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그냥 살이 찢어지는 아픔이에요."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떨어진 지난 22일. 노랗게 바랜 주황색 패딩에 희끗희끗한 갈색 군밤 모자를 쓴 김성환(가명·71)씨가 찬 바람에 눈을 질끈 감으며 서울역 2번 출구로 걸어 나왔다. 그는 "너무 추워서 자다 일어나서 바람 안 부는 화장실에서 2시간이고 폴짝폴짝 뛰었다"며 "센터에서 준 옷들을 껴입고 버텼다"고 말했다.
서울 전역에 한파 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이날 오전 서울역 앞에서 만난 노숙인들은 패딩, 모피 코트, 털모자, 방한화 등 체온을 올릴 수 있는 옷가지들을 껴입은 채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서로가 익숙한 듯, 귤을 나눠 먹거나 농담을 주고받으면서도 몸은 덜덜 떨고 있었다.
3년 전 집을 나와 노숙을 시작했다는 김씨는 다른 노숙인들에게 "박스를 최대한 많이 깔고 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었다. 그는 추위 정도를 묻는 취재진에 "발이 얼 것 같다 정도 수준이 아니라, (발이) 깨져버릴 것처럼 아프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다른 한편에서는 노숙인 3명이 라면을 둘러싸고 모여 있었다.
살을 에는 추위에도 얇은 갈색 코트에 파란색 셔츠로 추위를 버티고 있던 김지은씨는 줄무늬 모양의 긴 천을 머리에 올려 귀를 감싸고 있었다. 그는 "겨울엔 춥고 먹는 게 잘 안돼서 힘들다"며 "(다른 노숙인들은) 추워서 죽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겨울철 노숙인 보호를 위해 서울시는 53개조 124명으로 구성된 거리상담반을 운영해 일 최대 10회 순찰·상담해 노숙인의 건강을 확인하고 있다. 하루 2133명분의 무료급식과 일 최대 675명이 이용 가능한 노숙인 응급잠자리도 제공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노숙인이 시설 입소보다 거리를 택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파 경보가 있었던 20~21일 이틀간 모두 732명이 (한파 쉼터에서) 취침했다"며 "최대 수용 인원은 875명인데, 전체 절반 정도가 온 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년간 서울역 앞에서 노숙인 대상 자원봉사를 했다는 이재헌(51)씨는 "(쉼터 같은 데)가면 (노숙인들이) 아무래도 구속이 된다고 느끼신다"며 "'담배 피우지마라' '술 먹지 마라' 이런 구속들이 있으니까 그런 걸 감수하기보다는 밖에서 지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시흥에서 이날 무료 급식을 위해 서울역에 올라왔다는 또 다른 노숙인은 "쉼터 같은 데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며 "규칙적인 생활을 안 해본 사람들이 그런 데 들어가면 아무래도 억제가 된다. 그런 데는 나중에 거동을 못 했을 때나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시설이 있다는 걸 잘 모르거나, 외국인이라 방문을 못 한다는 이들도 있다.
이날 서울역 안에서 만난 중국 교포 박명화(66)씨는 "원래 왕십리에서 살았고 국민건강보험도 냈을 정도였다. 동대문에서 일했는데 망해서 3년째 노숙하고 있다"며 "시설에는 외국인이라 못 간다"고 말했다.
20년째 노숙하고 있다는 김지은씨는 "(쉼터가) 있는지도 몰랐다"며 "그런 거 있으면 명함이나 포스터 하나만 줘봐라. 있으면 나도 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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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해 중 밤이 가장 긴 절기인 '동지'(冬至)인 이날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5도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에서 기록적 한파를 보였다. 서울 전역에는 한파 경보가 내려졌다.
제공=뉴시스