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는 보통은 혈관이 울퉁불퉁한 증상만 생각하기 쉽지만 병원을 찾은 많은 환자는 다리가 붓고 무겁다, 밤마다 다리에 쥐가 잘 나는 잠을 자기 힘들다 등의 증상을 더 많이 호소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생활습관 교정과 의료용 압박스타킹 착용만으로도 개선이 가능하지만 일상생활이 어렵거나 혈액이 역류하게 되면 시술이나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혈관외과 조성신 교수와 함께 하지정맥류의 증상과 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하지정맥은 발목부터 사타구니를 거쳐 심장으로 혈액을 보내는 혈관이다. 정맥이 3㎜ 이상 확장돼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하지정맥류가 생긴다.
정맥 혈관벽에는 판막이 있어 다리 혈액이 위쪽으로만 순환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데 다양한 위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 판막에 이상이 생기면서 판막이 망가지게 되면 다리 혈액이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다리에 정체되게 되고, 정맥에 가해지는 압력이 지속해서 증가하게 되면서 혈관이 늘어나는 것이다. 환자는 지난 2018년 18만4239명에서 2022년 25만5033명으로 5년간 약 40% 늘었다.
울퉁불퉁 혈관보다 다리 붓고 무거운 증상 많아…직업적 특성 등 원인 다양
하지정맥류라고 하면 보통은 다리 혈관의 돌출을 대표 증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병원을 찾는 환자는 다른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조성신 교수에 따르면 ‘다리가 붓고 무겁거나 피로한 증상’, ‘다리에 쥐가 자주 나는 증상’을 가장 많이 호소하고, 다리가 저리고 후끈거리는 경우, 발바닥 통증, 또 발이 너무 차가운 경우도 있었다. 증상이 있는데도 치료받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발목 부위가 착색되기도 하고 궤양 등의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원인은 여러 위험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가족력, 임신이나 출산, 복부비만 또는 복압을 증가시키는 만성질환, 하루 6시간 이상 서 있는 직업, 의자에 오래 앉아있는 직업, 심부정맥혈전증의 과거력, 습관적으로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 등이다. 특히 가족력이나 유전적인 요인이 하지정맥류 발생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임신은 가족력 다음으로 중요한 요인으로, 자궁이 커지면서 복압이 높아지는 물리적인 요인 외에도,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의 변화가 주요 역할을 한다.
진단은 혈관 초음파를 시행해 판막의 기능을 확인한다. 혈관 초음파는 금식이나 조영제의 투여 등 특별한 전처치 없이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진단법이다. 판막이 망가져 혈액의 역류가 생기는지의 여부, 발생 위치, 역류 시간과 속도로 하지정맥류를 진단하게 된다. 그 외에도 외상 때문에 하지정맥류가 발생한 경우, 혈관 기형이 있는 경우에는 CT 촬영을 통해 혈관의 해부학적 구조를 확인할 수도 있다.
경증은 생활습관 교정과 압박스타킹…증상 심해지면 약물‧시술 치료 등 고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것을 삼가고, 직업 특성상 서거나 앉은 자세를 오래 유지해야 한다면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는 것이 좋다. 저녁에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귀가하면 15㎝ 이상의 쿠션에 다리를 올리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도 도움 된다.
의료용 압박스타킹은 단순히 다리를 조이는 것이 아닌 발목부터 서혜부까지 점차적으로 압력을 늘려주며, 정맥 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증상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약물치료나 수술 혹은 시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약물치료는 혈관의 투과도를 낮춰주는 약을 복용함으로써 혈관기능을 개선해 관련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이미 문제가 생긴 혈관을 되돌릴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지만 증상완화에 도움이 된다. 다만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중복된 약을 여러개 복용하거나, 상관없는 약을 복용하기도 하는 문제가 있어 정맥류를 치료하는 전문병원에서 정확히 진단받고 조절해서 약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근본적인 치료는 수술을 통해 정맥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다. 고전적인 수술법으로는 피부를 절개해 문제를 일으키는 혈관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는데 혈관을 아예 제거하기 때문에 재발률은 적지만, 신경손상과 통증 등의 약간의 합병증이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최근에는 작은 구멍을 뚫고 문제 되는 혈관에 도관을 삽입해 혈관를 폐쇄하는 혈관내 치료도 많이 시행된다. 대한정맥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수술보다는 혈관내 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혈관내 치료는 혈관안에 조그만 구멍을 뚫고 가느다란 철사나 카테터를 넣어서 치료 혈관 안쪽에서 역류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혈관 내에 열이나 본드 혹은 경화제를 주입해 폐쇄해 하지에 정체되는 혈액이 없어지면서 혈액은 다른 혈관으로 우회해 흐르게 되기 때문에 하지정맥류가 일으킨 증상들이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열을 이용한 시술은 고주파 혹은 레이저를 이용한 하지정맥폐색술이 주로 시행된다. 레이저나 열로 혈관을 태워 폐쇄하는데 열로 인해 주변 근육이나 신경에 열이 가해지며 통증을 일으킬 수 있어 치료하는 혈관 주변으로의 마취가 필요하고 필요에 따라 하반신 마취나 전신마취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소 절개로 이루어지는만큼 통증이나 멍 등의 부작용도 적고 일상생활로의 복귀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본드나 경화제를 이용한 시술은 열로 인한 통증이 없으므로 도관 삽입을 위한 작은 구멍을 내는 부위에 국소마취만으로 수술이 진행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특정 물질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는 해당 방법으로 시행 받을 수 없다.
조성신 교수는 “하지정맥류는 이처럼 다양한 치료방법이 있는 만큼, 먼저 환자의 증상과 질환의 정도를 먼저 고려한 후에, 추가로 미용적, 비용적, 시간적 측면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정맥류 또한 일종의 노화로 인한 증상으로 완전한 예방은 어렵지만 정맥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저맥의 기능저하를 방지해서 증상을 늦출 수 있다. 가족력이나 임신, 출산 등의 위험 인자가 있을 경우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신어 예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지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꽉 끼는 옷이나 지나치게 높은 하이힐도 피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복압이 높아지지 않도록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같은 자세로 장시간 서 있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불가피하게 해당 자세를 해야 한다면 3분마다 한 다리씩 교대로 올렸다 내렸다 하거나, 발목을 까딱까딱해서 종아리 근육을 움직여 정맥의 순환을 도와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