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는 22일 ‘동반자관계에 대한 더 깊은 논의: 동성파트너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 논란에 즈음하여’(민숙 입법조사연구관)라는 제목의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동반자관계에 대한 법·제도적 인지 및 보호가 없는 6개 국가 중 하나로 동성결합 상대방에 대한 상속, 연금수급, 건강보험 피부양자등록, 주택임차권 승계 등이 모두 인정되지 않고 있다.
최근 동성파트너 자격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되었다가 취소당한 A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심은 패소, 2심에서는 승소했다.
A씨는 2020년 2월 사실혼 배우자 자격으로 B씨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했으나 건보공단은 피부양자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같은 해 10월 B씨의 피부양자 인정을 착오로 설명하고 이를 취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의 2심 재판부는 현행법상 ‘혼인’을 남녀간의 육체‧정신적 결합으로 성립하는 것으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해석하는 것을 근거로 B씨와 A씨의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지는 않으나, 동성결합 상대방이라는 점이 인정되고 사실혼과 동성결합에 의해 발생하는 권리‧의무의 내용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에 합리적 이유 없이 동성결합 상대방을 사실혼 배우자와 차별해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한 것은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의 의미와 목적으로 볼 때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해당 소송은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상고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40여년 전인 1980년대 관련 소송이 있었고, 지방정부 주도로 동성파트너 복지제도가 도입됐다. 미국 법정에는 1982년 동반자관계(domestic partner)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고, 1985년 버클리시에서 시에 고용된 근로자의 동성파트너에 대한 복지프로그램을 시행했으며, 1997년 샌프란시스코시는 조례 제정을 통해 시와 협력하는 모든 사업주로 하여금 근로자의 동성파트너에 대한 복지제도를 시행하도록 했다.
미국은 1990년대 소송을 통해 동성파트너 인정, 지방정부가 동반자관계 등록제도를 도입할 자격이 있는가를 두고 격렬히 논쟁, 사회적 공론화 과정에서 미국은 관계의 형식이 동성관계이든, 이성관계이든, 비혼관계이든 그들 관계의 가치는 동등하다는 각성을 통해 2015년 동성혼 합법화에 이르게 됐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인 입소스(Ipsos)가 2023년 30개 국가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소수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응답자의 6%가 자신을 성소수자라 답변해 글로벌 평균 8%보다 다소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인 응답자의 7%만이 자신의 친척, 친구, 직장 동료 중 동성애자가 있다고 답변하여 다른 국가의 국민들보다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를 만날 기회가 더 적은 국가로 확인됐다. 한편, ‘동성커플의 결혼은 합법화되어야 한다’는 문항 조사에서 응답자의 35%가 동의했고, ‘안된다’는 문항에서는 24%가 동의했으며, ‘법적으로 인정하되 결혼은 허용하면 안된다’는 문항에서는 18%가 동의 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결과는 조사 대상 30개 국가의 평균과 비교해 볼 때 동성결혼 합법화 동의율은 21%p 더 낮고, 어떠한 형태의 인정도 허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은 10%p 더 높아 한국은 보수적인 견해를 가진 국가로 분류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비친족 동거가구원 수는 100만명을 넘어섰고, 제21대 국회에서는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며 가족관계를 이룬 사회구성원의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고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 담긴 2건의 ‘생활동반자 관계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