID)에 개인 정보를 넣어뒀다가, 인증이 필요할 때 해당 정보만 꺼내 디지털 서명하는 식이다. 현재 시중에 나온 모바일 운전면허증이나 신분증 등이 대표 예시다. 

DID에 개인 정보가 한번 저장되면 수정 불가다. 이에 개인정보 보호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신원 인증 방식은 중앙 서버를 통해서만 이뤄져 프라이버시 이슈가 있었다.

염 교수는 "개인은 DID의 디지털 서명 내역을 통해 정보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며 "직접 신원 정보를 관리·통제한다는 점에서 DID는 높은 투명성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이어 "DID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를 막고 불필요한 신원 정보 유통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신원인증체계에서 안전하고 선진적인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해외 국가도 DID 방식을 채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미국이나 유럽은 공개키 인증 방식(PKI)을 유지하고 있다. 염 교수는 "해외 국가들은 혁신적인 인증 기술보다는 검증된 방식을 우선시하는 추세"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PKI보다 DID 방식이 편리하고 안전한 건 사실"이라며 "이들도 결국 블록체인 기반 신원 인증 체계를 채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K-DID 개도국에 우선 수출…기술 국제표준 마련 시급"

염 교수는 한국이 K-DID로 글로벌 신원인증 생태계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원증명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 겪는 개발도상국들에 K-DID를 우선 수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 교수는 한국이 K-DID로 글로벌 신원인증 생태계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미정 기자)

그는 K-DID 수출이 원활해지려면 DID에 대한 국제표준도 한국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염 교수는 "K-DID에 대한 국제표준이 있으면 현재 개발된 DID 시스템이 표준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DID 시스템 간 상호운용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이 DID 국제표준을 마련하는 것 자체만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염 교수는 미국 등과 협력해 ITU-T SG17에서 DID에 대한 국제표준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DID 개념과 활용 사례를 제시하는 기술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DID에서 발행자와 검증자 간 공개키를 블록체인으로 공유하는 신뢰 전파 모델 개발도 한창이다. 그는 "2년 내 결과물이 국제표준 채택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DID 기술 오픈소스화 필수…개방형 생태계 필요"

염흥열 교수는 K-DID가 개발도상국 시장에 안착하려면 이를 오픈소스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 교수는 K-DID가 개발도상국 시장에 안착하려면 이를 오픈소스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김미정 기자)

그는 "개발도상국은 외국계 기업에 기술로 종속되는 것을 두려워한다"며 "시스템 호환성 부족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개발도상국 기업이 DID 기술을 변경하거나 새 기능을 추가하고 싶을 경우 호환성 부재 때문에 진행할 수 없는 경우가 있어서다. 이에 해당 국가 기업은 국제표준에 기반한 오픈소스 생태계를 선호하는 추세다.

염 교수는 "K-DID의 소스코드를 모두 공개하면 개발도상국은 특정 회사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며 "K-DID를 통한 신원인증 체계를 신속하고 편리하게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픈소스 생태계를 현재보다 더 안전히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해당 생태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협을 사전에 식별하고 완화하는 대책이 국제표준 기반으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 교수는 이에 대한 방안으로 K-DID의 소프트웨어자제명세서(SBOM) 도입을 제시했다. SBOM은 소프트웨어(SW)에 어떤 요소가 들어갔고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보여주는 제도다. 그는 "SBOM은 K-DID 시스템이 어떤 오픈소스 모듈로 구성됐는지 투명하게 알려줄 수 있다"며 "DID 구매자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표준 개발 지속할 것"

염흥열 교수는 ITU-T SG17 국제 의장직 임기를 마친 후에도 국내외서 국제표준 개발 업무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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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교수는 "한국이 국제표준을 주도해야 국내 기술들이 글로벌 진출 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한국서 국제표준 작업은 꾸준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한국디지털인증협회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와 손잡고 DID 관련 국내외 표준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로트러스트를 비롯한 AI 보안 등 SG17 차세대 보안 표준화 작업 등을 통해 국내의 표준화 리더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