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모회사 CJ ENM이 한국야구위원회(KBO) 모바일 중계권 입찰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프로야구 중계 유료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용자 반발이 예상되지만, 한켠에선 글로벌 OTT 시장 흐름에 맞게 유료화 추세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24∼2026 KBO 리그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 경쟁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티빙은 KBO와 콘텐츠 이용 범위와 계약 규모 등 세부 협상을 논의하고 있다. 통신사와 연합을 이룬 네이버 컨소시엄이 제공하던 온라인 야구 중계 서비스를 티빙이 맡게 된 것이다.
구독 모델의 티빙이 프로야구를 중계하게 되면서 기존 네이버 등과 달리 실시간 야구 시청이 유료 서비스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곽규태 순천향대 교수는 “처음에는 무료 서비스로 가입자를 확보하겠지만, 비용 문제 등에 직면할 때 유료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 실장은 “높은 중계권료를 부담한 CJ ENM 입장에선 부분적인 유료 콘텐츠 등으로 서비스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유료 중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가입자 기반의 OTT 플랫폼의 독점은 곧 시청자 접근성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스포츠 콘텐츠 중계의 유료화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 글로벌 OTT의 경우,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해 이용자를 유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아마존 OTT인 프라임 비디오는 미국프로풋볼리그(NFL), 남자프로테니스(ATP) 중계권을 따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PL) 일부 중계권도 갖고 있다.
애플TV플러스는 10년간 리오넬 메시가 뛰는 미국프로축구(MLS) 독점 중계권을 확보해, 연간 3천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넷플릭스도 골프대회 ‘넷플릭스컵’을 중계하고 있다. 피콕(컴캐스트)은 미국 프로레슬링(WWE), PL 등을 실시간 생중계하고 있으며, 파라마운트 플러스 역시 NFL 중계권을 가졌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글로벌 OTT 환경 변화와 맞물려, 국내 이용자들 역시 스포츠 유료 시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해소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한국은 수십년간 스포츠 콘텐츠를 편하게 본 유일한 국가”라며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비롯해 OTT 서비스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유료화 흐름을 따라야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당장 팬덤이 강력한 국내 야구팬들이나 충성도 높은 이용자들의 저항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차별화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데 유료 구독 체계가 OTT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결국 서비스 유·무료 여부보다는, OTT스러운 독창적 콘텐츠가 락인효과를 가져오는 등 시장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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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이런 유료화 방향이 ‘보편적 시청권’을 제한할 것으로 지적도 제기된다. 보편적 시청권이란 국민적 관심이 큰 스포츠 경기, 이를테면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규모 있는 행사에 대해 전 국민이 비용을 내지 않고 볼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데, 프로야구 유료 시청을 이 범주로 보는 시각이다.
다만 방송법상 프로야구는 보편적 시청권에서 정의하는 범국민 스포츠 경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방송법 제76조(방송프로그램의 공급 및 보편적 시청권 등)와 해당 고시에 따르면, 국민적 관심이 큰 스포츠 경기(이하 국민 전체가구 수 90% 이상 시청할 수 있는 방송 수단 확보)는 올림픽과 국제축구연맹(FIFA)가 주관하는 월드컵 중 성인 남자, 여자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경기로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